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처음부터

시즌2-6화

by 이로티

절망 같은 상황 속에서, 나는 이 모든 것을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하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대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내가 어딘가에 취업을 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게다가 이미 돈의 맛과 ‘사장’이라는 직책의 맛을 본 어린아이는 결코 남의 밑에서 일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을 흘려보내는 사이, 빚 독촉이 시작됐다.
검은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 집 문을 두드리고, 어머니에게 누가 찾아왔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내 자존심은 점점 바닥으로 떨어져 갔다.
내가 망했다는 사실보다 더 견디기 힘들었던 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까지 내 실패의 흔적을 함께 보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때는 정말 끝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만들었던 회사도, 내가 꿈꾸던 부자의 삶도, 내가 믿었던 내 감각도 모두 무너진 뒤였다.
이제 내게 남은 건 빚과 수치심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운 사람은 어머니였다.


“실패는 누구나 경험할 수 있지만, 그 실패 속에서 일어나는 경험은 아무나 할 수 없다. 지금 당장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면 된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내가 왜 부자가 되고 싶었는지를 떠올렸다.
처음 내가 돈을 원했던 이유는 결국 이 현명한 어머니를 지키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정작 나는 돈을 좇는 동안 가장 소중한 이유를 잊고 있었다.


그제야 정신이 들었다.


나는 다시 움직이기로 했다.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부터 찾기로 했다.
LG U+ 에 등록금을 벌기 위해 들어갔던 것처럼, 이번에도 또 다른 고수입의 기회를 찾아다녔다.
잠자는 시간마저 아까웠다. 핸드폰 요금은 밀리고 밀려 정지가 되기 직전이었고, 그 짧은 시간 안에 나는 반드시 무언가를 시작해야 했다.


처음부터 다시.


그 말은 단순했지만, 그때의 내게는 삶 전체를 다시 끌어올리는 말이었다.
나는 다시 길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새로운 문이 열렸다.


새로운 문을 연 건 한 통의 연락이었다.
짧은 대학 시절 함께 지냈던 선배가 내게 전화를 걸어왔다.


“내가 지금 하는 사업이 있는데, 같이 해볼 생각 없냐?”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또 심장이 뛰었다.
무슨 사업인지,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어떻게 돈을 버는지보다 먼저 ‘사업’이라는 단어가 내 마음을 움직였다.
망하고도 정신을 못 차렸다고 해야 맞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여전히 누군가의 밑에서 일하는 것보다, 내 이름으로 무언가를 해내는 삶에 더 강하게 끌렸다.
나는 바로 전주로 향했다.


선배를 만났을 때 솔직히 처음 든 감정은 실망이었다.
내가 상상했던 ‘사업가’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하지만 이미 시간을 들여 여기까지 온 이상, 나는 웃으며 자리에 앉아 대화를 이어갔다.
선배는 애터미라는 회사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돈이 없어도, 가진 게 없어도, 내 돈을 크게 들이지 않고 시작할 수 있고, 노력만 하면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내 앞에 보상플랜과 프로모션 구조가 펼쳐졌다.
그걸 보는 순간, 심장이 뛰었다.


나는 원래 스스로를 조금 특별한 사람이라고 믿는 구석이 있었다.
남들이 그냥 지나치는 것 안에서 무언가를 먼저 보는 사람이라고, 구조를 읽는 감각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내 눈에 애터미의 시스템은 새로운 세계처럼 보였다.
지금까지 나는 장사만 해왔다고 생각했는데, 그날 처음으로 ‘사업은 시스템’이라는 말을 내 방식으로 이해한 것 같았다.
물건 하나, 가게 하나, 지역 하나를 붙잡고 버티는 방식이 아니라 구조를 만들고 그 구조 위에 내 것을 쌓아간다면, 이번에는 쉽게 무너지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거다.’


그 생각이 들자 너무 쉬웠다.
나는 그 자리에서 선배에게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망한 뒤에도 나는 여전히, 아니 어쩌면 더 절실하게 새로운 철옹성을 원하고 있었다.
그렇게 또 하나의 시작이 열렸다.
나는 이번에는 다를 거라고 믿었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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