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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원쌤 Apr 12. 2020

교육을 ON하라!

온라인 교육과 온라인 학습

OFF 된 우리의 교육


코로나 19로 인해 우리의 교육은 시작도 못한 채 꺼져(off) 있는 등불이 되어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하던 찬란한 봄은 어느새 개개인의 감성적인 봄으로 흘러가고 있고, 새로운 시작을 기대하던 아이들에겐 여름 교복을 맞춰야 한다는 안내장이 배달된 상태입니다. 입학식을 통해 멋지게 성장한 자신의 모습을 멋진 교복과 함께 보여주고 싶었지만 현재로선 가족 앞에서만 보여줄 수 밖엔 없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아이들이 없는 학교는 그 빛을 발하지 못해서 어딘가 텅 빈 공간과 마음만 굴러다니고, 이런 공간에서 피어나는 무기력과 두려움은 내부적인 갈등으로 드러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결국, 학교엔 아이들이 있을 때 가장 빛난다는 평범한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학교를 ON 하라!


3월 첫 번째 개학이 연기되었을 땐 3월 중엔 학교에서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으리라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4월이 되어도 멈추지 않는 코로나의 기세는 결국 4월을 훌쩍 넘기는 현재까지 아이들과 학교를 멀어지게 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학교교육과정의 운영에도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이어져 9월에 새롭게 시작하자는 초유의 제안이 사회의 화두로 오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교육은 학생과 교사들의 만남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사회의 제도와 법이 함께 존재하는 것이기에 무작정 바꿀 수 없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쩌면 고육지책의 하나로 온라인 개학이 나왔다는 생각입니다. 제도를 지금 당장 바꿀 순 없고, 그나마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는 것이죠. 


ON라인 개학


학교에 직접 나오지 않아도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고 그것이 실제 우리의 수업으로 인정될 수 있다는 제도를 활용해 온라인 개학이 결정되었습니다. 하지만 온라인 개학은 여러 가지 현실적인 어려움들을 넘어야 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가장 먼저, 모든 학생들에게 스마트기기가 보급되어 있어야 하고 안정적으로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학교에서도 온라인 개학과 연계하여 수업을 진행할 수 있는 기기들이 있어야 합니다. 어느 것 하나 완벽히 구비되어있지 않은 상태였기에 온라인 개학에 따른 혼란과 불편함은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누구보다 빠르게 대응하고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서 해결책을 만들어가는 존재가 바로 우리 민족이라 생각합니다. 어려울 때 함께 마음 모아 어려움을 극복한 우리들 말입니다.


ON라인의 두 얼굴


모두의 손바닥 위에 TV가 있어서 좋아하는 영화나 드라마를 볼 수 있다는 말을 20여 년 전에 했을 땐 그 세상이 어떨지 상상하지 못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모두가 온라인으로 연결되지 않았던 세상을 상상하기 힘든 시대가 되었습니다. 우리의 생활이 온라인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이젠 누구와도 쉽게 연결될 수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고 그런 생활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세상을 어떤 이들은 축복이라 말하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재앙이라 하기도 하더군요. 전 개인적으로 축복도 재앙도 아닌 그냥 현실로 받아들입니다만. 중요한 것은 온라인이 가진 속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점입니다. 온라인은 무조건적인 선도 아니고 무조건적인 악도 아니니까요.


만남에 대한 On & Off


만남!

만남이라는 단어는 말 그대로 서로 관계 맺음의 시작과 비슷한 의미입니다. 그리고 관계를 맺을 때 우리는 흔히 직접 대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하였었죠. 지금까지는. 하지만 세상이 온라인으로 연결되고 삶의 형태가 달라진 것처럼 우리의 만남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한 번도 직접 대한적이 없음에도 우리는 친구사이라는 명칭을 붙이기도 합니다. 어떤 경우엔 오랫동안 만난 사람인양 서로의 이야기를, 서로의 고민을 나누기도 합니다. 이런 세상을 처음 접하는 어른들 중에는 이 상황이 불편하다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새로운 세상에 놀라움을 보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이런 생각들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새로운 시대의 만남은 나라와 언어와 나이와 성별을 넘어 정말 폭넓은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만든다!'

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과연 On라인에서의 만남이 Off 라인에서의 만남과는 다른 폭넓고 다양한 만남을 보여줄 수 있고 우리는 그 혜택을 보고 있는 것일까요?


On라인 속 만남의 위험성


폭넓은 인간관계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제가 생각하는 폭넓은 만남은 다양성이 보장되는 만남입니다. 다양성이 보장된다는 것은 나와 다른 존재들과 함께하는 것을 전제하는 것이겠죠. 그런데 온라인에서의 폭넓은 만남은 제가 생각하는 다양성과는 조금 다른 것처럼 보였습니다. 저의 경우를 예를 들면 페이스북 친구로 몇 천명이 연결되어있지만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저와 같은 교육 쪽 일을 하는 사람과 제자들일 것입니다. 이런 상황을 다양한 관계 맺음이라 할 수 있을까요? Off 라인 속에서도 이와 비슷할 것입니다. 제 주변의 지인들은 거의 대부분 교육 쪽 관계자들이니까요. 그래서 저의 결론은 On라인이라고 해서 폭넓은 인간관계를 새롭게 맺어주진 않는다는 점입니다. 어쩌면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이나 비슷한 관계 맺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온라인이기에 더 조심할 부분이 있다 생각됩니다. 오프라인에서는 비슷한 사람들과 관계 맺음을 하더라도 그 개개인의 개별적인 다양성을 함께 공유하기에 서로를 더 조심하고 같은 일을 하더라도 서로 다름을 인정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왜냐하면 바로 내 옆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고 앞으로도 계속 같이 봐야 할 사람이니까요. 하지만 온라인에서의 만남은 어떨까요?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이라도 조금만 나랑 맞지 않다 싶으면 그 사람과의 관계를 바로 끊을 수 있습니다. 클릭 한 번으로 말이죠. 그래서 온라인에서의 만남은 생각보다 더 조심해야 합니다. 서로에게 상처 줄 수 있는 기회가 더 많다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On라인 수업


On라인으로 개학을 한다는 것은 On라인으로 만남을 가지는 것과 같습니다. 학교에서의 수업과 온라인에서의 수업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우리가 학교에서의 수업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 부분이 있는 것은 아닐지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수업은 "만남"을 중심에 두고 있으니까요. 다양성을 인정하며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우리의 공간을 창조하고 만들어가며 우리의 것을 쌓아가는 것이 수업이니까요. 하지만 온라인에서의 수업은 이 모든 것을 하기 힘들거나 불가능하게 합니다. 그래서 온라인에서 할 수 있는 최적의 수업은 "학습을 위한 수업"은 아닐지 생각되어집니다.


학습을 위한 수업과 교육을 위한 수업


교육과정을 운영한다는 의미에만 집중하고 각 교과가 가진 내용을 충실히 전달하고 이해시키는 것이 목적인 학교라면 지금까지의 많은 어른들이 경험했던 학교의 모습과 비슷하다 생각되실 것 같습니다. 저 또한 어린 시절 교과내용을 충실히 암기하고 그것을 풀어내는 것이 공부고 그것이 교육인 줄 알았으니까요. 네, 맞습니다. 이렇게 하는 것이 분명 교육임엔 틀림없습니다. 학교에서 해야 할 중요한 부분도 맞습니다. 하지만 교육은 학습을 포함한 더 넓은 의미를 가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학습이 목적인 수업은 우리가 당장 눈앞에 닥친 입시나 시험을 목표로 할 땐 필요합니다. 하지만 입시나 시험이 인생의 전부를 결정짓지 않는다는 것쯤은 이제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유수의 대학을 나와서 엄청난 사회적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을 수도 없이 보아왔고 지금도 목격하고 있으니까요. 학습엔 성공적이었을지 몰라도 교육을 받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 사람들. 길에 떨어진 쓰레기 하나, 누군가 걸릴 수 있는 걸림돌 하나를 자신의 일인 양 정리하고 치우는 평범한 시민이 진정 교육받은 사람이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분명해집니다. 우리가 교육한다는 것을 말할 때 그것이 수업으로 발현된다고 말하기 위해선 학습을 위한 수업이 아니라 교육을 위한 수업을 해야 한다는 점을요.


교육을 위한 수업으로 On라인 교육하기


사상초유의 온라인 개학으로 모두가 어려움과 난처함에 빠져있는데 그것이 교육인지 학습인지 한가하게 논할 때가 아니라고 누군가 말한다면 전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열심히 하는 것이 나쁘지 않습니다. 하지만 방향이 잘못된 채 열심히만 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을 힘들게 할 뿐입니다."라고 말입니다. 우리 앞엔 비록 온라인일지라도 아이들이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우리가 교육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온라인이라는 어렵고 위험해 보이기까지 하는 도구를 사용함에도 교육을 놓지 않으려 한다는 사실을 알려줄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함께하진 못하지만 각자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그것을 온라인으로라도 나눌 수 있음을 알려야 합니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모두가 입시생 인양, 문제풀이가 목적인 수업이 아닌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그것을 존중받으며 교육받고 있음을 생각할 수 있도록 노력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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