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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국 Dec 25. 2018

다양한 삶의 방식을 존중하는 문화

도시의 다양성을 지켜야 한다

변화가 빠른 도시에서의 삶이 가끔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동네에 새롭게 생긴 공간을 탐방하고 잘 디자인된 밥집에서 맛있는 식사를 할 때는 신나고 즐겁다가도, 동네에서 오래된 식당이나 세탁소가 갑자기 사라지는 모습을 볼 때는 뭔가 아쉽고 섭섭한 기분이 든다. 


도시의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이 반갑기도 아쉽기도 한 게 참 아이러니하다. 우연한 기회에 성수동에 터전을 잡았지만, 이제 동네는 나에게 삶터와 일터, 심지어 쉼터까지 일치하는 공간이 되었다. 점심에는 직장인으로 가끔 새롭게 생긴 공간에서 밥을 먹고, 저녁에는 주민으로 동네에 오래된 식당에 찾아가 밥을 먹는 일이 자주 반복됐다. 그리고 쉬는 주말에는 가끔 서울숲에 산책을 나간다.


막 목련 꽃이 올라오던 지난 봄, 자전거를 타고 서울숲을 거쳐 내가 일하는 카페 앞을 지나다 우연히 들었던 대화가 아직도 잊혀 지지 않는다. 성수동 동네 주민으로 보이는 젊은 친구들이 카페성수에 대해 나누는 대화가 귀에 닿는 순간 나는 머리를 한 대 맞은 듯 멍한 기분이 들었다.

"내 친구들 집이고 아저씨들 집이었는데, 유명한 카페가 됐어.“     

여자의 말에 같이 걷던 남자가 물었다.     

"그럼 지금 그 친구들 뭐해?"
"이사 갔어 멀리."     


당시 순간에는 여자가 느꼈을 감정이 어떤 느낌인지 잘 몰랐다. 단지, 처음으로 지역 주민들의 입장이 나의 피부 깊숙하게 직접적으로 전해진 순간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여자가 느꼈던 감정을 나도 조금은 이해하게 됐다.


성수동에 새롭게 생긴 공간이 점점 많아지는 만큼, 이제 내 기억에서만 존재하는 공간과 사람도 점점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월이 변하고 공간이 변화하면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던 나이 지긋한 어르신과 아주머니의 손맛도, 또 그 공간을 찾아오던 동네 근로자들의 모습도 자연스레 자취를 감췄다. 동네의 변화 흐름에 발맞춰 성수동에는 모두 떠나거나 사라져서 얼마 남지 않은 유일한 것과 이제 처음 생겨나기 시작하여 유일한 것이 공존하게 되었다. 골목 사이사이에 새롭게 들어 온 예쁜 카페와 세련된 식당은 주말이 되면 젊고 새로운 외부인들이 찾아오는 서울의 핫플레이스로 유일한 가치를 뽐내고 있다.


그에 반해, 오랜 시간 성수동을 지탱해 온 작은 공방이나 공장과 같은 전통적인 상업 공간, 주민들이 일상으로 이용하던 작은 세탁소와 목욕탕 등의 대중 이용 공간은 점점 자취를 감추어 이제는 소수가 유일하게 남아있다.

낡고 오래된 것을 새롭게 창조한 공간은 성수동 역사의 단면을 축소하여 보여준다. 중요한 점은 사회의 변화 흐름과 함께 사라지고 떠나서 유일해 진 것이든, 남들과 다른 모습으로 창조하여 만든 유일한 것이든 둘 다 오직 하나라는 점은 마찬가지인 사실이다. 특히 마을이라는 커뮤니티 안에 각자만의 개성을 내뿜고 있는 콘텐츠들이 다양하게 혼합되고 공존하는 모습은 도시 어디에서도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유일한 풍경이다.     


서로 다른 성질의 유일한 것을 바라보며 도시가 어떻게 조화를 이루고 공존해 나가야 할지 호기심을 갖게 되었다. 동물이든 공간이든 어떤 대상이 유일해 지면 공통적으로 관심이 집중되기 마련이다. 사라져서 유일해 지는 것에는 생명 다양성을 지키려는 사람들로 대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새롭게 창조하여 유일해 진 것은 다양한 가치 기준으로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욕구와 미적 취향에 맞춰 기획된 디자인이 빛을 발휘하여 관심으로 이어진다.


나는 같은 듯 다른 유일함이 ‘다양성’이라는 이름으로 서로 조화를 이루고 어울릴 때 더 아름다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양성이 사라지면 도시는 활기가 떨어진다. 그래서 우리는 도시의 다양성을 지켜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하게 지켜야 할 점은 도시에 사는 다양한 사람들의 삶의 스타일을 존중하는 문화가 아닐까 싶다. 서로 다른 사람들을 인식하고 함께 조화로운 삶을 사는 것, 어쩌면 혼란스러운 도시 생활을 즐기는 현명한 방법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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