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사회란 어떤 모습일까?
사회 구성원으로 기업에서 일할 때면 같은 공간에서 있더라도 경험의 차이에 따라 일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름을 자주 느낀다. 특히 사회적인 위치, 세대 간 다른 문화, 성별 등은 차이의 폭을 더 깊게 만드는 요소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막내라는 이유로 심부름을 당연하게 가중시키는 행위나, 노동자들의 수당없는 야근을 당연시 여기는 문화 등에 대한 사회적 문제 의식은 시대의 변화 흐름에 따라 더 커지고 있다.
일상에서 누군가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행위도 사회 변화의 흐름에 따라 의미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과거에는 사회적인 지위나 위치를 이용하여 자신의 권력을 남용하는 문화가 당연시 여겨졌을지 몰라도, 이제는 분명 당연한 게 아닌 시대가 되었다. 나는 젊은 청년으로 언론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발생한 대기업 갑질 논란, 미투 운동 등의 여러 사건을 접하며 이러한 권력 중심의 문화가 아직까지 사회 곳곳의 일터에 남아 있다는 사실에 안타까움과 무력감을 동시에 느꼈다.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 비해 사회적 약자의 위치에 놓여 있는 다양한 노동자들은 일에서 불합리적인 대우를 받아도 현실적으로 참고 눈감아야 하는 상황이 부지기수였다.
불합리적인 상황으로 발생하는 문제는 국내뿐만 아니라 이미 전 세계적으로 심각성이 전해진다. 대표적인 사례가 개발도상국 커피 생산 여성 노동자들이 직면한 불평등 문제다. 전 세계적으로 커피 생산 작업의 80% 이상을 수행하는 농촌의 여성 노동자들이 직면한 불평등 문제는 여성의 인권과 권리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발견하는 촉매제가 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생겨난 운동이 ‘공정무역’이다.
새로운 길을 찾아 지속 가능성 만들기
<2016 아시아 청년 사회혁신가 국제 포럼>에서 만난 ‘아유 리’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태국 치앙마이 지역에서 사회적 기업 ‘아카 아마 커피’를 창업했다. NGO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다 사회적 기업가의 꿈을 갖고 고향으로 돌아가 창업한 그는 농촌의 커피 생산자가 겪고 있는 문제를 비즈니스 방식으로 해결하고 있다.
기자로 아유 리의 이야기를 취재하며 지역 커뮤니티에서 새로운 길을 찾아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를 만들어 나가는 이야기에 큰 용기를 얻었다. 그를 보고 용기를 얻어 나도 계속 아마추어 기자로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에 대해 질문하고 새로운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할 수 있었다.
공정무역커피로 사회적기업 창업한 태국 청년
결과적으로 내가 내린 답은 문화예술로 일상에서 서로 다른 사람들을 인식하고 함께 조화로운 삶을 살도록 돕는 일을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문화예술 현장에서 기대했던 이상과 현실은 달라서 상처도 많이 받았다. 그럼에도 나는 2년동안 문화 프로그램을 기획하며 직업, 성별, 종교, 계층, 연령, 지역이 서로 달라도 일상에서 문화생활을 즐기고 소통하는 과정이 주는 가치를 눈으로 확인했다. 다른 사람들이 모여 생각을 나누고 공유했던 시간은 우리가 서로 달라도 더 나은 상상으로 함께 공존하는 모습을 꿈꿀 수 있는 순간이었다. 일상에서 경험하는 문화 예술활동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조금 더 평등한 관계를 맺고 우리 사회가 건강해지길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