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슬렁 여행하기

by 이 륙

2주간 밴쿠버에 다녀왔다. 동생을 보러 온것도 있지만, 퇴사 기념으로 그동안 못 떠난 여행을 가자는 목적도 있었다. 4년 만의 해외 여행, 오랜 시간 기다려왔기에 어떻게 보내야 할지, 어떻게 하면 최대로 만끽할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을 했다. 결론은 나답게, 계획 없이, 발 가는 대로, 강제성을 완전히 뺀 여행을 하기로 했다.

그러다 보니 집순이가 돼 버렸다. 지내는 곳이 시내와 거리가 있는 산 중턱 주택인지라 외출을 하려면 큰 결심이 필요했다. 해도 빨리 졌기 때문에 상당히 부지런해야 했다. 그래서 매일 바깥공기를 쐐는 것으로 만족하자고 다짐했다.


동네 산책

아직 겨울에 접어들지 않은 시기로 가로수와 공원, 숲, 저 멀리 보이는 산까지 푸근한 가을색을 입고 있었다. 기온도 그리 낮지 않아 후드티에 자켓 하나를 걸치면 거뜬했다. 공기는 캐나다가 항상 그렇듯, 시원하고 맑았다. 울창한 원시의 숲에서 갓 나온 산소를 마시는 기분이었다. 기억 조작일 수도 있지만, 심지어는 단맛까지 났던 것 같다. 이 완벽한 자연환경은 굳이 시내에에 나가지 않아도 캐나다를 체험하는 것이라고 나를 설득했다.

버스 정류장에 부착된 가라지세일 포스터

버스 정류장에서 찍은 홈메이드 가라지세일 포스터이다. 한 가구에서 서너 가구가 모여 진행하는 소규모 벼룩시장이 열릴 예정이었나 보다. 하나도 전문적이지 않고 중학생 아이가 부모님의 부탁으로 후딱 만든 포스터처럼 보인다.


코퀴틀람 같은 위성도시에는 이렇게 버스 정류장이 간소화되어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여기가 정류장이라는 걸 알려주는 사인이나 벤치, 쉘터는 찾아볼 수 없다. 파란색 철판과 반대편 길게 부착되어 있는 버스 시간표만이 이곳의 기능을 알린다.



파인트리세컨더리스쿨의 입구 사인

스쿨버스처럼 생긴 버스를 타고 산을 내려가면 공원, 고등학교, 대학교, 쇼핑몰 등이 분포한 코퀴틀람시가 나온다. 캐나다는 면적이 커서 그런지 땅을 정말 넓게 쓰는 것 같다.


사진은 파인트리세컨더리라는 고등학교의 입구 사인이다. 더 화려한 입구를 기대했는데, 공을 하나도 들이지 않은 사인을 발견해 재미있었다. 이 학교엔 한국인 학생이 굉장히 많이 재학하고 있다고 한다.

공원에 있는 미니축구게임

파인트리 고등학교 맞은편에는 타운센터파크가 있다. 크기는 보라매공원 정도이다. 호수, 산책로, 육상 트랙, 미식축구와 축구를 할 수 있는 운동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항상 주민들이 호수 주위를 산책 중이며 저녁 시간이 되면 초, 중학교 학생들이 코치와 함께 훈련을 한다. (대항전이 열리기도 한다.).


산책을 하다 미니축구게임을 발견했다. 보통 펍이나 호스텔, 기숙사 로비 같은 곳에 있는 게임을 공원에서 보니 이상했지만 반가웠다. 뒷쪽을 보면 탁구대도 여러 개 배치되어 있다.


살기 좋은 곳

밴쿠버 북서쪽에 위치한 코퀴틀람의 풍경을 소박하게 소개해보았다. 무념무상으로 지냈던 터라 사진도 거의 찍지 않아 더 소개할 것도 많지 않다. 이 동네를 여러 날에 걸쳐 산책하며 느꼈던 건, 학생이 정말 많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중 아시아인 (중국, 일본, 한국, 인도) 학생들이 유독 많았다.


인구절벽에 다다른 대한민국 사회로선 부러운 현상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더불어 웬만한 시설을 모두 갖추고 있어 시내에에 나가지 않아도 충분히 부족함 없이, 불편 없이 지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땅은 넓으나 인구는 적어 흔히 '사람에 치이는' 일 또한 없지 않을까 추측해 본다. 결국 이곳은 적어도 나에겐, 스트레스 청정구역으로 기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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