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갚았다고 끝난 게 아니었다.

시즌2-1화

by 이로티

카드의 연체는 이미 심각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카드사에서 오는 문자와 전화가 나를 붙잡았다.
당장 해결해야 했지만, 그걸 내 힘으로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는 믿지 못했다.
어렸고, 아무것도 몰랐고, 무엇보다 겁이 났다.
나는 가지고 있던 주식과 자산을 다 팔았다.
수중에 있던 현금도 끌어모았고, 그 달에 받은 월급도 전부 카드 막는데 넣었다.
그렇게 하면 끝날 줄 알았다.
그런데도 500만 원이 남았다.
카드를 볼 때마다 잘라버리고 싶은 욕구가 올라왔다.
그렇다고 당장 현금이 아예 없는 내가 카드 없이 살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이 악순환을 끊고 싶은데,
끊으려면 또 그 악순환이 필요했다.

그리고 결국, 나는 마지막 방법을 꺼냈다.
‘친부’에게 돈을 빌리는 것.
그 말이 왜 그렇게 어려웠는지 모르겠다.
직접 얼굴 보고는 차마 말하지 못했다.
전화로 말하면서도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

“아버지… 500만 원만… 잠깐만…”

나는 내가 얼마나 잘 벌고 있는지,
얼마나 빨리 갚을 수 있는지를 강조했다.
괜히 목소리만 커졌다.

“내가 곧 갚아. 진짜 빨리 갚을게.”

결론적으로 그 500만 원 덕분에
나는 ‘오천만 원의 빚’을 청산했다.
웃기지 않나.
한 사람의 인생을 무너뜨릴 수 있는 돈이 오천만 원인데, 그게 또 한 편으로는 ‘해프닝처럼’ 끝나기도 한다는 게.
나는 그때 분명히 배웠다.
카드의 위험성과,
내가 돈을 얼마나 쉽게 생각했는지를.


그 이후 나는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
LG U+에서 당시 최연소, 최단기 점장.
나쁘지 않은 월급을 받으며 근무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부자가 되고 싶어졌다.
틈틈이 책을 읽었다.
주식도 다시 샀다.
사람들은 내가 이미 괜찮은 길 위에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내가 벌고 있는 돈이
내 삶을 만족시켜주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내 나이대에서 벌 수 없는 돈을 벌고 있는데,
왜 나는 이렇게 평범하게 살아야 하지?
이게 내 가장 큰 고민이었다.
그 고민은 곧 욕망이 되었고,
욕망은 어느 순간 내 안에서 터질 듯 부풀어 올랐다


그때 내 친한 친구가 동업을 제안했다.
우리 지역은 이미 퀵서비스 시장이 거의 끝난 판이었다. 어느 한 업체가 점유율의 90% 이상을 가져가고 있었고, 나머지는 외곽이나 작은 업체들이 겨우 살아남는 구조였다.
그 친구는 옆 지역에서 배달을 하다가
“지부를 내겠다”는 큰 꿈을 가지고 고향으로 돌아온 상태였다.
친구는 아이템을 들고 왔다.
나는 돈을 투자할 수 있었다.
친구는 땀과 경험을,
나는 자본과 지식을.
둘이 합치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돈을 안정적으로 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순간 나는 확신했다.
‘이게 내 인생을 바꾸는 기회다.’


그 길로 나는 사직서를 제출했다.
매일 전화에 파묻히는 영업직이 싫기도 했고,
사실 판매가 예전 같지 않아 불안이 올라오던 시점이기도 했다.
사장님은 몇 번이고 다시 생각하라고 했다.
내 또래에서 이렇게 꾸준히 버는 사람은 드물다고도 했다.
내 가게까지 차려주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그 말들은 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누군가의 직원이 아니라,
내가 사장인 삶을 꿈꾸고 있었다.
부의 추월차선을 타려면
반드시 사장이 되어야 한다고 믿었다.
그리고 나는 그 믿음 하나로
안정적인 자리를 걷어찼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건 용기였을까?
아니면 무모함이었을까?
그때의 나는 몰랐다.
그 선택이 앞으로 나를 어디까지 올려주고,
또 어디까지 떨어뜨릴지.
다만 분명했던 건 하나였다.
나는 다시,
돈을 좇기 시작했다.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