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지도 춥지도 않은 어느 온화한 날이면 문득 자전거가 떠오른다. 아마 자전거라고 하면 왜? 라는 물음이 이어질 것이다. 나에게 자전거는 카메라와 비슷하다. 좋은 날,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남기는 것처럼 어느 바람 좋은 날, 그날을 기념해서 재밌는 추억을 남기고 싶은 마음이라고 하면 얼추 그럴듯하게 설명이 될 듯하다. 자전거는 초등학생 때부터 즐겨 탔던 기억이 있지만 아무래도 성인이 되고 나서는 자전거를 탈 기회가 없었는데 언젠가부터 다시 자전거에 오르기 시작했다. 이제는 약간 나만의 루틴이 되어서 바깥 활동을 하기에 안성맞춤인 날씨의 봄, 가을 즈음이면 자전거를 탈 마음의 준비를 하곤 한다.
마음의 준비라고 해서 특별할 건 없다. 따로 개인 자전거를 소유하고 있진 않고 집에서 멀지 않은 강변에 위치한 자전거 대여소를 이용하기에 ‘라이딩’에 있어 다른 전문적인 장비나 지식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우선은 일기예보를 확인하고선 같이 자전거를 탈 사람과 약속을 잡는다. 보통은 자전거를 타자고 하면 오케이를 많이 했던 친구나 갑자기 자전거에 꽂힌 친구들과 함께 한다. 요 근래는 친구들보다도 가족들과 라이딩을 다녀왔는데 먼저는 엄마, 그리고 저번 주말에는 동생과 다녀왔다.
뭔가를 하기 전에 준비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짐이 많아질수록 집 밖을 나가기 힘들어하는 내 습성을 잘 알기에 준비물 역시 간단하게 챙긴다. 마실 물, 햇볕을 가려줄 모자, 그리고 간식 정도. 간식은 굳이 챙길 필요는 없지만 중간에 간식 타임을 가지면 지나온 길을 돌아보면서 스스로를 기특해하기도 하고 가야 할 길을 내다보면서 기운을 북돋을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는 데다 소풍 온 것 같은 기분까지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챙기는 걸 추천한다.
벌써 여름이 온 듯이 특별히 더 더운 것 같은 올봄에는 첫 자전거를 동생과 타게 되었다. 성인이 된 이후로 자전거를 타본 적이 없는 동생이다 보니 갑자기 자전거를 타자고 하니 썩 내키지 않는 눈치였음에도 누나의 부탁이라고 특별히 들어준 것이다. 어려서 함께 자전거를 타며 놀았던 기억이 가물가물할 만큼 오랜만에 동생과의 라이딩이었는데 다른 무엇보다도 동생과 시간을 보내게 되어서 즐거운 날이었다.
자전거 대여소에 도착한 우리는 짐이 있으니 바구니가 있는 자전거를 두 대 빌리고 페달을 밟았다. 아쉽게도 모자를 챙겨가지 않아서 내리쬐는 볕에서 자전거를 탔지만 중간중간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더위를 식혀주었다. 그렇게 30분 정도를 달리던 우리는 마침 마주한 정자에 앉아 간식 타임을 가졌다. 그날의 간식은 햄버거였는데 강변으로 출발하기에 앞서 사 온, 할인을 하고 있던 버거킹 와퍼주니어였다. 그렇게 말수 없는 남매는 햄버거를 맛있게 먹고 목을 축인 뒤 다시 자전거에 올랐다. 나는 동생과 나온 게 뿌듯해서 바꾼지 얼마 안 된 폰으로 자꾸만 사진을 남겼다. 동생은 귀찮은 듯이 빨리 찍으라고 하면서 포즈를 취했다. 기념으로 필름 사진도 찍었는데 과연 결과물이 어떨지 기대가 된다.
그날 일을 다시 떠올려보는 지금, 나와 동생이 무슨 말을 하고 얼마만큼의 거리를 이동했는지 보다는 그냥 그렇게 여유로운 시간을 함께 공유했다는 사실이 새삼 대단하고 행복한 일 같이 느껴진다. 원하는 대로, 발길 가는 대로 페달만 밟으면 어디든 슝- 갈 수 있는 자전거에 올라 좋아하는 사람들과 좋은 순간을 남기는 것. 그게 바로 내가 자전거를 타는 이유일 것이다. 부쩍 해가 뜨거워지는데 더 더워지기 전에 서둘러 자전거 약속을 잡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