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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랑 Aug 08. 2024

엄마만 할 수 있는 자랑

내가 만든 예쁜 갈비뼈

임신 5개월이 시작되는 오늘 한 달 만에 아가를 만나는 날이라 설레어 잠을 이루지 못했다. 2주 간격으로 만나다가 한 달이나 기다리려니 정말 하루가 1년처럼 길게 느껴졌다. '책에 본 것처럼 10센티 넘게 자랐을까? 지난 검진 때 봤던 아가는 5.5cm였는데, 두 배나 컸으려나?' 


그동안 궁금했던 것들을 검진 때 빠뜨리지 않고 선생님께 물어볼 수 있게 정리해 본다. 


'종종 이런 증상이 있는데 원인이 있어서 일까요? 그저 평소보다 무리하거나 피곤해서일까요?'

'기분 탓인지 오른쪽으로 누우면 좀 더 불편한데 혹시 아가 머리가 오른쪽에 있나요?'

'혹시 양수가 부족하거나 아기가 머물기에 좁진 않나요?'


안정기로 불리는 16주가 되니 나름의 욕심이 섞인 질문도 추가된다.


'염색이나 파마는 이제 해도 괜찮겠죠?'

'젤네일을 하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사실 이 질문들의 답은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선생님께 한 번 더 확인받고 안심하고 싶은 마음, 일반적인 케이스와 나는 다를 수도 있으니 확실히 하고 싶은 마음이 나의 특정한 행동으로 인해 뱃속에 있는 아가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줄까 봐 항상 걱정인 엄마의 마음인가 보다. 


임산부가 제일 많이 듣는 말 중 하나는 "뱃속에 있을 때가 최고야"인데, 이 말이 어떤 의미인지 알지만 그리 달갑지가 않다. 임신을 하면 당연히 10달 뒤에 아기가 나오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막상 내가 직접 아기를 품어 보니 그렇지가 않았다. 


초기에는 아가의 존재를 엄마가 직접 느낄 수 없기 때문에 매일이 불안의 연속이다. 세포였던 아가가 형태를 갖추고 조금씩 커가는 모습을 보며 '그래 우리 아가는 내 생각보다 더 강인해'라고 마음을 다잡아 보기도 하고, 그러다 특정한 이벤트라도 생기면 아기가 크느라 발생한 일인지 내가 무리해서 뭔가 잘못된 것인지 한 없이 불안에 휩싸이기도 한다. 


이제는 그래도 배를 만져보면 우리 아가가 여기 있겠구나 정도로는 느껴지는 단계라 특별히 머리가 많이 아프거나 배가 아픈 날에는 "우리 아가가 오늘 뭐 만드느라 많이 바쁜가 보네 고생이 많아"라고 응원을 해주기도 할 만큼 아가와 함께 많이 성장했지만, 응원은 응원이고, 그다음 바로 검색을 통해 혹시라도 안 좋은 신호는 아닌지 확인하는 것은 여전하다. 


오늘 검진에서는 초음파를 가져다 대자마자 몸통에 있는 갈비뼈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최근에 확실히 아가가 많이 크는 느낌이 났는데 이렇게 많이 성장하려고 그랬나 보다 싶어 뿌듯한 맘에 자기 전 남편에게 엄마만이 할 수 있는 자랑을 했다.


"우리 아가 갈비뼈를 너무 예쁘게 만들었더라~ 너무 기특하지? 그거 내가 만들어준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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