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Q 한 집이 내 인생을 바꿨다

시즌2-2화

by 이로티

우리 동네 퀵서비스 시장은 사실 끝난 게임 같았다.
한 업체가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었고, 나머지 업체들은 외곽에서 겨우 버티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그 친구는 옆지역에서 배달을 하며 꿈을 키우다가 고향으로 돌아왔고, 꽤 확신에 찬 얼굴로 내게 말했다.


“지금 뚫을 수 있어.”


그 말이 참 위험하게 들렸다.
위험한데… 너무 달콤했다.
친구는 현장을 알고 있었다.
나는 영업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돈을 벌고 싶었다.


나는 내가 가진 돈을 투자하기로 했고,
친구는 자신이 가진 경험과 사람을 투자하기로 했다.
우리는 역할을 나눴다.
나는 배달 경험이 전무했기 때문에
사무실 운영과 기사 관리는 친구가 맡기로 했고,
나는 돈 관리와 가맹점 영업을 맡았다.
그렇게 우리는 사무실을 차렸다.

어린 사장,
그리고 어린 기사들.
고등학생도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우리가 얼마나 겁이 없었는지 모르겠다.

아니, 겁이 없었던 게 아니라
겁이 뭔지도 모르는 나이였던 것 같다.


사무실을 차리고 우리는 본격적으로 가맹점을 뛰었다. 매일같이 들어가 인사하고, 고개 숙이고, 명함을 내밀었다.
우리가 밀었던 전략은 단순했다.
큰 업체는 점심, 저녁 피크타임에 무조건 밀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는 신생업체라 배달 물량이 적다. 그러니까 우리가 훨씬 빠르고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피크타임에도 안 밀립니다.”
“24시간 운영합니다.”
“라이더도 충분합니다.”

나는 그 말을 거의 주문처럼 외우고 다녔다.
그리고 초심자의 행운인지, 기적처럼
우리는 4 업체의 가맹을 뚫었다.

계약서에 도장을 받던 순간, 심장이 뛰었다.
아… 진짜 시작됐구나.
내가 이제 ‘직원’이 아니라 ‘사장’이 되는구나.
그런데 현실은 빠르게 그 기분을 꺾어버렸다.


과점 시장은 정말 무서웠다.
큰 업체에서 우리 가맹점에 압박을 넣기 시작했다.


“신생업체랑 다시는 계약하지 마세요.”
“우리가 다 압니다.”
“다시 우리랑 계약하려면 콜비 더 받을 겁니다.”


그 말 한마디에 가맹점주님들이 흔들렸다.
그리고 결국 이탈이 생겼다.
사업이란 게 이런 거구나.
꿈같은 성장 스토리는커녕, 시작부터 총알이 날아왔다. 나도 친구도 당황했다.


우리는 뭘 잘못했는지조차 몰랐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왜냐하면 아직도 우리를 믿고 맡겨주신 가맹점이 남아 있었고, 나를 바라보는 어린 기사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나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나는 하루 종일 이 도시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녔다.
어디에 장사가 잘되는 집이 있는지,
어디에 주문이 많이 나오는지,
그리고 그 집들은 어떤 업체를 쓰고 있는지
나는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
장사가 잘되는 집에 일부러 밥을 먹으러 들어가
콜이 잡히는 순간부터 배달 완료까지 시간을 쟀다.
피크타임에 얼마나 밀리는지, 어떤 기사들이 오는지까지 다 봤다. 그러다 문득 생각했다.

‘시장을 뚫는 게 아니라, 동네 하나를 먼저 뚫자.’

우리 지역에는 개발 중인 구역이 있었다.
비싼 아파트들이 올라가고 있었고 앞으로 핵심 지역이 될 거라는 말이 많았다.
나는 그곳을 뚫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그 시작은
그 동네에서 가장 잘 되는 BBQ 치킨집이었다.


그 집은 하루에 배달만 평균 80~120건이 나왔다.
주말 저녁에는 혼자서 배달 100건 이상 만들어내는 괴물 같은 가게였다.
나는 무작정 그 집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사장님을 만났다.

이미 알고 있었다.
그 사장님이 기존 업체와 불화가 있다는 사실을.
그래서 오히려 대화가 쉬웠다.
나는 그 자리에서 말했다.

“사장님, 신생업체라 불안하실 수 있는데요.”
“저희가 이 가게 앞에 라이더 2명을 상시 대기시키겠습니다.”
“아예 근처에 휴식 장소까지 마련해서,
사장님 가게는 절대 배달 밀리는 일 없게 관리하겠습니다.”
“100건이고 200건이고, 밀리게 두지 않겠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호언장담이었다.
그런데 그때는 그것밖에 없었다.
내가 가진 건 ‘돈’도 아니고 ‘시스템’도 아니고,
결국 말 뿐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사장님이 내 말을 믿어주셨다.
그리고 우리는 계약을 맺었다.
그게 시작이었다.


그 BBQ 한 집만으로도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수익을 얻었다.

가맹비 월 30만 원.
콜마다 기사 수수료 300원.
그 한 집만으로 한 달에 200만 원 가까운 수익이 나오는 것 같았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돈이 아니었다.
그 깐깐하기로 소문난 BBQ 사장님이
옆 가게들에 우리 업체를 소개해주기 시작한 것이었다.

“여기 애들 괜찮아.”
“안 밀려.”
“빠르더라.”

그 말이 퍼지자 성장이 따라왔다.
회사는 갑자기 몸집이 불어나기 시작했고
기사가 부족해 나도 친구도 배달까지 뛰어야 했다.
우리는 슬로건을 만들었다.

24시간 운영 / 5분 내 픽업 / 10분 안에 배달 완료

작은 도시의 한 상권이었다.
하지만 그 상권에서만큼은
우리가 점유율 95%를 유지했다.
그때 나는 확신했다.
나는 부자가 됐다.
그리고 내 인생은 이제 탄탄대로라고.
…그 일이 있기 전까지.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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