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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원쌤 May 03. 2019

#학교공간혁신 #공간주권

교사의 탄생 책 내용 중

학교 환경과 더불어 성장하는 아이들


물리적인 + 내용적인 학교구성

아이들이 떠난 교실은 어떤 곳일까? 아이들이 떠난 학교는 어떤 곳일까? 학교를 이루는 구성요소는 무엇이 있을까? 학교라는 공간이 아이들의 인식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러한 물음들을 던지며 학교의 구성요소에 대해 생각해 본다. 학교를 구성하는 것은 크게 두가지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먼저 학교 건물과 학교 내 시설들로 대표되는 물리적인 학교구성 그리고 학교교육과정과 각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수업이 중심이 되는 내용적인 학교구성이다. 내용적인 학교구성에 대한 이야기는 교육과정과 수업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더 깊이 있게 다룰 부분이고, 여기서는 물리적인 학교구성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한다.


물리적인 것의 변화속도

물리적인 학교구성에서 빼 놓을 수 없는 대표적인 것은 학교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인 책상과 걸상 그리고 휑하니 뻗어있는 복도와 일률적인 형태의 교실모습 그리고 칠판일 것이다. 사회가 빠르게 변화되어 가고 있고 그로인해 수많은 새로운 건축기술과 도구들이 사용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학교의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다. 최첨단 기기들이라 할만한 것들이 정보화 기자재란 이름으로 학교 내 교실을 점령하고 있지만(최근엔 이 마저도 사회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사회에선 IOT로 대표되는 무선인프라가 본격적으로 가동되고 있지만 대부분의 학교는 여전히 무선인터넷 조차 설치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본질적으로 네모난 교실과 네모난 학교의 모습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래서 최근에 지어지는 학교들은 새로운 건물의 형태나 교실의 형태를 추구하는 모습도 보인다. 그렇지만 그 변화의 속도는 아주 아주 뎌디다. 대대적으로 기존의 학교를 모두 허물고 새로 짓지 않는 이상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다. 그렇다면 물리적인 학교구성이 바뀌길 바라는 것은 그저 시간이 흘러 새로운 건물을 짖는 순간까지 기다려야만 하는 일일까?


물리적인 것에 질적인 변화 더하기

그렇다. 물리적인 것의 변화속도는 우리의 예상보다 더 많이 느릴 수 있다. 학교에 투입되는 예산이라야 고작 얼마 되지 않으니까. 기본적으로 학교는 공공기관이면서도 가장 관리가 안되는 공공기관 중 하나가 아닐까? 이런 현실속에서 학교의 물리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 생각해야 할 것은 질적인 변화에 대한 부분이다. 즉, 기존의 건물형태나 교실의 형태가 변화되지 않더라도 그 속에서 질적인 변화를 꾀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질적인 변화는 많은 예산이 필요한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질적인 변화엔 기존의 생각들을 다시 되짚어보고 새롭게 창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학교라는 공간의 고정관념 깨기!

지금까지 학교를 다니며 미술 시간 등을 이용해 만든 작품들을 어디에 전시했었는지 기억하는가? 아마 대부분 교실 뒷면이나 복도 등에 전시했었다는 기억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여전히 전국의 많은 학교들은 교실 뒷면에 학생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고 그러한 전시가 깔끔하게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모습이다. 매년 학년초가 되면 초록색의 교실 뒷면의 밋밋함을 종이나 인쇄물로 덮어보려는 시도들이 있다.


(교실 뒷면의 초록색 칠판은 학생들의 작품을 예쁘게 붙이는 도구로 활용되는 시설이다.)


나 또한 이러한 기존의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했었고 교실 뒷면을 어떻게하면 깔끔하게 정리해서 작품들을 붙여놓을지만 걱정했다. 그러면서 학교가 가진 공간의 지루함에 대해 불평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아이들이 돌아간 후 교실 뒷면에 학생들의 작품을 붙이기 위해 작업을 하다 생각의 전환을 하게 되었다.


(아이들의 작품과 교실 뒷면에 직접 분필로 그린 그림의 조화)


‘왜 지금까지 교실 뒷면을 꾸밀 때 무조건 종이를 오려서 붙여야 한다고만 생각한걸까? 그냥 분필로 그릴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사실 예전의 교실 뒷면은 고무소재의 칠판이 아니었다. 부직포 같은 것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그곳에 할 수 있는 작업은 오로지 작품을 압정이나 스템플러로 붙이는 것 뿐이었다. 하지만 어느새 대부분의 학교들은 고무 소재의 칠판이 뒷면을 채우게 되었고 그 고무소재의 특징을 이용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교실 뒷면을 꾸미는 일이 교사의 일방적인 일이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뒷면의 활용법에 대해 알려주고 사용하게 하였다.


(교실 뒷면에 직접 분필로 역사연표와 관련된 그림을 그리며 꾸미고 있는 모습)


교실의 어떤 공간이라 할찌라도 아이들과 교사가 함께 사용하는 곳이고 그렇다면 함께 꾸미는 것이 더 의미있는 일일 것이다. 교실 뒷면의 물질적 구성이 바뀐 것은 아니지만 기존의 교실 뒷면과는 전혀 다른 공간이 되어감을 알 수 있다.


소비적인 공간 VS 생산적인 공간

학교는 소비적인 공간일까? 아니면 생산적인 공간일까? 지금까지의 학교는 아이들에겐 소비적인 공간이었다. 학교라는 곳에 오면 주어진 주변 환경이 있었을 뿐 학생들이 만들어가는 공간은 없었으니까. 그래서 일부 학교들에선학생들과 교사들이 힘을 합쳐 학교의 공간을 만들어가는 작업을 펼친다. 그 순간 학교의 공간 중 일부는 생산적인 공간이 되는 것이다.


(아이들과 학교 벽에 벽화를 그린 모습)



이렇게 학교라는 공간이 생산적인 공간일 때 학교는 질적인 변화를 꾀할 수 있다. 특별한 예산이 필요한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더 생각해 볼 문제가 있다. 학교의 빈 공간에 벽화를 그린다는 것은 보통 페인트 작업을 한다는 이야기이다. 그 말은 한번 작업이 되고 나면 페인트를 새로 칠하기 전까진 그 상태 그대로 남아있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학교의 생산적인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그 당시 페인트 작업에 참여한 아이들 외엔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생산적인 학교에 변화의 개념까지 가지고 와야 한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공간에 대한 인식변화

아이들은 새로운 것을 좋아한다. 아니 대부분의 사람은 새로운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자신의 손으로 무엇인가 만들어내는 작업 즉 생산적인 작업을 좋아한다. 그런 의미로 학교의 공간을 바라보면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다.


(학교 현관 텅 비어있는 공간을 페인트 작업을 해서 멋지게 꾸밀 것인가? 아니면?)


보통 학교에 이런 공간이 있다면 멋진 그림으로 도안하고 색칠하는 페인트 작업을 생각하게 된다. 그래야 학교가 깔끔해 보인다 생각하는 부분도 있고 또 학교라는 곳이 생산적인 공간이라 생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론 아이들과 함께 그림을 그리고 페인트 작업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그 당시에만 생산적인 활동이 될 수 밖엔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곳에 변화의 개념까지 넣어보았다. 벽면에 칠판 페인트를 칠하는 것이다.


(벽면에 칠판 페인트를 칠한 모습)


이렇게 칠해진 벽면은 앞으로 학교의 주요 행사나 특정한 목적을 가진 일을 알리는 게시판 역할을 하게 된다. 그것도 아이들의 손으로 직접말이다.


(아이들 손으로 직접 만들어진 학교 현관의 모습)


학교의 공간은 국가의 소유이고 공공재임을 틀림없다. 하지만 그 공간을 이용하고 그 공간 속에서 살아가는 아이들과 교사에게 소비적인 공간의 의미만을 제공한다면 그 공간은 죽어있는 공간과 특별히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학교라는 곳이 소비적인 곳이 아니라 생산적이면서도 변화의 가능성이 무궁한 곳임을 알아차리고 시도하는 것. 그것이 학교라는 물리적 구성요소의 질적 변화이지 싶다. 그리고 이러한 학교의 물리적 구성요소의 변화는 우리가 기존의 고정관념을 깰 수만 있다면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공간에 대한 인식의 전환은 아이들의 인식의 범위를 확장하는 것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학교공간혁신 #공간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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