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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아트 Jul 07. 2020

융복합 예술 오늘과 내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Art & Tech 플랫폼 특별 기고

예술과 과학의 융합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은 4차 산업혁명과 조우하고 있는 시대이다. 유럽에서는 예술과 과학을 중심으로 한 융복합 문화가 30~40년 전부터 일찍이 시작되어 현재도 꾸준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프랑스, 영국, 오스트리아 등 문화선진국의 융복합 사례를 살펴보고, 이를 바탕으로 국내 아트앤디지털테크 창작지원사업분야의 향후 방향성을 모색하고자 한다.      


르라보라투와예술과 비예술 그 멈추지 않는 도전     


프랑스 르라보라투아에서 개발한 전자포토앨범(위), VR 착용 모습(아래) 사진=르보라투아 홈페이지(https://www.lelaboratoire.org)


문화 예술 강국인 프랑스에는 예술과 과학의 협업 실험을 지원하는 문화예술기관인 ‘르라보라투와(Le Laboratoire, 한국어로 실험실을 뜻함)'가 있다. 르라보라투와의 경우 전문가들이 자기분야 외에도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습득하고 토론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일찍부터 예술과 다양한 분야의 협업이 맘껏 펼쳐지고 있다.      


연구지원과 전시와 공연 기능을 통합한 이 재단은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고 일반인들과 함께 공유하고 토론하는 전시회를 주기적으로 개최한다. 공연예술가와 과학자, 음악가와 수학자 등이 협업해 작품이나 결과물을 만들고 시민과 공유하고 토론의 장이기도 하다.     


유럽의 문화예술 강국인 프랑스는 과거의 식민지 건설 역사와 현대까지 이어진 이민 문제라는 현실속에서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타 문화와 분야에 대한 존중과 관심어린 성숙한 사회적 분위기가 깔려있다. 그러나 이런 프랑스도 초창기에는 예술이 기술에 지나치게 부수적으로 결합됐던 문제점도 지적됐었으나 어느덧 문화예술이라는 특성을 고려해 기존과는 달리 차별화를 둔 창의적 방향 설정으로 르라보라투와의 새로운 융복합 실험을 통해 유연하게 표출하고 있다.      


이제 예술과 생물학 영역의 유전자와 관련한 생명분야 융복합까지의 시도를 진행중이며 새로운 감각과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고자 하는 예술가들과 비예술가들의 시도는 멈추지 않고 있다.   


브리스톨 워터셰드예술기술 그리고 도시재생까지   

   

영국 최초의 미디어센터인 브리스톨 워터셰드의 전경 사진. 사진=브리스톨 워터셰드https://www.watershed.co.uk/about-us


영국의 최초 미디어센터인 브리스톨 워터셰드(Bristol Watershed)는 예술, 건축, 문화를 접목한 다양한 융복합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기관이다. 문화예술을 통한 도시재생을 이뤄낸 유럽의 성공사례 중 하나로도 유명하다. 2010년 국제미래포럼의 한 보고서는 워터셰드를 다양한 시장과 경제 속에서 발달하는 창의적인 생태계의 모습을 하고 있으며, 새로운 예술작품과 과학 발명품을 동시에 구축한다고 표현했다.      


영국의 창조산업을 이끌고 있는 이곳의 프로젝트로는 예술과 기술을 결합해 도시 내 공용 공간을 재미있게 변화시키는 ‘플레이어블 시티(Palyable City)’, 스마트폰으로 도시의 공공시설물과 메시지를 주고받는 ‘헬로 램프 포스트(Hello Lamp post)’, 골목 가로등에 설치된 카메라가 지나간 사람들의 그림자를 저장해 다음 사람에게 보여주는 ‘쉐도잉(Shadowing)’ 등이 있다. 브리스톨 도시 자체가 융복합을 통한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혁신의 주체이고, 지역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워터셰드가 펼치는 프로젝트의 일원이 되도록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영국 잉글랜드예술위원회의 주도 아래 다양한 민간 기관과 기업들과 협업하고, 시민들의 적극적인 협력을 바탕으로 영국 전역은 물론 해외 관광객의 발길을 이끌어 낸다.     


아르스 일렉트로니카아트페스티벌에서 국가 관광산업으로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페스티벌 2019> ‘디지털 혁명, 그 중년의 위기를 뛰어넘어서' 사진=아르스 일렉트로니카 홈페이지(http://archive.aec.at/pic/)


모차르트와 베토벤의 불멸의 음악 혼이 살아 숨 쉬는 오스트리아에서는 세계 최초, 최대 규모의 아트페스티벌이 매년 개최된다. 올해로 41년을 맞이한 아르스 일렉트로니카(Ars Electronica)는 예술과 기술, 그리고 사회를 위한 축제라는 모토로 1979년 공업도시 린츠에서 시작됐다. 당시엔 2년마다 개최되다가 1986년부터 매년 9월에 열리는 행사로 탈바꿈해, 예술가와 과학자, 연구기관의 협업을 통한 문화와 예술의 만남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알려주고 미래 예술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다.      


행사명에서도 읽혀지듯, 최초에는 전자 음악을 발표하는 프로젝트성 프로그램으로 출발한 이 행사는 20명의 예술가, 공학자들이 주축이 돼 출범했는데, 2019년에는 무려 50여개 국가에서 1,450여명의 예술가, 기술자, 과학자가 참여했고, 11만 명이 넘는 전 세계 관람객들이 참여해 성황리에 마쳤다.    

  

미디어아트페스티벌의 발전이 문화와 관광 융합분야로까지 확장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국내 융복합문화예술분야의 내일은     


필자의 유럽 유학 생활 당시 예술가, 기획자, 연구자, 개발자들의 다양한 협업들이 어떻게 사회를 선도해 나가는지 근거리에서 체험했다. 그들은 예술을 미래 산업을 이끌어갈 영감의 원천으로 여기고 각 산업의 미래 발전에 지대한 영향력을 가진 중요한 가치산업분야로 여긴다. 유럽 각국의 도시별로 짧게는 10년, 길게는 40여년 넘게 전 세계 융복합 예술 실험을 선도할 수 있는 이유도 이러한 예술가치부여가 한몫을 한다. 각기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그들의 경계를 허물고 시민과 함께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야말로 4차산업혁명시대에 걸맞는 예술과 테크가 선도해 나가야 하는 지향점이다.      


세계 각지의 전문 연구자, 예술가들과 인적 교류는 물론이거니와 전시, 공연, 레지던시, 랩, 컨퍼런스 워크숍, 디지털 콘텐츠 등 아트테크와 관련한 전시 기획 및 연구진들의 성과 수집 등을 꾸준히 이어갈 교류의 장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필자는 세계 최대 규모의 아트페스티벌인 아르스 엘렉트로니카 미디어페스티발의 경우도 오랫동안 전 세계인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이유 중 하나가 [미래 예술을 위한 미술관]이 밑바탕이 되어주기 때문으로 본다.      


일회성 전시기획과 아카이빙이 아닌 축적된 결과를 다른 분야에도 확대 적용할 수 있는 유의미한 일로 거점 공간 마련에 관한 구상이 본 사업의 미래 방향성에 관한 정답을 제시할 수는 없겠지만, 다양한 네트워크의 활용 장으로서 또한 미래예술의 소장과 연구 그리고 교육의 장으로서 활용된다면 논의 필요성은 이미 충분하다.      


앞으로 계속 성장해나갈 국내 융복합문화예술 분야의 노하우는 계속해서 축적될 것이고, 전시기획 및 운영 자료도 쌓여갈 것인데 그것을 한곳에 모아서 시민들과 함께 나누길 바란다. 


이상미는 이상아트 대표로 프랑스 정부 산하 문화 통신부로부터 ‘프랑스 문화 자산 및 문화 서비스 전문가’ 자격증을 외국인 최초로 수석으로 2010년에 취득했다. 파리 현대 미술 갤러리 및 드루오 경매회사에서 실무를 경험했다. 문화예술 전시 기획자, 칼럼니스트, 강연자로서 문화예술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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