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진짜 무너진 건 그다음이었다

시즌2-5화

by 이로티

회사는 이틀 만에 무너졌다.
사람들은 가끔 실패를 이렇게 말한다.


“망했다.”
“끝났다.”
“인생이 무너졌다.”


하지만 내가 겪은 건 조금 달랐다.
내가 진짜로 무너진 건
망한 ‘그 순간’이 아니라
그 이후였다.


사기였다는 걸 인정하는 데는 시간이 걸렸다.
그 형님은 너무 자연스러웠고,
너무 능숙했고,
너무 친절했다.
나는 경쟁자를 친구로 착각했고
악마를 형님이라 불렀다.
계약서를 쓴 다음날
사직서가 날아오고
퇴직금이란 단어가 내 목을 조여 오고
가맹점 전화가 총알처럼 쏟아질 때까지도
나는 마음 한쪽에서
이게 현실일 거라고 믿지 못했다.


그런데 이상하지.
사람은 현실을 인정하는 순간
그제야 현실이 더 선명하게 다가온다.
무너진 건 회사가 아니었다.
무너진 건 내 확신이었다


나는 어린 사장이었다.
말로 세상을 뚫을 수 있다고 믿었고
열정만 있으면 뭐든 될 거라고 믿었고
내가 가진 감각과 운을
‘실력’이라고 믿었다.
나는 그때 돈이 남기 시작하자
이제 내 인생은 절대 흔들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나는 제대로 성공한 게 아니라
그저 성공한 척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망하고 나서야 들렸다.
정적.
전화가 멈췄다.
사람들이 멈췄다.
하루가 멈췄다.

그전까진
하루 종일 전화가 울렸다.
가맹점. 기사. 사무실. 거래처.
그 전화 소리가 내겐 ‘사업’이었고
그 소리 자체가 ‘내 가치’였다.

근데 망하니까
그 소리들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너무 조용해서
오히려 더 무서웠다.


나는 생각했다.
“이제 뭐 하지?”
사업은 끝났다.
사무실도, 기사도, 가맹점도
모두 형님 손으로 넘어갔다.
그럼 나에게 남은 건 무엇일까?
… 빚이었다.


그 형님은 내 대출을 대신 내주겠다고 했지만
그건 도움도, 배려도 아니었다.
그건 내 모든 걸 뺏어가는 마지막 문장이었다.
나는 빚을 안고 빈손으로 나왔다.
내가 선택한 부의 추월차선은
절벽으로 연결된 고속도로였다.


그 시절 나는 정말 이상한 감정 속에 살았다.

억울함?
분노?
후회?

그런 단어로는 설명이 안 됐다.
나는 그냥 부끄러웠다.

친구에게도 부끄러웠고
기사들에게도 부끄러웠고
가맹점주들에게도 부끄러웠다.

무엇보다 나 자신에게 너무 부끄러웠다.


그때 나는
정말 많은 생각을 했다.

‘나는 다시 일어날 수 있을까?’
‘나는 또 사업을 할 수 있을까?’
‘내가 다시 돈을 벌 수 있을까?’

그리고 더 무서운 질문이 올라왔다.

‘나는 또 똑같이 망할까?’


그 질문이 내 목을 조였다.
사업은 망해도 다시 하면 된다고들 한다.
근데 나는 그 말을 믿지 못했다.
왜냐하면
내가 망한 이유가
단순히 운이 없어서가 아니라

내가 어렸기 때문도 아니고
형님이 악랄했기 때문도 아니고
결국 내가 똑같은 사람이었기 때문이라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 이후의 나는
하루 종일 멍했다.
잠을 자도 피곤했고
밥을 먹어도 맛을 못 느꼈다.
술을 마시면 잠깐 잊혔지만
다음날이면 더 깊게 가라앉았다.
그리고 나는 또 한 가지를 배웠다.
성공을 유지하는 건
성공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는 걸.


나는 결국
어떻게든 돈을 벌어야 했다.
사업가의 실패는
실패로 끝나지 않는다.
실패는 ‘빚’이 되고
빚은 ‘시간’을 갉아먹고
시간은 ‘인생’을 갉아먹는다.
나는 다시 수입을 만들어야 했다.
그래서 나는 또 다른 길을 탔다.
그 길이 정답인지도 모르면서.
그저 지금 당장 살아남기 위해.


망한 사람은
쉬지 못한다.
망한 사람은
다시 움직여야 한다.
그게 살아남는 방법이니까.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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