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습관 만들기
'머리 하고 싶다' 생각이 들면, 당장 미용실을 예약하고 지르는 편이다. 칼단발로 잘랐던 머리가 길어 거지존에 들어오면서 뾰족한 머리를 둥글게 바꿔야 했다. 휴일 11시 예약은 꽤 무리한 스케줄이지만 미용실에 가는 거니까 최소한의 화장까지 하고 미용실로 향했다. 졸음을 이기고 휴일에 쉬고 싶은 마음을 떨치고 나왔다는 것에 무척 뿌듯해하며 머리를 맡겼다. 머리를 할 때, 절대 졸거나 자지 않고 말똥말똥 내 머리 어디를 얼마나 자르는지 어떤 굵기로 머리를 마는지 하나하나 지켜보는 편인데, 어제는 조금 대충대충 봤다.
긴 테이블에 놓인 책들 중 'ONE THING(원씽)'이 눈에 들어왔다. 베스트셀러인지 전혀 모르고, 그냥 끌려서 집어 들었는데, 목차를 보니 지금의 나에게 너무 필요한 내용들로 보여 급한 마음으로 책장을 넘겼다.
나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한 가지는 무엇인지 그것을 꼭 찾아야 한다는 작가의 당부를 들으며 나에게 가장 중요한 한 가지는 무엇일까 생각하며 책을 읽어 내려갔다. 중간중간 샴푸를 하러 갈 때면 나에게 가장 중요한 원씽이 뭘까 떠올랐다. 처음으로 떠오른 건 어떤 신념 같은 걸까? 나에게 가장 중요하고 나에게 가장 중요하게 내재화되어 있는 건 정직이 아닐까? 하면서 다시 자리로 돌아와 책을 읽었다.
어제 막 인상 깊게 읽은 책인데도 그 모든 것을 기억하지는 못하겠다. 그게 당연하고, 그래서 중요한 것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이 책의 가장 큰 메시지였는데 또 스스로를 채근하고 있다.
인간의 집중력과 의지력에는 한계가 있고, 그것을 이겨내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스스로를 의미 없는 도전에 빠뜨리지 말고, 중요한 것을 찾아 가장 집중력과 에너지가 좋을 때 하라는 것이 크게 와닿았다. 자기 전, 출근 전 나의 의지와 회사 일을 마치고 퇴근길의 나의 의지는 같은 사람일까 싶게 다르다. 의지박약이라 내가 부족해서 원하는 걸 알면서도 그것을 나에게 못해준다고 한심해했는데, 이제는 스스로를 괜히 나무라기만 하지 말고 가장 중요한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줘봐야겠다.
눈 뜨자마자 부랴부랴 준비하고 출근해 일을 하며 모든 에너지를 소모하고 퇴근길에는 고생한 나에게 어떤 보상을 줘야 할까 떠올리며 퇴근하는 것. 나에게 굳게 자리 잡힌 이 습관을 바꾸고 몸도 마음도 건강해지는 것. 이게 지금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다. 사랑하는 가족과의 일상,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하는 것들도 다 나의 몸과 마음이 건강할 때 할 수 있는 것들인데, 건강하지 않은 몸과 마음을 이끌고 그 역할들을 다 하려고 욕심을 부리다 탈이 났다.
작년 한 해 동안 큰 사춘기를 맞았었다. 어느 날은 조금 이유를 알 것 같고, 어느 날은 또 아닌 것 같은 날들이 계속 이어지는 와중에 내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역할들을 잘 해내야 한다는 부담과 실제로 잘 해내려는 노력들로 스스로를 몰아붙인 것이 문제였다. 지난 한 해 나는 나 자신을 잘 운영하지 못했다.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구분하지 못했고, 그에 따른 에너지의 분배도 하지 못했다.
오랜 기간 '운영' 업무를 하며, 업무의 크기와 중요도를 고려해 우선순위를 분배하고, 다 못 챙겨도 중요한 것 하나는 무조건 완벽하게 챙겨야 한다는 것을 일로는 아는데 왜 나 자신을 운영하는 것에서는 전혀 몰랐는지 모르겠다.
결론은 가장 중요한 것을 해내기 위해 필요한 좋은 습관 하나를 만드는 것에 집중하려고 한다. 습관을 하나 만들기 위해서는 평균 66일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 66일의 시간이 지나면 그 행동을 하기 위해 죽기 살기의 노력을 하지 않아도 조금의 노력을 기울여도 그것을 하게 되고, 그것을 습관이 되었다고 부른다.
하루하루를 끌려다니듯 살지 않고 잘 썼다고 인지하고, 실제로 잘 쓰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 내가 하고 싶은 것들(운동, 책 읽기, 글쓰기, 집정리, 사색 등)을 하고 하루를 시작하려고 한다. 앞으로 남은 65일 동안 큰 노력을 들여 이 행동을 좋은 습관으로 만들길 바라며, 절반쯤 지났을 때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 한 번 더 공유해야지! 파이팅!
+ 일찍 일어나기 2일차, 아직 별다른 변화는 모르겠으나 이틀 내내 기분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