시작은 늘 어렵습니다. 어쩌면 이미 시작한 순간을 잊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글쓰기가 접근하기 어려운 무언가로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쓰고 있는 글을 누군가에게 늘 보이며 살고 있지만 그것이 '글'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쉬울 수도 어려울 수도 있는 글쓰기에 대해 어떻게 접근하면 좋을까?' 앞으로의 글은 그러한 고민을 함께 하고자 합니다. 어쩌면 내가 원하는 글을 잘 쓸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또는 어쩌면 글이라는 것에 대해 별다른 생각을 갖고 있지 않았기에 글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편지, 보고서, 논설문, 그리고 소설같은 작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글이 존재하며, 그러한 글을 쓰기 위한 접근 방법도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좋은 글과 그렇지 않은 글에 대한 기준도 어떠한 글을 쓰고 있는가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어, 편지글에서 요구하는 바는 논설문에서 요구하는 것과 다릅니다. 편지글도 읽는 사람이 누군가인가에 따라 무엇을 써야 하는지가 다를 수 있습니다. 업무 상의 편지라면 정보 전달이 중요할 수 있고, 개인적인 편지라면 자신의 상황이나 감정을 충분히 전달하는 것이 중요할 수 있습니다. 논설문이라면 객관적인 사실에 근거해서 주장하는 바를 설득하는 것이 중요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마치 상황에 맞게 옷을 입는 것과 같습니다. 회사에 출근할 때 입는 옷은 등산복과 다릅니다. 결혼식 때 입는 옷은 장례식 때와 다릅니다. 어느 상황이냐에 따라 잘 입은 옷의 기준은 달라집니다. 소재나 디자인 그리고 브랜드조차 이러한 경우에는 논외일 것입니다. 글의 경우에도 어려운 용어와 맞춤법에 맞는 표현을 사용해도 기본적인 글의 방향성을 잃은 글은 좋은 글이 되기 어렵습니다.
앞으로 브런치에서 다루어질 글은 모두와 공유할 수 있는 글에 대한 고민에 닿아 있습니다. 이러한 고민을 통해 생활 속에서 부딪히는 글쓰기의 순간이 더 자연스럽고 편안하지기를 바랍니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수필가 지연희 선생님께 글을 배웠습니다. 우연히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다 친척 분이 작가라는 이야기를 들었고 배우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처음 뵈었을 때 멋있는 분이라 생각했고 지금도 그 문장이 단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친구와 함께 매주 선생님 댁에서 200자 원고지를 십여장씩 채워야 했습니다. 글의 주제는 선생님이 정해 주셨습니다. 하지만 그 시간들이 모두 글쓰기만을 위한 시간은 아니었고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가끔 그렇게 정해진 틀에 맞춰 글을 쓰는 것이 싫다고 하면 선생님은 그 투정을 그대로 받아주셨습니다. 그러면 친구와 떡볶이를 사러 가곤 했습니다.
또 다른 날에는 선생님이 작문법에 대한 내용을 정리해서 나눠주시면 그 내용을 함께 읽고 설명을 들었습니다. 칸칸이 나눠진 200자 원고지가 아주 오랜 시간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순간까지도 함께 했습니다. 그렇게 연습하여 마로니에 백일장에서도 펜으로 글을 썼습니다. 심사위원이 잘 알아볼 수 있도록 필체까지 헤아려서 써야 한다고 지도받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렇게 펜으로 원고지에 글을 쓰던 시기에는 정해진 시간 안에 주제에 맞는 글을 어떻게든 써내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쓰기 전에 누군가의 글을 읽을 수는 있겠지만 '가져오기'는 어려웠습니다. 저는 지금 노트북으로 글을 쓰고 있으며 원고지에 펜으로 꾹꾹 눌러 쓰던 때에 비해 쉽게 빠른 속도로 써내려가고 있습니다. 물론 컴퓨터는 제가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부터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학교에 와서 레포트를 쓰면서 느낀 것은 참 쉽게 누군가의 글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습니다. 무언가를 배우는 과정에서는 따라가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교수님의 강의를 듣고 필기하고 이해하는 과정이 그러합니다. 하지만 '창작'의 측면에서는 전혀 다릅니다. 맞춤법이 틀리고 수려한 문장을 쓸 수 없을 지라도 '자기만의 글쓰기'가 중요합니다. 만약 이러한 문제를 간과한다면 '기본'을 상실한 글쓰기가 됩니다. 'Ctrl+C'와 'Ctrl+V'를 잊은 채 글을 써내려가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잘 쓰기 위해 많이 읽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는 첫 회차에 다루어졌습니다. 그것을 AI가 축적하는 데이터에 비유하였던 기억이 있습니다. AI는 데이터를 조합합니다. 때문에 그것을 창작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