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길을 걸을 사람이 있다면 조금 느려도 괜찮아
누군가가 나에게 20대의 수많은 선택 중에서 가장 잘 한 선택 하나를 꼽으라면 나는 주저 없이 새로운 활동을 하며 다양한 친구를 사귄 경험을 이야기하고 싶다. 동시대에 비슷한 나이 또래의 다양한 성향을 가진 친구들과 같은 공간에서 함께했던 경험은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선명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에버랜드에서 아르바이트하며 처음 만났던 친구와는 어느덧 10년 지기 벗이 되었고, ‘청년위원회’라는 곳에서 대외활동을 하며 만났던 형, 동생들과도 줄타기하듯 아슬아슬하지만 친밀한 관계를 여전히 이어오고 있다. 사실 같은 공간에서 일정하게 활동하는 시간이 지나고, 다시 각자의 일상으로 복귀하게 되면 친구들 대부분과 실질적인 만남은 자연스레 바람처럼 사라진다.
같이 친밀하게 활동하던 시기에 비해서, 다른 공간에서 각자 일과 삶을 병행하는 지금은 오프라인 현실에서 만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줄었거나 아예 관계가 끊긴 것도 사실이지만, 가끔은 온라인 소셜 네트워크 공간에서 서로 연결된 느슨한 관계를 맺으며 옛 시절을 회상하곤 한다. 온라인 공간에서 느슨하게 연결된 관계를 지속시켜 주는 것은 정기적으로 또는 특별한 사건으로 만나는 오프라인 모임이다.
올해 2018년 연말에도 내가 20대 후반에 함께 교육에 대해 공부하며 만났던 동생들과 특별하게 기억될 추억을 하나 남겼다. 서울 옥수동 골목의 밥집과 카페에서 이어진 우리의 송년 모임은 근황 토크와 서로 공감할 만한 비슷한 일상의 고민을 나누며 한 해를 회상했다. 연말 송년 모임이 끝자락에 다다를 때쯤 나는 한 해를 보내는 의미에서 일몰에 맞춰 가까운 공원으로 예정에 없던 가벼운 산행을 제안했다.
원래는 옥수역과 지하철 한 정거장 거리에 있는 응봉역의 응봉산에 오르는 것을 제안했지만, 정해진 계획대로 움직이지 않아도 되는 게 인생 아니겠는가. 우리는 함께 길을 걷는 과정에서 옥수역 가까이에 위치한 달맞이봉 공원을 발견했고 추운 날씨에 가까운 곳으로 목적지를 옮기기로 판단했다. 어차피 산을 오르는 게 목적이 아니라 지는 해를 함께 보고 싶었으니까 어디서 보든 크게 의미는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행길이었던 옥수동 달맞이봉 공원의 봉우리까지 찾아 오르는 과정은 스마트폰 지도가 있음에도 먼 길을 돌아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흔쾌히 동행해준 친구들 덕분에 서울에서 해지는 하늘의 아름다운 모습을 제대로 보는 건 참 오랜만이었다.
사실 높낮이에 상관없이 산은 출발을 어디서 하고 어떤 코스를 선택하냐에 따라 정상에 오르는 길은 천차만별이다. 그중에서도 나는 빠르게 오를 수 있는 가파른 코스보다 느리지만 경사가 완만하여 천천히 오르는 코스를, 사람이 많이 다니는 안전한 길을 조금 더 선호한다. 초행길이라 헤매긴 했지만 우리는 가벼운 대화를 나누며 마주 오는 사람에 길을 물어물어 산봉우리에 도착했고, 넘어가는 붉은 해를 바라보는 순간을 함께했다.
느리고 더 멀리 돌아가는 길이라도 길을 함께 걷는 사람이 옆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걸음이 가벼울 때가 있다. 이처럼 인생의 좋은 친구, 좋은 동반자를 만나 함께 관계 맺는 일의 가치는 좋은 학교, 좋은 직장에 들어가는 것이상으로 중요하다. 앞으로도 좋은 사람들과 주어진 환경을 함께 디자인하는 훈련을 일상에서 더 많이 연습하고, 특별한 순간을 함께 만들어 나가는 마음을 더 가지고 싶다. 그러면 일상이, 삶이, 조금 더 풍족해지고 더 나아질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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