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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원쌤 Apr 19. 2020

교육은 '만남'이다!

온라인 수업과 교육

교육은 왜 학습이 되었나


전 최근에 온라인 수업과 관련해서 교육과 학습이 서로 다름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교육방송인 EBS의 경우에도 온라인 수업을 통해 교육이 곧 학습의 과정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듯이 보입니다. 물론 '교육=학습'이라는 등식을 정해놓고 방송하는 것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EBS에서 진행하는 온라인 수업의 모습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생각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온라인 개학에 맞추어서 지금까지 EBS가 보여준 모습은 학습의 기능 이외엔 잘 보이지 않으니 걱정입니다. 그런데 왜 이런 오해가 생겼을까요? 교육은 학습이 아닌가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교육은 학습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학습이 교육의 전부는 아닙니다. 그런데 왜 많은 사람들은 학습이 교육의 전부인양 오해하는 것일까요? 그것은 우리의 오래된 시험에 대한 오해 때문입니다.


시험=학습의 결과=교육의 결과?


시험을 잘 치른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그리고 시험을 잘 치르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 것일까요? 왜 그동안 많은 사람들은 시험이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생각해 왔을까요? 교사로 살아오며 끊임없이 질문하고 자답하던 질문들입니다. 제 나름의 결론을 말씀드리자면 시험을 잘 치른다는 것은 '성실함'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시험을 잘 대비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오랫동안 자신의 노력을 쏟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중학교 과정까지는 영리함으로 커버가 될 수 있는 시험이라도 고등학교 이상의 과정에선 영리함에 성실함이 포함되었을 때 시험을 제대로 치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시험의 성실함에 대한 속성은 지금까지의 사회가 성장하는데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선 더 중요했던 덕목입니다. 그동안은 선진국의 기술을 더 많이 활용하고 더 열심히 만들어 다시 되팔아야 했던 우리나라에선 말입니다. 기존의 매뉴얼을 잘 숙지하고 매뉴얼이 안내하는 것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으니까요. 이런 능력을 기를 수 있고 이런 능력을 가졌는지 확인할 수 있는 곳이 학교였고 시험이었지 싶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시험은 누구보다 더 성실하게 공부했음을 증명받을 수 있는 중요한 지표가 되었고 그것을 대비시켜주는 학교교육은 시험을 대비하는 것으로 생각되어진 것입니다. 이런 토양의 학교를 졸업한 대부분의 어른들은 학교에서 공부를 잘한다는 것의 의미를 시험을 잘 보는 것으로 생각하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겠고요. 하지만 현실의 변화는 지금까지의 이런 현상과는 멀리 떨어져 보입니다. 과연 성실함만으로(성실함이 필요 없다는 이야기가 아님을 다시 강조합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요? 교육은 성실함으로 대표되는 시험을 준비하는 학습이 대표여야 하는 것일까요?


교육이 필요해!


여러분은 언제 교육이 필요하다 생각하시나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모르는 부분을 만나거나 새롭고 낯선 것을 만났을 때 그것을 알고 싶어 합니다. 그때 이렇게 이야기하지 않나요?


"아, 지금 나에게 교육이 필요해!"


네, 맞습니다. 교육은 우리가 몰랐던 것을 알려주는 중요한 방법입니다. 

그동안 모르고 있었던, 아니면 새롭게 만들어진 것을 알게 하기 위해 우리는 교육을 하고 교육을 받습니다. 그렇다 보니 교육을 통해 무엇인가를 배운다는 것이 연결되게 됩니다. 하지만 교육의 이런 기능이 오히려 교육의 의미를 왜곡시키기도 합니다.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학습을 하면 자연스럽게 그동안 자신은 몰랐었던 인류의 지적 유산을 접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인해 학습의 과정이 교육의 과정이라 생각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합니다. 사회가 발전하고 투명해질수록 우리는 다양한 사람들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나와는 별 상관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실시간으로 알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세상을 살아가다 보니 '아는 것이 병이 된다.'는 관용어가 실감 나게 다가왔습니다. 그냥 조용히 나만의 일상을 성실하고 바르게 살아가고 싶은데 세상에 나쁜 사람들이 너무 많음을 알게 됩니다. 거대한 권력을 맘대로 휘두르는 사람들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약하고 힘들게 자신의 삶을 간신히 이어가는 사람들을 보며 마음 아파 할 수 밖엔 없습니다. 내 주변이 아닌 세상 곳곳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이 나의 삶에 영향을 주는 것입니다. 이런 세상에서 나만의 성실함으로 내 주변과만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렇다면 교육의 역할은 이런 세상에서 어떤 것이어야 하는 것일까요?


교육은 새로운 만남을 경험하는 과정


만난다는 것!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다는 것!

누군가를 길들이고 누군가에게 길들여진다고 어린왕자 여우 이야기 편에선 이야기합니다.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를 배려하고 서로를 생각하는 것이 만나는 일일 것입니다. 전 교육은 이런 만남을 경험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금까지의 자신의 모습이 아닌 새로운 자신의 모습, 지금까지 자신이 알고 있던 내용이 아닌 다른 관점에서 펼쳐진 내용 등 새로운 만남을 경험하는 것이 교육인 것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학습은 만남을 전제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학습을 통해 습득할 수 있고 그것 또한 만남의 모습이니까요. 하지만 만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자신과의 만남일 것입니다. 나와의 만남에 대해선 "학급의 탄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룬 내용이기도 합니다. 누구나 자신의 삶의 파편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하는 거울원정대라는 이름까지 붙여가며 이야기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교육은 지금까지의 우리 사회의 모습을 만드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 생각합니다. 교육이 아니라면 세상은 변화되지 못할 테니까요. 하지만 앞으로의 세상은 만남에 대한 의미와 영역을 확장해야 합니다. 세상 누구와도 연결될 수 있고, 어떤 일이라도 자신과 관련될 수 있음을 지금의 세상을 통해 우리는 경험하고 있습니다. 이런 세상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자신이 그 모든 상황에서 어떤 판단을 내릴 수 있고 어떤 책임과 의무를 질 수 있을지 판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판단의 가장 기본은 자신에 대한 이해일 수 밖엔 없습니다. 결국 교육을 통해 자신의 다양한 모습과 만날 수 있을 때 우리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교육이 이뤄졌다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온라인 수업을 통해 채워지지 못할 교육적 만남


온라인 수업을 경험하며 새삼 깨닫는 것이 있다면 아이들과의 만남이 얼마나 절실한 일인지를 알게 된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없는 학교와 교실이 얼마나 공허한지 알게 되는 것입니다. 서로의 관계가 단절된 채 온라인으로만 연결된 만남의 가벼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하루빨리 질적으로 깊이 있는 만남이 이뤄지는 학교에서의 만남을 기다리며 오늘도 아이들의 온라인 학습 결과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얘들아. 얼른 우리 만나자!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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