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을 정리하며, 오늘도 살아낸 나에게
음식이란 건, 참 이상한 존재 같습니다.
하루를 버티기 위한 도구이자, 마음을 위로하는 언어이기도 하니까요.
살아가기 위해선 그저 먹으면 될 텐데, 우리는 때로 음식 앞에서 웃고, 울고, 그리워하기도 합니다. 어떤 날은 너무 맛있어서 눈물이 나고, 어떤 날은 삼키는 한 입이 슬픔처럼 느껴지기도 하지요. 음식은 그렇게 우리 곁에서, 늘 조용히 마음의 모양을 닮아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어쩌면 더 화려한 음식을 먹고 싶은 게 아니라, 그 안에서 ‘나는 괜찮은 사람’이라고 확인받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남들이 먹는 테이블을 부러워했던 것도 ‘나도 다르지 않은 사람’이라는 말을 듣고 싶었기 때문이겠지요.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습니다.
음식은 나의 결핍을 채워주는 존재가 아니라, 그저 나를 살아 있게 해주는 조용한 동반자라는 것을요.
이제는 음식을, 쾌락도 위로도 아닌 그저 ‘지금 이 순간의 음식’으로 받아들이려 합니다. 내가 먹고 싶은 만큼, 필요한 만큼. 부드러운 밥 냄새처럼, 오늘 하루를 지탱해주는 한 그릇으로요.
언젠가 음식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지는 날이 온다면,
그때는 부엌 앞에 서는 일 그 자체로 행복이 되겠지요.
여전히 음식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고, 음식을 마주하는 일이 서툴고, 무언가를 만드는 일도 느립니다. 그럼에도 매일 부엌 앞에 서다 보면, 언젠가는 음식에 기대지 않아도 단단히 설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있으리라 믿습니다.
그때의 나는, 그저 ‘나’로 살아가는 사람.
살아내는 삶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사람이 되어 있지 않을까요.
오늘도 조용히 부엌의 불을 켜고, 내 삶의 한 끼를 준비하러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