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사랑하게 될 거야, 음식을
딩동댕동.
초등학교 시절, 가장 반가웠던 소리. 경쾌한 종소리가 운동장 가득 울려 퍼지면, 숨이 찬 줄도 모른 채 분식집으로 달려갔다. 어제도, 오늘도 인자한 얼굴로 어서 오라며 반겨주시는 아주머니 앞에서, 부끄러움 많던 나도 큰소리로 외쳤다.
"떡볶이 500원어치요!"
종이컵 떡볶이를 든 두 손은 마치 작은 우주를 품은 듯 감싸 잡았다. 주머니 속 천 원 한 장이면, 분식집과 문구점을 내 세상으로 만들기엔 충분했다.
열다섯, 세상의 단맛이 무엇인지도 다 몰랐던 그 시절. 나는 씁쓸함을 씹어 삼키는 법부터 배워야 했다.
갑작스레 찾아온 자가면역질환은 음식과 함께 웃던 나날을 앗아갔다. "우리 뭐 먹을까?"라는 물음이 이렇게나 어려운 질문이 될 줄은 몰랐다. 익숙한 것과 헤어지는 법을 몰랐던 나는 친구들 사이에서 자주 눈가가 촉촉해졌다. 음식 앞에서 자주 망설였고, 눈치가 보였다. 그렇게 음식은 점점 미운 녀석이 되어갔다.
어느 날.
서툰 손길로 차려낸 나물 반찬 가득한 밥상 앞에서 그가 말했다.
"나도 이렇게 먹는 게 좋더라."
그 한마디에 눈물이 터져 나왔다. 입안에서 흐물흐물하게 늘어진 시금치가 입안에 닿자, 오랜 시간 쌓아 올린 미움의 성을 허물어졌다. '이제, 너로 있어도 괜찮아.'라고 말하는 것만 같아서.
그리웠던 건 그 시절의 음식이 아니었다. 함께 웃던 사람 그리고 온전히 나로 있을 수 있는 자리였다.
예전처럼 분식집으로 뛰어가는 날은 다시 오지 않겠지만, 나는 행복하다.
누구의 허락도, 눈치도 필요 없는 오롯이 나를 위한 음식.
고단했던 하루를 조용히 안아주는 음식.
앞으로의 긴 싸움을 함께 견뎌내 줄 음식.
나만의 음식이 만들어지면 경쾌한 종소리가 부엌 가득 울려 퍼질 테니까.
"음식을 다시 사랑하게 될 거야."라고 말하는 대신 오늘도 나는 부엌 앞에 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