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 소통하는 좋은 그림의 가치

작은 여유가 일상을 더 의미있게 해준다

by 이상국

국민화가라는 별명을 지닌 모지스 할머니의 작품에는 그의 삶이 담겨있다. 농장 일을 하던 모지스 할머니가 세상을 먼저 떠난 어린 자식들을 생각하며 그린 <언덕 위의 느보 산>은 마음에 큰 위로가 되었다고 전해진다.


<언덕 위의 느보 산>에는 모지스 할머니의 삶의 오랜 추억과 가족에 대한 진심 어린 애정이 담겨있다. 엄마라는 역할로 평생토록 자녀들을 키우느라 자신의 재능 돌보기는 뒷전이었던 그녀가 국민화가라는 별명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75세 이전까지의 삶의 경험을 그림이라는 매개체로 새롭게 바라봤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그림의 출발은 어디서 시작할까? 삶에서 시작하는 그림은 인생을 위로해 주고 세상과 소통하는 매개로 큰 의미를 지닌다. 누군가의 인생 여정이 묻어있는 그림, 개개인이 처한 상황과 경험이 투영된 그림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한 사람의 삶으로 남아 있게 된다.


서양 미술사에서 가장 위대한 화가로 여겨지는 고흐의 그림과 영국의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 그림이 오랜 시간 흘러서도 많은 대중에게 사랑을 받는 이유는 그림에 작가가 인생에서 느낀 혼란과 그림에 표현한 누군가에 대한 애정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의 많은 사람들이 챗 바퀴 돌 듯 반복되는 바쁜 일상 속에서 자신의 삶을 잊은 채 인생을 살아간다. 빠르게 흘러가는 삶에서 내가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생각할 여유가 없다. 그러면서 우리는 인생의 소중하고 중요한 질문을 잊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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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반해 우리의 삶에 그림이 한 부분을 차지하게 되면 반복되는 일상을 관찰하고 해석하고 표현하는 힘을 갖게 된다. 어쩌면 그림은 인생의 희로애락의 순간을 잘 관찰하고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선물과도 같다. 그림 소재를 찾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인생에 대해 생각하게 할뿐만 아니라, 그림 그리는 행위로 인해 평범하고 지루할 수 있는 일상에 특별한 의미가 생기기도 한다.


그림으로 일상을 관찰하고 표현하는 힘


일상에서 매일 보던 가족의 얼굴, 매일 오고가던 거리의 풍경도 그림을 그리게 되면 다르게 보이는 순간이 나타난다. 이러한 순간을 즐길 수 있는 작은 여유가 일상을 조금 더 의미 있게 해준다.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도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어떤 그림을 그려야 하는지 정해진 정답은 없다.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어떤 자세로, 어떤 눈높이로 세상을 바라보고 그림을 그리느냐다. 뛰어난 재능이나 기술로만 좋은 그림을 지속하여 그리긴 어렵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그림에 담긴 삶의 탐구와 인생의 실천아닐까.


각자의 다른 인생이 있기 때문에 서로 다른 특색 있는 그림이 나온다. 좋은 그림은 한결 같은 일상을 치열하게 밀어 나아가는 흔적과 기억에서 시작되고, 그 사람의 바른 삶의 흔적이 그림에 담길 때 비로소 좋은 그림의 가치가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