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이해 #교육에 대한 이해
대한민국의 학교교육은 어디를 향하고 있을까?
거창하게 이야기하고 싶지만 제가 가진 경험의 범주 안에서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은 제한적일 수 밖엔 없다는 점을 미리 말씀드리고 시작할게요. 그럼에도 이렇게 대한민국의 학교교육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교사로 20년 이상을 지내온 현장 전문가이고, 많은 학부모님들과 학생들을 대해왔고 앞으로도 만나야 하기 때문이랍니다. 이젠 어느 정도 저만의 생각을 주변과 나누며 살아갈 시기가 되기도 했고요.
학교 교육에 대한 이야기는 전문 대학원에서 많은 학자들과 함께 연구하고 많은 문헌들 속에서 답을 찾아내시는 분들이 계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요. 전 그것과 동일하게 현장의 전문가들의 이야기도 논의되고 숙고되어야 한다 생각해요. 그랬을 때 현장과 학문의 영역이 따로 놀지 않고 서로 협력적 관계를 맺을 수 있을 테니까요.
학교를 바라보는 시선들
우리나라에서 학교는 공교육의 가치 아래 초중등이 잘 짜여 있다 생각해요. 누구나 교육받을 권리를 누릴 수 있고 또 동시에 교육에 임해야 하는 의무도 가지고 있지요. 그러다 보니 전 국민이 교육에 대한 경험이 있고 나름의 교육관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현재 학교를 다니고 있는 학생들과 학부모님들이 생각하는 부분들이 제일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 생각했어요. 그래야 지금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고, 지금이 제대로일 때 미래도 우리에게 희망을 보여줄 테니까요.
교육에 대한 통계들
통계개발원(http://kostat.go.kr/s)에 들어가면 우리 사회의 다양한 자료들에 대해 알 수 있는 통계들이 나와요. 저도 그곳의 자료를 보며 우리가 해야 할 교육의 방향에 대한 힌트와 시사점을 얻곤 한답니다. 제가 눈 여본 데이터는 다음의 두 가지였어요.
[한국의 사회동향 2020] 중에서 '교육과 삶의 질에 대한 인식' 편과 '코로나19와 초중등교육'
두 가지 자료를 보며 지나온 저의 경험들과 연계해서 생각해 보고 이 글을 써 본답니다.
학부모님들께서 바라는 학교교육의 목표
사실 통계에선 '자녀교육 성공'이라는 말을 사용해요. 전 개인적으로 '성공'이라는 단어가 교육에서 사용되는 것은 무척 조심스러워야 한다 생각해요. 왜냐하면 성공은 반드시 성공하지 못함인 '실패'를 동반하게 되니까요. 교육에서 성공과 실패를 논하다 보면 결국 의미 있는 교육보다는 보이는 교육, 실적이 있는 교육으로 흐를 테고 그것은 제가 전에 썼던 글 속에 등장하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하는 진짜 교사들을 응원하지 못할 수 있을 테니까요. 아무튼, 통계를 설명하는 글에선 '성공'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해요. 먼저 그래프 하나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답니다.
총 6가지에 대한 물음에 학부모님들께서 답해 주셨고 그 결과가 연도별로 제시되어 있어요. 제가 이 그래프를 주목한 것은 제 경험과 일치되는 부분들이 보였기 때문이죠. 제가 본격적으로 학부모님들과 책모임을 하기 시작한 것은 2010년부터였던 것 같아요. 물론 그 전에도 학부모님들과 함께 동아리 활동을 하며 이야기를 많이 나눴었는데 2010년부턴 책을 매개로 더 깊이 있는 이야길 나눴다는 것이랍니다. 그런데 거기도 들었던 말과 같았거든요.
내 아이가 원하는 일을 하게 해 주고 싶어요!
통계 보고서에도 그런 말이 나와요. 한국 사회에서의 교육은 관심이 높은 정도가 아니라 과열되어 있다고 말이죠. 주변의 많은 분들도 비슷하게 인식하고 있고, 우리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대입과 관련해서만 듣다 보면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 힘들어도 사교육을 많이 시켜야 좋은 대학과 좋은 직장을 가질 수 있다고들 이야기하지요. 그런데 통계는 다른 이야길 하고 있어요. 그리고 제가 만나서 깊이 이야기 나누었던 학부모님들도 통계와 같은 이야길 하셨었고요. 바로 내 아이가 원하는 것을 하게 해 주고 싶다는 바람 말이지요.
인격을 갖춘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제 생각에 흥미로워 보였던 부분은 명문대 진학을 바라진 않지만 좋은 직장에 다니길 원한다는 것이었어요. 그렇다면 이렇게 해석이 가능하지 않을까요? 좋은 직장이란 자신의 아이가 원하는 일을 하는 곳, 바로 그곳이 좋은 직장이지 대기업처럼 돈을 왕창 벌 수 있는 것만이 좋은 직장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닐까요? 그리고 제일 중요한 인격에 대한 부분도 제가 만났던 많은 학부모님들의 말씀과 일치했어요. 그리고 매년 학교에서 실시하는 교육과정 평가 결과와도 일치했고요. 많은 학부모님들이 교육을 통해 단순히 시험을 잘 봐서 좋은 대학을 진학하기를 원한다 생각했다면 이젠 수정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그 많은 사교육과 선행학습은 무엇 때문이냐고 물어보실 수 있어요.
저 또한 이 부분이 의문 중 하나였어요. 제가 만나본 학부모님들께선 진정으로 아이가 원하는 것을 하게 해 주고 싶다 하셨고, 아이의 인성이 바르게 자라길 원하셨거든요. 그런데 또 학원은 많이 보내기도 하고, 선행학습도 많이 시키고 있었죠. 언행일치가 안 되는 것일까를 고민했었는데 최근 저만의 생각을 정리했답니다.
사교육과 선행학습
현장에서 일어나는 이야길 하자면, 사교육을 많이 받은 아이들 중 진짜 제대로 이해하고 학교교육에 참여하는 아이들은 적은 편이에요. 무슨 말이냐고 물으신다면 사교육으로 그리고 선행으로 인해서 특별히 공부를 잘하게 되진 않는다는 점이죠. 부모님 세대엔 대부분 학원을 다니지 않으셨어요. 그런데 지금 세대의 아이들은 대부분 학원을 다니지요. 그런데 학교에서 20년이 넘게 만나오는 아이들이 20년 전과 지금이 다르지 않고, 제가 어릴 때 주변의 친구들과 다르지 않아요. 사교육을 통해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공부를 잘하게 되지 않는다는 것이 현장에서 제가 보고 경험한 것이에요. 물론 제가 있는 곳만의 특수성일 수도 있지만 말이죠. 아무튼, 중요한 것은 사교육이나 선행학습은 그 자체로 아이들의 학력을 올려주진 않는 것 같아요. 대신에 사교육과 선행학습이 가진 장점이 없는 건 아니랍니다. 장점이 뭐냐고요?
사교육과 선행학습 그리고 특수목적고를 보내고 싶은 학부모의 마음은 사실...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익숙함'은 분명 하나의 장점이지 싶어요. 교과에서 다루는 내용을 학교에서 처음 접하는 것이 아니라 미리 한번 경험한 것이기에 당황하지 않도록 할 수 있다는 것이죠. 내 아이가 학교에서 공부를 하는데 처음 접하는 것으로 인해 선생님 말도 잘 이해하지 못하고 당황할까 싶은 마음을 사교육이나 선행으로 조금은 해소할 수 있다는 말이죠. 정말 그럴까요? 네, 제가 경험한 아이들은 그랬던 것 같아요. 학교에서 배워야 할 내용들을 대부분 미리 공부해서 오는 경우의 아이들은 말이죠. 그렇다면 그런 것이 진짜 공부에 도움이 되냐고 묻는다면?
음... 그건 사람마다 달라요. 너무 당연한 답인 가요? 네 맞아요. 너무나 당연하기에 이렇게 밖엔 말할 수 없어요. 그런데 그 익숙함이 오히려 방해가 되기도 해요. 아이의 입장에선 익숙하기에 당황스럽진 않지만 동시에 익숙하기에 새로움에 대한 기대가 적어져요. 새로움을 경험할 때 보이는 그 빛나는 눈동자는 선행이나 사교육을 받지 않는 아이들에겐 지금도 나타나는 모습이거든요.
그리고, 선행이나 사교육을 통해 공부 좀 한다는 아이들이 모이는 특수목적고에 보내려는 노력들도 앞에서 설명한 내 아이가 원하는 것을 하도록 노력하는 학부모님들의 마음이 담겨있는 행동이라 생각해요. 누군가를 경쟁에서 이겨서 좋은 것을 쟁취하여 성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 자녀 주변이 함께 공부하며 좋은 분위기를 만들 수 있는 곳이길 바라는 마음이신 것이죠. 어른들은 경험적으로 알고 있거든요. 주변 환경에 사람이 얼마나 영향을 받는 질 말이죠.
대한민국의 학교 교육은 나쁘지 않다 생각해요.
학교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매년 조금씩이지만 높아지고 있다는 통계가 그래서 반가웠어요. 학교생활이 만족스러울 때 아이들은 더 너그러워질 것이고, 자신에 대해 고민할 테니까요. 자신에 대한 고민이 깊어져야 자신이 원하는 삶을 생각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죠.
물론, 아직도 oecd 평균에도 부족한 모습이지만 그래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 학교교육이 학부모님들께서 원하는 교육과 같은 결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럼에도 아쉬운 점은...
교육이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2006년만 해도 5점 만점에 4점대를 보이는데 시간이 갈수록 교육의 영향력이 약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어요. 특히 '심리적 만족감'이 가장 낮은 영향력을 보인다는 점이 현장 교사로서는 아픈 부분이네요. 물론 5점 만점에 2.5점이라는 평균보단 높다는 점은 위안이 되지만, 추세로 보았을 때 학교 교육이 우리의 삶에 영향을 덜 주고 있다고 생각되는 것 같아 아쉽답니다.
교육에 대한 오해들
어떤 분은 이런 글을 읽으며 혹시 학교에서 아이들을 행복하게 해 주는 것에만 집중해서 이렇게 만족도가 올라갔다 생각할 수도 있다 생각해요. 하지만 오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앞에서 학부모님들이 원하는 것이 내 아이가 남들보다 더 앞서고 경쟁에서 이겨 좋은 대학을 가길 원한다고 오해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지요. 학부모님들이 가진 생각이 그렇지 않음을 인정하듯이 학교에서의 교육에 대해서도 오해를 풀어주면 좋겠어요.
학생들의 학교 생활 만족도는?
20년이 넘게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며 제가 알게 된 사실 중 아이들이 학교를 좋아하는 이유는 단순히 선생님이 좋아서도 아니었고, 학교가 재미있어서도 아니었어요.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고 만족해할 때는 자신들이 무엇인가를 제대로 배웠다 느꼈을 때였고, 그럴 때 아이들은 정말 좋아했답니다. 특히 고학년으로 갈수록 이런 현상은 더 심해져서 멋지고 화려한 것이 아니라 진지하게 자신에 대해 고민할 수 있을 때 더 깊이 몰입하고 좋아했답니다. 즉, 앎에 대한 기쁨이 학교 생활의 만족도와 직접 연관된다는 말이지요.
수학이 싫어요 -> 수학이 재밌어요
수학을 잘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아니라 수학이라는 교과를 싫어하지 않도록 하는 것만으로도 아이에게 학교 생활은 예전관 다른 즐거움이 넘치는 곳이 된다는 이야기랍니다. 어떤 것이건 싫어하지 않아야 그것에 관심을 줄 수 있고 그 관심이 커져서 잘할 수도 있을 테니까 말이죠. 그리고 싫어하지 않아야 포기하지 않을 테니까 말이지요. 수학뿐만이 아니라 모든 교과에서 자신이 해야 할 부분을 싫어하지 않고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교육, 그로 인해 무엇을 하건 최선을 다하는 교육이 이뤄진다면 아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더 쉽게 알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이러한 경험들이 결국 우리가 생각하는 좋은 인성의 바탕이 되는 것은 아닐까요?
제자의 메시지...
함께 6학년을 보낸 후 중학교에 진학한 제자가 그 아쉬움을 이렇게 문자로 보내주었답니다. 이런 제자가 있기에 교사로 살아가며 행복하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