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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원쌤 May 02. 2020

팔 굽혀 펴기의 시작

온라인 수업과 흔들림

"흔들림이 있을 때 우리 몸은 균형을 기억해 낸다!"
- 학급의 탄생 내용 중


학급의 탄생 이야기들은 제가 일상적 생활 중 생각하고 깨달은 것들이 중심이 되어 있습니다. '흔들림이 있을 때 우리 몸은 균형을 기억해 낸다.' 또한 실제 저의 경험 속에서 생각한 내용이고 그림입니다. 이 이야기의 배경을 좀 더 이야기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키가 큰 키다리 선생님


전 키가 큽니다. 절 처음 보시는 분들 중엔 큰 키로 인해 놀라시는 분들도 계셨으니까요. 요즘이야 워낙 큰 사람들이 많아져서 크게 눈에 띄진 않지만 예전엔 큰 키로 인해 불편할 때도 많았답니다. 키가 커서 좋다 생각하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키가 크기에 불편한 점도 분명 있답니다. 특히 교사가 된 이후에 특별한 운동을 꾸준히 하지 못하고 살다 보니 몸의 균형이 많이 깨진 것도 어떻게 보면 큰 키로 인한 핸디캡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몸 관리에 힘듦이 느껴졌고 겸사겸사 개인 트레이닝에 가까운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기계가 아닌 줄을 잡고 하는 운동


20대 때엔 큰 근육이 멋져 보였고 큰 근육을 만들기 위해 벤치프레스로 대표되는 헬스클럽에 다닌 경험이 있었습니다. 아마 많은 분들도 저와 비슷한 경험들이 있을 것 같은데 모두가 경험한 헬스클럽은 다를지 몰라도 그곳에서 만나는 운동기구들은 거의 비슷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체육관 가득 채워져 있는 육중한 기계들은 혼자서도 운동할 수 있도록 친절한 안내문이 붙어있었고 주의사항을 잘 지켜가며 운동할 수 있었습니다. 특별히 내가 더 키우고 싶은 근육을 집중적으로 단련할 수도 있었고, 다른 근육의 간섭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특정 부위만 단련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헬스클럽에 가서 운동하면 더 전문적인 운동이 된다 느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운동이 담지 못하는 것도 있다는 것을 헬스클럽이 아닌 곳을 다니며 알게 되었습니다. 바로 기계가 아닌 줄을 잡고 혹은 줄에 매달리는 동작의 운동을 하면서 말입니다. 


줄을 잡고 한없이 흔들리는 내 몸


웬만한 성인이라면 팔 굽혀 펴기 한두 번은 할 수 있는 근력이 있습니다. 어떤 이는 어색한 동작으로 간신히 할 수도 있지만 어느 정도는 가능하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팔 굽혀 펴기를 줄을 잡고 해 보면 어떻게 될까요? 바닥에 엎드린 것처럼 바닥과 수평을 이룬 것도 아니고 45도 정도의 각도에서 줄을 잡고 팔 굽혀 펴기를 하라고 했을 때 첫 생각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 같다는 것이었죠. 하지만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허리에 따로 지지대를 연결해서 붙잡아 주지 않고서는 단 한 개의 팔 굽혀 펴기도 할 수 없었으니까요. 그 이유는 온몸의 균형이 맞지 않아서였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놓치고 있던 중요한 부분을 깨닫는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흔들림의 원인을 찾아서


자신의 몸이 사정없이 흔들릴 때 그동안은 느끼지 못했던 몸의 각 부위들이 저에게 신호를 보내왔습니다.


 '이쪽에만 너무 힘을 주면 안 되니까 저쪽에도 똑같은 힘을 줘야 해. 조금씩 천천히 해야지 욕심만 가지고 한 번에 할 수 있다 생각하지 마!'


팔 굽혀 펴기 하나를 하는데 이렇게 많은 마음의 소리를 들을 줄을 꿈에도 몰랐습니다. 하지만 마음이 이렇게 바삐 움직인 덕에 천천히 하지만 균형 잡힌 채로 팔 굽혀 펴기 한 번을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한 번의 시작이 있고 난 후 두 번의 팔 굽혀 펴기도 성공할 수 있었지요. 네, 이렇게 저는 또 한 번의 깨달음을 얻었던 것입니다.


흔들림이 모든 것의 시작일 수도...


우리는 안정적인 생활을 추구합니다. 안정적으로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안정적인 곳에선 내 속에 숨겨진 진짜 내 모습들을 만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안정적인 곳에서는 모두가 균형 있게 성장할 수 없을 수도 있습니다. 조금은 약하더라도 그 약한 힘이 전체를 이루는데 아주 중요하고 소중한 힘임을 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온라인 수업으로 흔들리는 우리 교육


많은 교사들이, 많은 학생들이, 많은 학부모님들께서 걱정이 많으십니다. 온라인 수업이 과연 제대로 된 교육이 되는가에 대해서 말입니다. 분명 부족한 부분이 많이 보입니다. 앞에서 줄을 잡고 팔 굽혀 펴기 한 번을 제대로 못하던 제 모습과도 같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렇게 흔들리는 온라인 수업 속에서 들려오는 진짜 소리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교육은 결코 교사 혼자만의 것이 아님을 말입니다. 수업은 많은 내용을 준비하고 전달하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말입니다. 흔들림이 있기에 우리 교육은 그 본질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할 여지를 얻었다 생각합니다. 


흔들림은 모든 것의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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