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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원쌤 Jun 21. 2020

이 세상의 진짜 나쁜 일은 교육받은 사람들이 일으킨다!

포스트코로나 그리고 교육받은 사람

당신은 교육받은 사람인가요?


교육받았다는 것을 무엇을 증명할 수 있을까요? 졸업장? 이수증? 인맥? 하는 일? 자격증? 어쩌면 우리들은 교육받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온갖 서류에 의존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물론, 살아가며 나에게 필요한 졸업장이 있고 자격증이 있을 테지요. 하지만 졸업장과 자격증이 아무리 많아서 그것이 교육받았다는 것을 의미하는덴 한계가 있다 생각해요.


"국정농단의 주범은 우리 사회의 교육받았다는 사람들"


불과 얼마 전 있었던 국정농단과 우리 사회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각종 범죄의 주요 인물들은 번듯한 학교를 졸업했거나 남들보다 훨씬 좋은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았죠. 저 좋은 머리로 왜 저런 짓을 하는지 알 수 없다는 어르신들의 말처럼 우리 사회의 큰 어려움은 소위 말해서 배운 사람들이 일으키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사람들은 진정 교육받은 사람이라 할 수 있을까요?


교육과 권력의 상관관계


교육받았다는 것을 증명할 것 같은 졸업장 그리고 자격증 등은 사회에서 나에게 부여한 작은 권력과 같은 것은 아닐까요? '당신은 이 학교를 졸업했으니 그 권력을 누리세요!'라고 말하는 것 같으니까요. '당신은 이 자격증을 땄으므로 이제 이 자격증에 맞는 권력을 사용하세요.'라고 말입니다. 그렇다면 권력이란 무엇일까요? 무엇인가를 할 때 정당성을 주는 것인 것 같고 그리고 무엇인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힘을 가진 것 같네요. 그렇다면 권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요? 그 사람? 아니면 그 사람이 속했던 학교나 자격증을 부여하는 협회? 전 후자에서 권력이 나온다 생각해요. 권력은 사람이 가지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속해있는 제도나 단체에서 나온다는 말이지요.


"나 00 대학교 출신이야!"

"내가 00 기업에 다니고 있는 사람이야!"


권력이 가진 속성을 교육도 똑같이 가지고 있다면 어떨 것 같나요? 그 사람이 가진 진정한 힘이 아닌 그 사람이 속해있는 단체와 그 사람이 다루는 제도만을 쫒게 되는 현상이 벌어지지 않을까요?


넌 어디 출신이니?


우리나라에서 가장 우수한 아이들이 모인다는 대학에 입학한 제자가 그러더군요. 첫날 오리엔테이션 자리에서 같이 입학한 친구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길래 무슨 관계인가 했더니 00 고등학교 출신들끼리 모여있더라고요. 스스로 자신이 누군지를 보여주기보단 자신은 00 학교 출신임을 내세우고 있더라고요. 이제 대학에 막 입학한 아이들이지만 이미 이 사회가 어떻게 권력을 낳고 유지하는지 알고 있는 듯이 행동해서 놀랐다고 하더군요. 자신은 홀로 있을 수 밖엔 없었다는...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단상


온라인으로 아이들과 만나길 두달여를 보내며 온라인 수업이 가진 장점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매일 아이들과 쌍방향 소통을 위한 만남을 가졌음에도 아이가 가진 개인적인 생활에 대해선 정보를 얻기가 힘들더군요. 그저 아이 개개인마다 보이는 학습의 과정과 그 결과물을 더 자세히 볼 수 있다는 점이 온라인 수업의 장점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예전의 평범한 일상 속에서 아이들과 만나서 수업할 땐 교사도 사람인지라 그동안 나도 모르게 그 아이의 배경을 볼 수 밖엔 없었고 그 아이의 학습과 생활을 바라볼 때 영향을 받았다는 점을 알게 되었죠. 하지만 온라인은 달랐던 것이죠. 그 아이가 가진 개인적인 배경이 배제된 순수한 학습 능력에 대해선 잘 알 수 있었지만 그 아이의 삶의 배경은 모른 체 만나는 지금이 낯설기만 했습니다. 온라인으로만 수업을 하는 모든 곳에서 제가 느낀 이런 현상이 벌어지지 않을까 생각하는 것은 너무 심한 억측일까요?


학습의 결과가 그 사람의 교육정도를 나타낼까?


온라인 학습에서 오프라인 학습이 병행되기 시작하자 그동안 온라인으로만 만들어졌었던 모습이 아닌 그 아이의 다른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온라인에선 무엇인가 부족해 보이던 아이는 자신에겐 다른 많은 장점이 있음을 오프라인에서 자연스럽게 보여주기도 했고, 온라인에선 완벽해 보이던 아이가 오프라인에선 의외로 주저하고 결단하지 못해 전전 긍긍하는 모습도 보게 되었죠. 왜 교육은 만남이어야 하는지 절실하게 느낄 수 밖엔 없는 순간이었죠. 단순히 학습의 결과만으로 그 사람의 교육정도를 나타내는 것이 얼마나 허무할 수 있는질 생각하는 순간이었죠.


좋은 머리로 나쁜 일 하지 않기


제자들과 매년 만나며 마음속에서 가장 바라는 것 중 하나는 앞으로 살아가며 다른 사람에게 피해 주지 않고 자신의 삶을 열심히 살아가기입니다. 교육받았다는 것은 자신과 주변을 함께 이롭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생각하니까요. 그래서 아이들과 수업을 하면서 우리가 지켜야 할, 만들어 나가야 할 가치에 대한 이야기가 빠지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항상 주변과 함께 살아가고, 낮은 자세로 작은 소리에게 귀 기울일 것을 말입니다. 거창하게 인성교육이라 이름 붙이지 않아도 교육받았다는 것, 교육한다는 것엔 이런 가치들이 녹아있는 것이라 생각하니까요.


우리나라의 교육받은 사람들에게


좋은 교육을 받고, 좋은 단체에 속해있는 사람들, 흔히 말하는 교육을 오래 그리고 성공적으로 받은 사람들에게 부탁하고 싶습니다. 좋은 머리로 좋은 일에 사용하기를 말입니다.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위해 꿈꿔 주기를 말입니다. 세상은 나 혼자 살아가는 곳이 아님을 다시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당신이 가진 권력은 당신 자체가 아닌 당신이 속했던 학교와 단체 그리고 제도에 있을 뿐이니 당신 스스로 그것들로부터 한 걸음 떨어져 자신을 돌아보라고 말입니다. 만약 그럴 수 있다면 당신은 진정 교육받은 사람이라 말해주고 싶습니다.

자신만의 학문적 성과를 성으로 비유하면 오랫동안 공부하고 연구한 모습은 커다란 성을 쌓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성에 커다란 문이 없다면 이 성은 다른 사람에게 그저 두려움의 대상일 수 밖엔 없다.  - 학급의 탄생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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