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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원쌤 May 09. 2021

학교교육과정과 특색

#성취기준#지역성취기준#학교성취기준#교사성취기준

학교교육과정과 학년(교실)교육과정에 특징 살리기



제6차 교육과정부터 우리나라 교육과정에 '지역화'라는 말이 등장하기 시작했죠.

분권화, 지역화, 자율화라는 말은 국가수준교육과정을 기반으로 한 각 지역의, 각 학교의, 각 교사의 특성을 담으라는 의미와 같답니다. 그런데 실제 우리들이 사용하는 교육과정을 살펴보면 각 지역의, 각 학교의 특성을 살리기가 쉽지 않음을 알 수 있어요. 예를 들어 경기도의 경우엔 '혁신교육'이라는 시대의 화두를 꺼내 들고 그것을 중심으로 한 지역교육과정 구성이 가능했지만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난 지금엔 전국의 거의 대부분의 교육청도 경기도의 혁신교육과 비슷한 지역교육과정을 제정하고 학교에 안내하고 있죠. 그러다 보니 국가수준교육과정에서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이는 교육과정을 전국 대부분의 학교들이 사용하는 현재의 상황이 있는 것이죠.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각 지역에 맞는, 지역화, 분권화, 지율화라는 취지에 어울리는 교육과정을 개발할 수 있을까요? 여기서 중요한 단어는 '개발'입니다.


교육과정을 사용하는 교사와 개발하는 교사


우리나라 교육과정은 그 시대에 필요한 교육방향을 설정하고 그것을 교사들에게 '성취기준'이라는 것으로 제시하고 있답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죠.


국가성취기준 : 우리 지역을 대표하는 유무형의 문화유산을 알아보고, 지역의 문화유산을 소중히 여기는 태도를 갖는다.


위의 성취기준이 몇 학년에서 적용되는지도 안내되어있고, 성취기준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안내를 위해 '교과서'를 만들어서 전국의 학생들에게 배부하는 식이죠. 그런데 국가성취기준은 결국 전국이 대상이다 보니 자세히 혹은 어느 특정지역의 특색이 반영될 수 없는 것이죠. 그렇다면 이 국가성취기준을 지역에선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요?


지역성취기준 : 경기도 문화유산을 대표하는 수원화성을 둘러보고 그 의미를 새겨본다.


국가성취기준에서 '우리 지역을 대표하는'이라는 부분이 있죠. 그 부분을 경기도 지역에선 '경기도 문화유산을 대표하는'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이죠. 만약 대구라면 대구의 문화유산이 될 것이고요. 이렇게 지역교육청에서 제시하는 것은 각 학교에서 기준이 될 수 있죠. 그러면 이 지역성취기준을 가지고 학교성취기준은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학교성취기준 : 고양시를 대표하는 행주산성을 둘러보고 고양시의 문화유산을 소중히 여기는 태도를 갖는다.


네, 맞아요. 학교가 속한 고장을 중심으로 서술되는 것이죠. 국가나 지역에 비해 더 구체적인 느낌이 드시나요? 이렇게 학교에서 큰 틀을 정해주면 교사들은 학급 혹은 학년의 교육과정을 구성하며 기준으로 삼을 수 있죠. 이렇게 말이죠.


교실성취기준 : 고양시를 대표하는 행주산성을 둘러보고 행주산성을 지역주민들에게 소개하는 활동을 통해 문화유산을 소중히 여기는 태도를 갖는다.


어떤가요? 각 단계별 교육과정이 조금씩 달라짐을 느끼시나요? 특히 교실성취기준은 단순히 고양시 문화유산을 알아보고 소중히 여긴다는 태도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수업방법도 들어가 있는 것을 보실 수 있어요. 왜냐하면 교실에선 아이들과 직접 실천하는 것이 주된 수업이 될 수 밖엔 없으니까요. 그래서 교육과정 중에서 가장 현실성 있는 교육과정은 단연코 교실교육과정이 되는 것이죠. 


그렇다면 이런 교육과정을 구축하기 위해서 우리가 할 일들은?


일단, 지역교육청에서 이런 식으로 국가성취기준을 변경할 수 있음을, 그리고 그 예를 다양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 생각해요. 그래야 각 학교에서 참고하기 쉬울 테니까요.

그리고 학교교육과정의 실질적인 변화를 위해 교사회의가 필수가 되어야 한다 생각해요. 문서 위주의 회의도 필요하지만 이런 식으로 회의를 해 보면 어떨까요?


우리 고장 지도를 보며 서로의 경험 공유하기


먼저, 우리 학교가 속한 지역을 넓게 보며 어디까지가 일반적인 학습의 장인지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생각해요.



학교 주변의 파란색 부분과 학교에서 조금 벗어나지만 마을까지를 초록색으로, 마지막으로 우리 고장 전체를 붉은색으로 표현해 봤어요. 그리고 이제 하나씩 살펴보는 것이죠.



먼저 가장 가까운 학교 주변부터 살펴볼게요.

우리 학교는 바로 옆에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있어요. 그리고 작은 공원들이 있고 복지관도 있어서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지원받을 수 있겠네요. 학교 옆의 성사천은 학교에서 하기  힘든 생태적인 학습에 필요한 곳이 될 것이고요.

학교 주변에 대한 수업 경험이 있거나, 특정한 곳에서 있었던 일들을 학교의 모든 교사와 공유한다면 새로 학교에 와서 낯선 교사들에게도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수업을 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특히 학교 주변은 저학년 교사들에겐 소중한 지역자원이 될 수 있겠죠?



그다음으로 좀 더 넓혀서 마을을 살펴보아요.

학교 주변에서 조금 걸어서 가야 하는 정도지만 버스를 타지 않아도 갈 수 있는 곳으로 중학년 정도의 아이들이 학습하기 좋은 장소들에 대한 정보를 나눌 수 있겠죠.



마지막으로 고장에 대한 정보를 나누게 될 텐데... 이 부분은 버스와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경우까지 포함해도. 전체적으로 우리 고장에서 유명하거나 알고 있으면 좋은 곳들에 대한 이야기가 좋겠죠. 한 지역에 오래 근무한 교사에게 여러 가지 정보를 들어보는 것은 다른 어떤 연수보다 효과적이 될 수 있어요.


이렇게 서로의 정보를 나눈 후 그것들을 정리해서 학교교육과정에 넣는다면 어떨까요?

새로 학교에 온 선생님들은 학교교육과정을 한번 정도는 읽어보지 않을까요?

아, 물론, 학교교육과정의 총론엔 학교의 지향점과 바라는 어린이상이 들어있겠지요.

그리고, 궁극적으론 이런 학교교육과정을 통해 교사들이 실제로 실천하는 교실교육과정을 더 구체적으로 구성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해요.


매년 실시하는 학부모 총회와 학부모와 함께하는 학교교육과정 구성에서도


학부모의 학교교육과정 참여가 중요한 시대가 되었어요. 학교교육과정에 대해 학부모님들께서도 의견을 제시할 수 있죠. 그런데 학교에서 정한 방침이나 어린이상에 대해선 특별히 말씀하시기 어려운 부분이 많아요. 왜냐하면 좋은 이야기와 좋은 방향을 학교에서 열심히 고민해서 만들었는데 그것을 새롭게 하자고 하는 것도 이상하기도 하고, 학교에서 정한 기준이 나름 좋기도 하고요.(물론 교사의 입장에서요.)

그런데 이렇게 지역과 관련된 내용이 학교교육과정에 들어가게 된다면 어떨까요? 이런 상상을 해 보아요.


"학교교육과정에서 학교 주변에 대한 정보를 담으셨던데, 제가 잘 아는 가게의 주인분께선 아이들이 오면 간단하게라도 자신이 하는 일을 소개해 주실 수 있다고 하셨어요. 학교교육과정에 그 가게의 위치와 할 수 있는 일을 넣으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만약 이렇게까지 이야기가 오갈 수 있다면 자연스럽게 학교와 지역자원이 만나서 교육과정이 더 풍성해지지 않을까요? 물론 제 개인적인 의견이지만요.


교사교육과정의 시작은 주변에 대한 이해부터


'교사의 탄생'에서 학교를 옮기는 일에 대해 전 이렇게 이야길 했어요. 학교를 옮길 때 미리 챙겨야 할 점에 대해서 말이죠.


▶ 학교 주변의 상가 관찰 : 아이들의 생활 속에서 접하고 살아가는 곳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알 수 있다. 시장이 가까이 있다면 아이들에겐 어떤 영향이 있을까? 대형마트가 주변에 많이 있는 번화가 근처라면? 이런 생각을 하며 상가 주변을 둘러본다. 보는 김에 야근할 때 가끔씩 식사할 수 있는 식당도 미리 알아두면 좋다. 그러다 눈에 띄는 주면 아이들의 모습도 덤으로 관찰할 수 있다. 
▶ 학교 주변의 자연환경 관찰 : 아이들과 다양한 활동을 하려면 기본적으로 주변 지역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특히 자연환경을 파악하는 것은 다양한 활동을 하는 데 필수 조건이 된다. 학교 주변에 작은 실개천이라도 흐른다면 그곳을 이용한 활동을 구상해볼 수 있을 것이고, 산이 있다면 그 산을 중심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을 상상해본다.
▶ 학교 시설 관찰 : 아이들이 생활하는 학교 시설의 관찰은 평소 이 학교 학생들이 학교에서 어떤 생활을 해오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다. 벽에 낙서가 많이 되어 있는 학교라면 어떤 아이들이 있을까? 계단에 상투적인 표어가 있지 않고 아이들 손으로 쓴 표어나 글귀가 있다면 어떤 활동을 해왔는지를 쉽게 상상할 수 있다.


학교 주변을 살펴보는 것은 의외로 중요했어요. 그랬을 때 학교의 아이들을 좀 더 빨리 이해할 수 있었고, 교사교육과정이라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때 도움이 되었거든요.


학교교육과정! 한 번 새로운 방식으로 구성해 보는 것은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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