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스타트 강사 활동 2년을 돌아보며
“선생님은 참 한결같아요.”
성동구 드림스타트 센터에서 꿈아날자 강사로 활동하고 약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을 때 한 가정의 아버지께서 나에게 한 말이다. 2년 간 일주일에 1~2회 꾸준히 아이를 만나는 동안 구청의 담당 공무원, 아동 사례 관리 서비스 담당자는 주기적으로 바뀌었지만, 나는 한결같이 아이의 집을 찾았기 때문에 이런 말이 나왔나 보다.
보건복지부 드림스타트 사업의 유일한 청일점으로 편부모 가정에 처음 방문했던 시기는 2014년 11월이다. 기대와 걱정으로 아이의 집에 첫 방문을 시작하여 지도를 시작하고, 2년 남짓 아이를 만나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고 얻었다. 그해 추운 겨울 아이의 눈물을 보면서 아이들이 보다 나은 환경에서 교육받을 수 있도록 돕는 ‘사회적 기업가’라는 두 번째 꿈을 찾게 되었고, 그 과정은 나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영양제가 되어 돌아왔다.
아이의 수업을 맡고 얼마 지나지 않았던 크리스마스 2주 전,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고 소질이 있었던 아이가 수업 시간에 그린 그림을 나는 아직 잊지 못한다. 당시 내가 잠시 건네 준 패드의 그림판에 아이가 처음 그린 그림은 선물상자였다. 선물상자는 특별한 것 이상으로 누려보지 못한 소중한 사랑처럼 느껴졌다.
이 일화는 아이가 마음에 쌓아온 내면의 상처와 외로움을 느낄 수 있는 시초였다. 그 이후에도 아이는 많은 상처와 외로움 속에서 자신과의 싸움을 견뎌내야 했다. 갑작스레 아버지와 연락이 끊겨 홀로 집에서 밤을 보내야 하는 경우도 있었고, 학교 급식이 끊기는 방학 중에는 식사를 거르는 상황도 종종 발생했다.
신기하게도 이러한 상황을 발견하고 지역 사회의 여러 관계기관과 아동의 문제 상황을 해소해 나가면서 아이도 나도 조금씩 성장해 나갔다. 2년이 지나 초등학교 6학년이 된 아동은 어느덧 나의 키를 훌쩍 넘어설 정도로 외형적 변화가 나타났다. 물론 그의 변화가 외형적으로만 나타난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큰 변화는 그 아동이 보여준 마음의 변화다.
아이와 함께 지역의 활동가들이 참여하는 책모임에 가기 위해 길을 나섰던 2016년 겨울의 어느 날, 아동은 나에게 갑자기 이런 질문을 했다.
“선생님 저 어디 변한 거 없어요?”
함께 길을 걷던 아이의 뜬금없는 질문에 나는 곁에 있던 아동을 유심히 살펴봤다. 외형적 변화를 이야기한 나의 대답을 비웃기라도 한 듯 아이는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선생님, 저 지난번에 선생님이 알려준 복지관 프로그램에 혼자 다녀왔어요. 이번에도 선생님 때문에 같이 가는 거예요.”
이 일을 계기로 내면의 상처로 닫혀있던 아이의 마음이 어느 정도 열렸다는 것에 큰 보람을 느꼈다. 돌이켜보면 아동이 내가 추천했던 프로그램에 종종 참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지속적으로 관계를 유지하면서 서로 좋은 관계를 쌓아온 덕분이다. 그리고 좋은 관계의 출발은 나의 마음에 있었다.
아동과 관계를 맺고 있었던 2년의 시간 동안 나는 조금 더 아이의 편에서, 아이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행동하고자 마음을 먹었다. 아이가 보다 나은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친밀감과 신뢰가 형성되었고, 아동은 자신의 편에서 마음을 이해해 주는 내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나의 말을 믿고 따르기 시작했다. 추측 건데 내가 제공하는 서비스가 '자신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어느 정도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관계 속에서 ‘신뢰’를 얻는 일은 절대 한 순간에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아웃라이어>의 저자 맬컴 글래드웰은 큐레이션 시대에서 중요한 정보를 빠르게 넓게 확산되도록 돕는 커넥터(전파자)들이 앞으로 핵심적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앞으로도 신뢰할 수 있는 커넥터의 선택은 콘텐츠 시장에서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이다.
신뢰할 수 있는 커넥터를 만드는 일의 핵심은 시간에 있다. 커넥터로 일관되게 한 분야에서 오랜 시간 꾸준하게 일을 하고 함께하는 사람들과 지속적으로 관계를 유지하며 마음을 나눌 때, 대중은 그 커넥터가 추천하는 연결을 더 나은 방향이라고 믿고 선택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