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2-7화
그렇게 시작된 애터미 생활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막막했다.
신기하게도 누구도 나에게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지 않았다.
매주 열리는 세미나에 참석하면 성공한 사람들이 무대에 올라와 말했다.
밑바닥 인생을 살던 자신이 이 사업을 만나 인생이 바뀌었다고, 누구나 할 수 있다고, 포기하지 않으면 반드시 성공한다고.
그 외침은 내게 희망이 됐다.
나는 그 무대 아래에서 나 역시 저 자리에 설 수 있다고 믿었다.
처음엔 내가 할 줄 아는 방식으로 움직였다.
예전에 팜플렛을 만들어 집객행사를 했던 것처럼 길거리에서 홍보했고, 아무 가게나 무작정 들어가 제품을 설명하고 판매했다.
나는 생각보다 영업을 잘했다. 제품 판매 자체는 꽤 잘 이루어졌다.
그런데 이상했다.
열심히 뛰는데도 돈이 벌리는 느낌이 없었다.
그제야 보상플랜의 진짜 의미가 보이기 시작했다.
.이 시스템은 단순히 물건을 파는 구조가 아니었다.
사람이 필요했다.
왼쪽과 오른쪽으로 나뉜 라인에 사람이 붙고, 그 사람들이 판매를 하고, 포인트가 쌓여야 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아무리 내가 직접 뛰어도, 내가 직접 파는 것만으로는 절대 크게 벌 수 없는 시스템이었다.
그래서 나는 방향을 바꿨다.
‘어차피 쥐꼬리만큼 버는 돈으로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
그 판단 끝에 나는 물건보다 사람을 팔기 시작했다.
인터넷에 글을 올렸다.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팔았다.
친한 친구들에게 연락해 이게 얼마나 큰 사업인지 열변을 토했다.
나는 진심이었다.
왜냐하면 정말로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1년.
나는 열심히 움직였다.
성과도 아예 없진 않았다. 큰 세미나 무대에서 수만 명 앞에 올라 강연을 하기도 했고, 팀을 만들고 새로운 전략을 짜며 나름대로 성공을 향해 발버둥 쳤다.
겉으로 보면 나도 처음 나에게 희망을 줬던 사람들 중 하나가 되어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이미 빚은 더 커질 대로 커져 있었다.
타고 다니던 차는 경매로 넘어갔다.
당장 오늘 밥을 먹을 돈이 없는데도, 나는 여전히 내일의 성공을 말하고 있었다.
내가 채용하고 함께하던 팀원들은 어느새 선배와 더 가까워져 있었고, 일은 하지 않은 채 매일 피시방을 다니며 놀고 있었다.
나는 습관처럼 영업을 나가고, 습관처럼 사람들에게 연락했지만 더 이상 성장이라는 게 보이지 않았다.
그제야 느꼈다.
내가 팔고 있던 건 제품이 아니라 희망이었고,
그 희망의 끝에서 또 무너지고 있는 사람도 결국 나 자신이었다.
또 실패하는구나.
내 시간을 또 이렇게 버렸구나.
그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을 때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안녕하세요. 이로티님 맞으세요?”
나는 또 빚 독촉 전화겠거니 생각했다.
이제 전화는 반가운 것이 아니라 먼저 숨이 막히는 일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 별 기대 없이 통화를 이어갔다.
그런데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말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앱코 코리아에서 전화드렸습니다. 이력서를 봤고, 스카우트하고 싶은 인재라고 판단해서 연락드렸습니다. 혹시 시간 괜찮으시면 만나서 이야기 나눠볼 수 있을까요? 저희 대표님이 내일 전주에 오시거든요.”
순간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사람이 죽으라는 법은 없구나.
정말 그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애터미에서의 1년 동안 나는 희망을 붙잡고 버텼지만, 결국 내 현실은 더 나빠져 있었다.
차는 사라졌고, 빚은 더 늘었고, 내 손에 남은 건 또 실패뿐이었다.
그런데 그런 내게 누군가가 먼저 연락해 “당신을 만나고 싶다”라고 말한 것이다.
그 말은 단순한 스카우트 제안이 아니었다.
그때의 내게는 다시 한번 살아볼 수 있다는 신호처럼 들렸다.
나는 전화를 끊고도 한동안 멍하게 앉아 있었다.
내가 뭘 잘해서 이런 기회가 온 건지, 이게 진짜인지, 또 다른 환상은 아닌지 여러 생각이 동시에 머리를 스쳤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나는 다시 움직일 수 있었다.
빚에 쫓기고, 실패에 짓눌리고, 자존심이 다 떨어진 와중에도 내 안 어딘가에는 여전히 새로운 시작 앞에서 뛰는 심장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 전화는,
그 심장이 아직 죽지 않았다는 걸 확인시켜 준 한 통이었다.
다음 날, 나는 대표를 만나러 갔다.
그리고 그 만남은 내 인생에서 또 하나의 커다란 전환점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