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2-3화
BBQ를 뚫고 나서부터는 모든 게 빨라졌다.
성장은 늘 그렇다.
준비된 성장이 아니라, 폭발처럼 찾아온다.
처음엔 그저 “한 집 잘 뚫었다” 수준이었는데
그 집을 중심으로 주변 상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소개가 소개를 낳았다.
“여기 지금도 기사 대기하나요?”
“여기 배달 안 밀려요?”
“콜비는 얼마예요?”
전화가 오고, 계약이 늘었다.
가맹점이 늘어나자
우리가 가장 무서워하던 문제가 바로 터졌다.
기사 부족.
처음엔 우습게 봤다.
“기사야 뭐 구하면 되지.”
그때의 나는 정말 세상을 몰랐다.
배달이라는 건 단순히 오토바이를 타는 일이 아니었다.
목숨을 담보로 시간을 파는 일이었고
세상은 그 사람들을 너무 쉽게 소비했다.
그래서 기사들은 늘 불안정했고,
늘 떠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우리는 구인 공고를 올렸다.
“콜 많음”
“수익 좋음”
“24시간 운영”
그런데도 안 왔다.
오더가 늘면서
우리 슬로건이 조금씩 부서지기 시작했다.
5분 내 픽업.
10분 안에 배달 완료.
우리는 이 말을 스스로 지키지 못했다.
배달이 밀리기 시작하자
가맹점에서 전화가 빗발쳤다.
“지금 기사 어디 갔어요?”
“왜 이렇게 늦어요?”
“큰 데랑 똑같잖아요?”
그 소리가 내겐 총성이었다.
나는 사업을 하는 게 아니라 전쟁터에 서 있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그때.
과점 업체가 움직였다.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그 업체는 우리를 직접 공격하지 않았다.
우리 기사들을 공격했다.
콜비를 500원 올려줬다.
그게 얼마나 무서운 숫자인지
그때는 몰랐다.
전업기사가 하루에 평균 60~70 콜을 탄다.
콜비가 500원 올라가면
하루에 3만 원.
한 달이면 거의 100만 원.
기사들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없다.
누가 더 주냐, 그게 전부다.
갑자기 기사들이 빠지기 시작했다.
어제까지 우리 회사에서 웃으며 담배를 피우던 애들이 오늘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리고 현실은 잔인했다. 기사 한 명이 빠지면
우리 회사 매출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
우리가 쌓아 올린 신뢰가 무너졌다.
그때부터 나는 계산이 아니라
생존을 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하루 이틀을 버텼다.
나도 친구도 거의 전업 기사처럼 뛰었다.
콜비를 올려서 맞추자는 의견이 나왔다.
하지만 나는 그게 싫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그건 내 자존심이 아니라
회사 구조상 올리면 우리가 손해였다.
콜비를 기사에게 더 주면
건당 수익이 무너지고
수익이 무너지면 결국 우리는 망한다.
친구는 말했다.
“그럼 방법이 뭐야?”
그 질문에 내가 답을 못했다.
그 순간 내 안에서 뭔가가 무너졌다.
사업은 멋있고, 사장은 자유롭고, 돈은 남을 줄 알았다.
그런데 사장은 누구보다 불안했고
누구보다 책임이 무거웠다.
그리고 내 곁에는 나를 믿고 달려온 어린 기사들이 있었다. 나는 방법을 만들어야 했다.
며칠을 밤새워 고민하다가
하나의 생각이 번쩍 떠올랐다.
‘돈’ 말고 ‘이유’를 만들어주자.
사람들은 배달원을 ‘딸배’라고 부른다.
낮춰 부르고, 무시하고, 쉽게 소비한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배달원은 단 한 번의 사고로
인생이 끝날 수도 있는 일을 한다.
그런 일을 하면서도
이 사람들은 늘 불안하다.
월급이 확정돼 있는 것도 아니고
퇴직금이 있는 것도 아니고
누구도 지켜주지 않는다.
그럼 반대로 생각하면,
만약 우리가 그들에게 안정감을 주는 회사가 된다면? 돈이 아니라
‘회사에 다닐 이유’를 만들어준다면?
그렇게 나는 결정을 했다.
우리 회사 기사들에게
복지를 주기로 했다.
웃기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그때의 나는 진심이었다.
1. 근속 1년 차부터 퇴직금 지급
2. 1년 차엔 오토바이 지급
3. 2년 차엔 여행권
4. 오일을 싸게 갈 수 있도록 정비업체 제휴
그런데 복지는 공짜가 아니었다.
나는 대신 조건을 걸었다.
단 두 가지.
1. 매장에 들어가서 인사하고 물건을 픽업하기
2. 손님에게 건네며 웃으면서 말하기
“맛있게 드시고 또 주문해 주세요.”
누군가는 말했다.
“오버하는 거 아니냐.”
“배달이 무슨 서비스직이냐.”
하지만 나는 알았다.
이 작은 행동 하나가
우리를 다른 회사로 보이게 만들 거라는 걸.
처음엔 효과가 없었다.
오히려 친구가 더 불안해했다.
“야 이거 안 된다니까?”
“돈만 나가잖아.”
나도 흔들렸다.
하지만 이상하게
나는 이번만큼은 고집을 부렸다.
이번엔 확신이 있었다.
우리는 결국 ‘사람’을 얻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대성공이었다.
젊은 기사들이 아니라
아버지뻘 기사님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분들은 달랐다.
약속을 지켰고
책임감이 있었고
무엇보다 일을 ‘대충’ 하지 않았다.
기사들이 늘어나자
가맹점도 다시 늘었다.
우리는 다시 밀리지 않았다.
오히려 더 빨라졌다.
가맹점주들이 말했다.
“여기는 기사들이 인사를 하네.”
“여기는 애들이 웃고 오네.”
그 순간부터
우리는 단순히 퀵서비스가 아니라
‘신뢰’로 굴러가는 회사가 됐다.
그리고 돈이 남기 시작했다.
한 달에 순수입이 천만 원이 찍혔다.
처음엔 내가 잘못 본 줄 알았다.
근데 다음 달엔 이천.
또 다음 달엔 삼천까지.
내가 꿈꿨던 숫자가
실제로 찍히는 걸 보면서
나는 확신했다.
내 인생은 이제 완전히 바뀌었다.
친구랑 우리는 매일 비싼 술집을 다녔다.
노래방을 갔다. 돈을 펑펑 썼다.
통장에 남는 돈은 없는데도
나는 불안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내 손에 회사가 있었고
가맹점이 있었고
기사들이 있었고
시스템이 있었다.
나는 절대 망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 형님을 만나기 전까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