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치염색

by ㄹ ㅣ

시간이 흐름에 따라 늘어가는 흰머리의 수, 어디까지 늘어날까? 하는 수 없을 때가 되면 찾아가는 미용실. 미용사의 손에 머리를 맡기고 머리가 이럴 때까지 뭐 했냐고 혼 좀 났다가 “그래도 숱은 많아서 다행이에요.” 위로 같지 않은 위로를 받는다.


내 머리는 곱슬이 심해지면 펌을 해야 하고, 한 달에 한 번씩 새치 염색도 해야 하고, 할 일이 많은 머리다. 어느 미용사 말로는 ‘돈 많이 드는 머리’라고. 그분은 웃으면서 농담조로 말했지만 진지해져 버린 그때 나는 헛웃음을 짓다가 한숨을 푹 쉬었던 것 같다.


머리를 하면 단정해지기도 하지만 기분전환이 된다. 단점이라면 오랫동안 한자리에 앉아있느라 생길 수 있는 엉덩이 통증이다. 그래도 잠깐만 참으면 괜찮아지니 감수하는 편인데, 그럼에도 펌을 하는 경우에는 허리까지 통증이 올라온다. 그나마 1년에 한 번 정도의 빈도로 하기에 참아낼 수 있다. 으으 한 자리에 앉아서 몇 시간을 때워야 하다니.


그래도 미용실에 가면 은근히 기분이 좋은 순간들도 있다. 직원이 간간히 말을 걸어주고 불편한 건 없는지 확인하거나 다과를 준비해 주는 등 그 시간만큼은 좋은 서비스를 대접받는 느낌이 든다. 또 간혹 옆자리에서 재미난 수다도 들을 수 있다. 아마 네일아트 받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의 심리 또한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사람은 사람에 의해 치유받는다. 어딘가 아프고 고장 난 것 같은 기분이 들 때, 지난날 자신이 저지른 실수들을 떠올리며 자책하거나 일어나지도 않은 일들을 걱정하면서 스스로를 괴롭히지 말자.


기분이 좋지 않을 땐 고기나 맛있는 디저트를 먹어보거나 달달한 음료를 한 잔 마시거나 친구들과 수다를 떨거나 미용실에서 머리를 해도 좋고 네일도 받아 보자.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았는데도 이전과는 달리 한결 가벼운 마음이 될 것이다. 그나저나 새치 없는 사람들 너무너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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