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하는 재미

작지만 큰 감동을 주는 취미생활

by ㄹ ㅣ

2년 동안 전 세계를 고립시킨 코로나가 지나갔나 했더니 이제 제2의 imf라고 한다. 해도 해도 너무하는 구만. 몇 년 사이에 아주 극과 극을 달린다. 앞으로 또 무슨 일이 벌어질까? 나쁜 일은 그만 일어나면 안 되는 걸까? 말랑하게 생각하다가 큰코다치지 말고 어찌 되었든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변수에 잘 대비해서 빠른 변화를 받아들이고 잘 적응한다면 이렇게 저렇게 한 해를 무탈하게 넘어갈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래도 잘 들여다보면 코로나로 인해 우리가 나쁜 일만 겪었던 건 아니다. 실제로 세계 곳곳의 관광지에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지고 나자 오염되고 파괴되었던 자연이 전보다 더 푸르고 깨끗해졌다고 하는 뉴스가 돌아 한때 회자가 된 일도 있었다.


나 역시 코로나 기간에 긴 시간을 집에서 보내면서 좋은 취미 하나를 갖게 되었다. 때마침 자취를 하면서 정말 오롯이 혼. 자. 집에 있게 되었는데 처음엔 낯선 것도 같았지만 며칠 안 가 왜 이제야 집을 나왔을까, 자취 너무 좋은데? 거의 체질인데? 하면서 금방 적응했다. (혹시 자취 고민하시는 분들은 서둘러하시길 추천드린다) 아무튼 혼자 살면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먹는 부분이다.


그래도 스스로가 생각하기에 기본적으로 음식이나 요리에 관심이 많은 편이어서 그리 큰 걱정을 하진 않았지만, 그러니까 매번 배달을 시켜 먹거나 외식을 하진 않을 거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었던 것 같은데… 막상 텅 빈 냉장고를 마주하게 되니 그나마 그동안은 엄마가 해준 반찬이나 김치나 꺼내 먹을 줄 알았지, 실상 할 줄 아는 게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가끔씩 볶음밥이나 파스타, 떡볶이 정도는 해 먹지만 찌개, 국, 반찬 같이 매일 먹을 음식은 먹고 싶다고 바로 만들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유튜브가 있다. 요즘 사람들은 궁금한 게 있으면 네이버가 아니라 유튜브에 검색을 한다고 할 정도로 많은 세대가 유튜브를 이용하고 있는데, 정말 없을 건 없고 있을 건 다 있는 것이 유튜브의 세계다. 나는 평소 좋아하는 음식들을 검색하고 그중에서도 영상 길이는 짧은데 조회수가 높고 댓글이 직접 만들어 본 사람들의 긍정적인 평가들로 주를 이룬 유튜버의 요리법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


한 때 뷰티 유튜버의 메이크업 튜토리얼을 따라 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검색을 잘해서 좋은 콘텐츠를 찾는 건 이 정보의 바다에 살면서 돈을 버는 것과 같은 의미로 봐도 무방할 정도로 비중 있는 능력이다. 요리도 마찬가지다. 좋은 선생님을 찾아야 싸고, 맛있고, 몸에도 좋은 요리를 먹을 수 있다. 애초에 그냥 돈이 많았다면 셰프를 고용하거나 맛집만 골라 다니거나 하겠지만 안타깝게도 나의 능력은 입맛에 비례하지 않기에 적당한 합의점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꼭 값이 나가야만 맛있고 좋은 음식을 먹는 건 아니라는 걸 누구나 알고 있지 않은가.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듯이 배고픈 사람이 움직이는 게 세상의 이치인데 잘하면 정말 양질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게다가 유튜브 검색 기능은 그리 까다롭지 않아서 몇 분만 투자하면 얼추 내가 원하는 조건의 레시피들을 찾을 수 있다. 그렇게 우당탕탕, 뚝딱뚝딱, 우르르 쾅쾅, 칙칙폭폭, 요리를 하다 보면 맛있는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지만 의외로 보통은 생각보다 맛있다. 남은 재료를 처리하는 점에서 2차 문제가 발생하지만 찾아보면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재료가 남아서 버린다? 그건 남아서 버린 게 아니고 그냥 버리고 싶어서 버리는 거다. 귀찮아서 구석에 밀어 두고 시간이 지나서 변한 걸, 재료 탓을 하면 안 되지 않은가. 물론 우리 엄마한텐 이런 말 안 한다. 도의상 남의 살림은 함부로 건드리는 게 아니다.


차차 요령이 생기면서 조금 비싸더라도 소량 포장된 재료들을 고른다. 채소는 어차피 금방 다 먹어야 하니까 신선도가 엄청 중요한 게 아니라면 할인코너에 있는 걸 사는 편이다. 뭐든지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듯이 나 역시 지금도 버리게 되는 식재료들이 있지만 2년째가 되니 이제는 웬만하면 딱 필요한 것들만 산다. 원래 뭘 사더라도 필요한 것만 사는 스타일이라 가능한 일일 수도 있는데, 그럼에도 가끔 충동적으로 욕심이 불쑥 올라와서 살까 말까 고민이 될 때가 없진 않다. 그러면 처참하게 썩어 문드러져 버려진 재료의 미래를 상상한다. 그런 죄책감에라도 의지해 욕심을 꺾는 것이다. 좋은 상상력은 이렇게 내 지갑 사정과 지구환경에 이중으로 도움이 되기도 한다.


내가 요리를 하는 가장 궁극적인 이유는 잘 살고 싶기 때문이다. 요리는 하면 할수록 기술이 된다. 그러면 뭐랄까, 나는 게임 캐릭터처럼 할 수 있는 기술이 많아진다. 나중엔 이것도 잘하고 저것도 잘하는 사람, 못하는 게 없는 사람, 무슨 상황에서도 살아남을 사람, 그것도 그냥 죽지 못해 버티는 사람이 아니라 아주 재밌게 즐기면서 잘 살아남는 사람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고작 자취 요리 좀 하면서 그런 천하무적 같은 사람이 되겠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쉽게 말해서 요리 기술을 익힌다는 건 적어도 자신이 먹고 싶은 음식은 언제고 직접 해 먹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춘다는 뜻이다. 그런 능력이 하찮은가? 음식이 없으면 사람은 살지 못한다. 자기가 먹을 음식 하나 해 먹지 못하면, 평생을 남이 해주는 음식이나 기다리고 있어야 한다.


누군가는 거 참 요리 하나로 이것저것 엄청 따지네, 맛있게만 먹으면 됐지, 할 수도 있다. 맛있게 먹는 건 중요하다. 나도 배달, 외식 다 좋아한다. 내가 만든 것보다 사 먹는 게 더 맛있을 경우가 더 많다. 하지만 직접 만들어 먹는 건 엄연히 그 의미가 다르다. 맛의 여부를 떠나 뭔가를 해냈다는 성취감과 함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매일은 아니더라도 가끔은 이렇게 나 자신을 위한 요리를 직접 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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