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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루미 Aug 20. 2022

동그라미 그리기

인생이란~

그때는 몰랐네다

바위인들 무거울까

꽃인들 나보다 이쁠까

하늘을 향한 꿈은 뉘라서 그대에 더할까


바람은 내 여린 어깨를 감싸고

구름은 나를 쉬어가라 하였거늘


나는 세상이 나를 향해 손짓할 때

서슴없이 마음에 빗장을 풀고 그 품에 안겼고

그 세상에서 진심으로 성실히 임하였고

내 꿈의 향연에 찬사를 즐겼으며

지칠 줄 모르는 에너지로 참 부지런히 살았소

앞만 보고 왔던 어느 순간 길을 잃고

뒤를 돌아다보니


긴 줄로 이어진 동그라미를 그려놓고 뎅그러니  혼자 남아 있구나

쉬지 않고 달렸으니 출발한 곳에서 멀리 떠나온 줄 알았는데 

포물선을  그려놓고 내가 향한 곳은 출발한 그곳이구나

왜 몰랐을까?
내가 이 세상에서 그토록 찾고자 했던 것이 

출발부터 처음의 나를 향해 되돌아가는 것이었고 지표였었음을

처음의 나보다 나은 나를 찾아 떠나왔던 길이 결국 나에게로 가는 길이었음을


나는 반평생을 그려 넣고도 부족한 나를 채우지 못하여 여태도록

나를 그리고 있었는가

완성될 동그라미 위에 마주할 처음의 나를 만남에

나는 부끄럽지 않을 수 있는 삶을 살았는가

나는 처음의 나에게 무엇을 더하였는가

내 정서는 온전하게 유지되었는가

내 정신은 나를 이탈하지 않았는가

내 마음은 나를 지키고 나를 성숙시켰는가

어리석다 말을 하면 어리석을 것이나

세상의 이치는 미리 알려주지 않음으로 

도박 같은 미지의 세계로 나를 인도하는 듯 
홀릴 듯 말 듯 유혹하여 혼미하게 하는가 하면 


욕심을 엊으면 언젠가는 정색을 하고 

불같이 달려들며 내어놓으라고 으름장을 놓기도 하여 

제정신이 들게도 하더이다.
익숙해져서 친해졌으려니 안도를 하며 가까이 가면
어느새 저만큼 달아나 버리는 세월의 장난이었음을

나를 위한 노력은 무엇을 했던가

세월의 장난에 울고 웃었던 나의 지난날은
육신을 고달프게 하여 고웁던 얼굴에 검버섯을 올려놓았고

부질없는 아쉬움에 내 두 손 가득 잡고 내 것인 양 움켜 잡아도

내려놓고 버려야 하는 욕심일 뿐 

내것은 나 하나뿐 인 것을


우리는 모두 빈손으로 소풍 나오듯 왔던 처음의 나에게 

고단한 나를 반납하려 먼길을 돌아가고 있는 중이었음을


더 큰 동그라미를 그리는 것도 중요할 것이나 

반듯하고 단단하여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은
온전한 모습의 동그라미를 완성시켜 가야 하는 것임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처음 세상에 올 때 그때의 모습으로 

동그라미의 두 점이 하나로 되는 그날

산책하듯 즐겁게 왔다가 

편안한 제집을 찾아가듯 즐겁게 돌아가야 하는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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