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파민의 불장난
가르치는 일을 좋아했다. 영문법을 가르치는 것을 잘했고, 좋아했다. 단순 암기를 넘어 이해하기 시작했을 때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해소의 경험을 했다. 나와 같은 교육을 아직도 받고 있는 학생들을 돕는 것에 유사한 해소감을 느꼈다. 필요를 채워주는 것은 나에게 중요한 가치다. 살아있음을 느낀다. 자기 효능감을 느끼는 것임에 분명하다.
진로가 막막했던 제자들이 있다. 영문법을 가르쳤고, 미국 대학 입시를 도왔다. 5년이 지났다. 대학생활을 즐기고 있다. 같은 도시에 사는 제자들을 집에 초대해 주말에 시간을 함께 보냈다. 국가대표 축구 경기를 함께 보고, 제일 좋아하는 숯불 삼겹살과 볶음 짬뽕을 요리해서 함께 먹었다. 한국 찰옥수수를 쪄내고, 하겐다즈 마차 아이스크립과 노티드 도넛을 먹고, 매실차와 드립커피를 마셨다. 짜릿한 쾌감을 주는 도파민이 가득한 연애이야기로 시작해서, 의미와 만족을 주는 세로토닌이 잔잔히 깔리는 대화로 마무리했다. 일상의 영화 같았다.
작은 식탁에 함께 둘러앉았다. 좋은 태도를 가진 친구들을 진심으로 응원했다. 결과보다 과정에 집중하는 태도가 변하지 않았다. 성취의 결과만큼 과정이 주는 의미를 더 선명히 보는 눈을 가진 그들이 자랑스러웠다. 나를 여전히 선생님이라 부르는 그들에게 고마웠다. 실패의 경험을 어려움 없이 나눌 수 있는 우리의 안전한 관계가 여전히 좋았다.
우리는 짧은 영상을 함께 보고, 서로에게 질문하는 15분의 시간을 매주 갖곤 했다. Why Meeting이라고 불렀었다.
https://youtu.be/99hbLq8YX7c?si=aJTh1djYUxI8wVJm
실패를 축하받았다는 가수였던 변호사 이소은의 일화를 나누었다. 유학 중 꼴찌 한 딸에게 건넨 부모님의 축하 선물과 메시지. 오늘의 실패가 내일의 기회에 밑거름이 될 것임을 미리 축하하는 엄마의 따뜻한 목걸이 선물과 편지를 상상해 보며 괜히 내 마음이 따뜻해졌다.
'너의 실패를 축하한다'는 메시지는 실패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한다. 낯선 땅에서 공부하며, 비슷한 감정을 느낄 제자들도 공감했다. 실패를 통해 얻는 경험이 미래에 큰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부모님의 말은 안정감과 평온함을 느끼게 해 준다. 단기적인 성취가 아닌 장기적인 성장 과정을 지지하는 세로토닌의 이야기.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쇼츠를 돌려보면 잠을 깨우는 것이 싫었다. 아침부터 도파민에 절여지는 느낌이 다소 불쾌하다. 딱히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기 전까지 하는 행동이 없었다. 머리가 복잡해지면 나는 표정관리가 잘 안 된다. 웃상도 아닌데, 표정이 좋지 않으면 아침부터 나를 만나는 사람은 불편하다. 고치고 싶다.
지인이 선물해 준 핸드드립세트를 사용해 보고 인증샷을 찍어보내고 싶었다. 짬이 나지 않아, 이른 새벽에 일어나서 조용한 시간에 차분하게 커피를 내려서 마셨다. 일어난 김에 가만히 앉아서 글도 썼다. 성경을 짧게 읽기도 하고, 시간이 남아 노션에 기도문을 쓰기도 했다.
이른 새벽의 고요함, 조용히 콩을 갈아서 보글보글 끓는 물을 잠깐 식혀 커피를 내린다. 에어컨이 제일 잘 나오는 서재는 살짝 춥다. 외투를 입고 서재 책상에 앉아 기도문을 쓰기도 하고, 몸이 이 패턴에 익숙하지 않은 지 가스가 차고 방구가 나올 것만 같아서 자세를 바꿔 의자에 머리를 박고 꿇어앉아 기도하기도 한다. 기분이 좋다. 세로토닌이다.
처음에는 새벽에 일어나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뇌가 새로운 루틴에 익숙하지 않아 도파민 보상이 부족했다. 선물 받은 드립세트가 외부적 동기가 되어 새로운 행동을 시작하게 했다. 나는 아침부터 소셜미디어나 쇼츠로 받는 도파민을 싫어하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정해주었다. 동시에 나는 세로토닌이 주는 지속적인 만족감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내게 말해준다. 반복되는 행위가 습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오늘도 이 글을 쓰면서 '거 봐, 이게 더 좋잖아'라고 내게 말해준다.
도파민은 짧고, 쉽고, 빠르다. 세로토닌은 의식적이고 의도적이다. 높은 세로토닌 기반 위에 도파민 파동을 만드는 것이 성장에 가장 좋겠지만, 도파민은 불장난을 잘한다. 혼자 의도하고 계획하고 실행하는 것보다 함께 하는 것이 훨씬 좋다. 그래서 좋은 친구가 필요하다. 당신도 나도. 우리가 그런 친구가 되어주자. 그런 영화 같은 일상을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