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통해 배우는 전주한옥마을 여행 태도
9만여 평 부지에 700여 채의 한옥이 모여 있는 전주 한옥마을. 2010년 국제 슬로시티로 지정하면서 관광객이 급증했고, 현재는 한해 600만 명이 다녀가는 관광지로 자리 잡았다. 특히, 전주 여행을 먹거리 여행이라고 칭할 정도로 음식점과 간식거리가 다양하다. 실제로 전주 남부시장의 야시장, 한옥마을 거리의 먹거리는 관광객들에게 단연 인기다.
하지만 관심이 늘어나면 논란도 커지는 법. 지난해 전주 한옥마을은 국제 슬로시티 재지정을 앞두면서 상업화 논란에 휩싸였다. 전주 한옥마을에 영업 중인 꼬치 전문점 20여 곳이 한옥마을의 정체성과 맞지 않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사실 전주 한옥마을의 상업화는 많은 관광객들이 제기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전주는 역사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도시다.
오랜 역사적 배경을 갖추고 있는 ‘전주 한옥마을’
전주 한옥마을의 오랜 역사는 1300년 대 고려 말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주는 조선의 1대 왕 태조 이성계의 본관이다. 태조는 조선의 27명 임금 중 유일하게 전주를 방문한 임금으로 기록되고 있다. 태조 이성계가 남원의 황산벌에서 왜적을 크게 무찌르고 한양으로 올라가는 도중 조선 개국의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대풍가를 부른 곳이 ‘오목대’이다. 오목대에 오르면 전주 한옥마을을 한 눈에 내다볼 수 있기도 하다.
한옥마을 옆에는 태조의 어진을 봉안하기 위해 지어진 경기전이 있다. 이곳을 경기전이라고 칭한 것은 1442년(세종 24)이다. 조선시대에 태조어진은 26점까지 있었다고 하나, 전란과 화마로 인해 경기전에 유일하게 봉안되어 있다. 이외에도 전주향교, 한벽당, 풍남문 등이 역사적으로 의미가 크다. 전주항교는 공자와 그 제자들을 제사 지내는 곳으로, 조선시대에는 국가 교육기관의 역할을 수행했다.
한옥마을에서 한걸음 물러난 곳에 위치한 한벽당은 조선 건국에 큰 공을 세운 최담이 태종 4년에 지은 누각이다. 전주천의 맑은 물을 벗 삼아 풍류를 즐길 수 있다. 전주천의 깨끗한 수질은 한지를 생산하는데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깨끗한 수질과 인근에서 자라는 질 좋은 닥나무는 빼어난 한지 품질을 자랑했다. 예로부터, 한지는 전주의 특산물이었으며 외교문서를 비롯한 국가 중요문서에 한지가 널리 쓰였다.
역사적으로 전주는 1894년 동학농민운동이 일어나며 또 한 번 위기를 겪었다. 이 당시 동학농민운동으로 전주성이 전란에 휩싸이자 태조어진을 위봉산성으로 미안하기도 했다.
전주 한옥마을을 보존하기 위한 역사적 노력
사실, 전주시 완산구 교동과 풍남동 일대에 한옥촌이 형성된 역사는 채 100년이 되지 않았다. 1907년 일제는 도시계획의 일환으로 전주부성 성곽과 성문을 모두 철거했고, 풍남문만 남게 됐다. 전주부성 가운데 남쪽 성문을 풍패향 전주의 남문이란 뜻으로 풍남문이라 한다.
일제의 쌀 수탈이 절정에 달했던 1930년대, 일본인 상인들은 허물어진 성곽으로 들어와 일본식으로 집을 짓고 상권을 형성했다. 이때, 일본인들의 세력 확장에 대한 반발로 선비들이 한옥마을터에 모여 기와지붕을 얹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후, 전주 한옥마을이 보존을 시작하게 된 것은 1977년이었다. 당시 전라선 철도를 이용해 전주 기린로를 지나던 박정희 대통령이 “한옥 보존지구로 지정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내면서였다. 그 후에는 1999년 전주 생활문화특구로 지정됐고, 2002년 전주시가 한옥마을 관광지로 조성하기 시작했다. 2010년에는 국제 슬로시티로 지정되었다. 그리고, 지난 2015년 11월, 국제 슬로시티 연맹의 실사가 이뤄졌다.
전주 한옥마을 여행 어떻게 다닐까?
논란이 되었던 한옥마을 상업화를 해소하여 주민과 상인, 관광객이 상생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상업화된 시설도 문제지만 관광객의 여행 태도도 중요하다고 본다. 여행을 어떻게 다닐 것인가? 필자는 지난 전주 여행에서 남부시장의 야시장을 찾아 유명한 음식을 맛보고, 한옥마을의 맛있는 간식거리를 줄 서서 먹었다. 유명한 곳이니 그냥 지나치면 손해일 것 같았다. 물론 한옥마을과 경기전, 전동성당, 향교 등을 둘러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빠르게 둘러봤다.
생각해 보니, 필자의 여행 태도가 빠르게 움직이는 ‘먹거리 여행’ 중심에 조금은 가까웠던 것 같다. 다음에 전주를 방문할 때는 태도를 한번 바꿔봐야겠다. 빠르게 움직이는 먹거리 여행 중심에서 느리게 걷는 역사 여행 중심으로 말이다. 물론, 지난 여행에서 못 먹어본 다양한 먹거리도 먹어 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