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그림자
현상은 본질의 그림자다. 플라톤의 동굴 이론처럼 우리는 어쩌면 그림자를 본질로서 착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카페 안에서 태블릿으로 강의 자료를 살펴보고 카톡을 하는 것은 현상이다. 나는 그 순간에 머물고 있지만, 나의 또 다른 사고는 그 가운데 다른 곳을 향해 흐르고 있었다. 내가 하는 행위가 나의 본질일까 나의 내면에 흐르는 또 다른 감정이 본질일까. 나는 그때 아픈 사람 하나를 떠올리고 있었다. 그 아픈 사람 때문에 또 아플 것 같았다. 좋은 것들 가운데 더 깊게 어둠이 자리해 있고 나는 그것을 바라보다 끌어내어 마침내 마주했다. 답을 찾을 수 없었다. 그대로 과자처럼 부셔버리기에는, 나는 그 사람을 여전히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를 아프게 해서가 아니라 그 사람이 아파서 아팠다. 곁에 없고 누군가의 눈에 보이지도 않는 얼굴 하나가 온 종일 내 마음을 타고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