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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원쌤 Jan 17. 2021

아름답고 멋지다!

마음엽서 쓰기

이미 떠나간 제자 혹은 자녀를 응원하는 엽서


이번 엽서는 졸업한 제자들이나 다른 학년, 학교로 진학한 제자들에게 주로 말하게 되는 이야기와 엽서입니다. 

아! 그리고 마음엽서는 자신의 자녀에게도 효과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아이와 이야기를 나눌 때도 이야기가 끝난 후 짧지만 마음을 표현한 엽서 한 장을 몰래 아이의 책상 위에 올려놓는 것이죠. 그 엽서를 보게 되는 아이의 마음은 분명 따뜻해질 겁니다.


아름답고 멋지다!


캘리용 종이에 딥펜을 이용해 쓴 글

“넌 지금의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고 멋지다!” 엽서는 주로 졸업한 친구들과 상담하며 자주 하는 말입니다. 어떤 의도를 가지고 이 말을 해야겠다 생각해서 하는 말이 아니라, 아이들과 이야길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렇게 이야길 하고 있더군요. 그렇다면 어떤 상황이기에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 상황을 되돌아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힘들어요. 선생님…


졸업한 제자들에게 연락이 올 때면 항상 기쁜 마음을 감출 수 없습니다. 중요한 소식이 있어서 연락하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은 


“그냥 갑자기 선생님이 생각나서요.”


라며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전화로만 연락하는 것이 아니라 불쑥 찾아오는 아이들은 더 반갑지요. 오랜만에 보게 되는 얼굴들은 그 자체로 너무너무 고마운 얼굴들이니까요.

그런데 그런 연락 중엔 힘들어하는 지금의 마음을 나누기 위해 연락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지금 힘들다고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진 않더라도 전화기 너머의 얼굴이 보이는 듯할 때가 있지요. 보통은 아이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줍니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이야길 하고 싶었던 마음이 컸기에 자신의 이야길 담담하게 하는 경우가 많죠. 그런데 이야길 들을 때마다 제 마음속에서 피어오르는 생각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아니야. 넌 멋진 친구란다!’입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


매일이 모여 매달이 되고 매달이 모여 매년을 만드는 우리의 세상은 누구나 공평하게 그리고 누구도 예외 없이 시간 속에서 살아갑니다. 당연히 시간이 지나면 나이를 먹게 되는 것이죠. 그런데 나이를 먹으면 무엇이 달라질까요?

너무 어릴 땐 세상 모든 일이 가능할 것처럼 여기고 살아가는 경우가 보통입니다. “난 나중에 멋진 우주비행사가 될 거야.” “난 우리나라 대통령이 될 거야!” 등과 같은 호기로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기인 것이죠. 하지만 이런 모습들은 점점 사라지게 됩니다. 어쩌면 나이를 먹으며 달라지는 것은 이런 현실적인 모습이 아닐까요?


현실과 마주하는 제자들


학년이 올라가고 점점 사회의 현실과 민낯으로 만나게 될수록 더 분명 해지는 꿈을 가지는 친구들보다 더 막연하고 불안한 꿈을 간신히 붙잡고 살아가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어릴 때 보이던 재능도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것이죠.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기도 합니다. 자신이 가진 세상의 크기가 점점 넓어지고 깊어지고 있으니 그동안 보던 세상관 분명 달라 보일 것이고 세상 속 수많은 상수들을 만나게 될 테니까요. 한 번은 이런 이야길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림에 재능이 있어 보여서 활발하게 그림도 그리고 다양한 활동도 했었던 제자가 고등학생이 되어서 찾아왔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림을 그리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왜 그러냐고 물어보았더니 돌아온 대답은 이랬습니다.


“중학교 올라갔더니 저보다 그림 훨씬 잘 그리는 사람이 주변에 널렸더라고요. 그래서 제 그림으론 안 되겠다 생각했어요.”


이런 현실인식은 나름 좋은 장점이 있습니다. 자신의 모습을 더 큰 세상 속에서 객관적으로 고찰할 수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자신의 모습을 고찰한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모습을 고찰한 이후에 있는 것이죠.


넓은 세상과 마주할 때의 선택


주변을 둘러보면 내가 관심 있어하거나 내가 잘한다 생각하는 일들과 관련된 수많은 고수들을 보게 됩니다. 어릴 땐 주변을 둘러보기보다는 지금 자신의 좁은 주변이 전부였기에 보이지 않았던 부분들까지 보게 되는 것이죠. 당연히 주변의 수많은 고수들을 보면 위축될 수 밖엔 없고 그로 인해 마음이 불안해지겠죠. 지금까지의 자신을 다시 돌아보게 되는 시간인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두 가지 선택지가 생길 수 있다 생각합니다. 먼저 세상의 고수들을 보았으니 난 이 분야는 멈춰야겠다 생각하는 것이죠. 이 선택의 장점은 자신이 가진 다양한 재능 중 특별한 재능 한 가지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괴테에 대해 잘 알 것입니다. 괴테는 유명한 작가로 우리에게 유명하지요. 하지만 괴테는 작가이면서 엄청난 과학자이기도 했다지요. 그리고 정말 멋진 그림도 그릴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이탈리아에 여행을 가게 되었고 그곳에서 엄청난 그림 작가들을 만나게 되면서 그림 그리는 것은 멈췄다고 합니다. 자신이 가진 여러 가지 재능 중 몇 가지만 남겨두고 다른 재능들은 멈춘 것이죠. 선택과 집중의 케이스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괴테의 경우 다양한 재능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가 포인트가 아닙니다. 한 가지를 멈췄다 하더라도 그것에 의기소침하지 않았다는 점이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두 번째 선택은 지금 자신은 주변의 고수들처럼의 실력이나 수준이 안되지만 꾸준히 노력하면 될 수 있다 생각하며 노력하는 것입니다. 전 두 번째 선택이 무조건 옳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무조건 노력한다고 세상 일이 다 된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을 테니까요. 하지만 두 번째 선택의 장점은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더 넓은 세상 속, 자신을 잃지 않는 것이 진짜 능력


아이와 어른의 다른 점은 무엇일까요? 본질적으로 같은 인간이기에 크게 다르진 않겠죠. 하지만 아이와 어른 중 누가 더 유연하게 변할 수 있고, 성장하는데 좀 더 유리할까요? 전 이런 질문이라면 아이의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물론 어른이 되어서도 유연하게 살아갈 수 있고, 성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의 경우 그 변화의 폭과 성장의 정도가 엄청나다는 것을 실제 아이들과 20년 이상을 살아오며 보게 되었기에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아이라는 단어는 가능성의 시기를 일컫는 다른 말이니까요.

이렇게 가능성이 엄청나게 내포된 아이에게 가장 큰 위험요소는 바로 자신을 잃어버리는 것입니다. 자신의 지금 모습이 완성된 모습도 아니고 앞으로 어떻게 변화될지도 모르면서 주변의 완성에 가까운 모습을 가진 존재들과 비교하며 자신을 잃어버리는 것이죠. 


교사의 역할 / 부모의 역할


아이 주변에 가장 많은 영향을 주는 어른이 있다면 부모와 교사일 것입니다. 부모와 교사의 다양한 역할 중에 우리가 잊어선 안될 역할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아이가 보인 빛나는 모습을 기억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 시기가 언제이건 말입니다. 동시에 그 모습이 멋지고 아름답다는 것을 아이가 필요로 할 때 이야기해주는 것입니다. 이렇게 말이죠.


“선생님, 전 제가 열심히 살아왔고 그래서 잘 살고 있다 생각하고 지내왔는데 고등학생이 되고 이제 곧 3학년이 된다 생각하니 제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제가 제대로 살고 있는지 고민이 됩니다. 주변을 보면 친구들은 무엇인가 열심히 하는 것 같은데… 저도 제 나름으로 열심히 하는데… 왠지 부족한 것 같아서요.”

“그래, 네가 이제 고등학교 3학년이 되어가니 현실적인 부분들이 더 크게 다가오나 보다. 그런데 선생님은 네가 정말 멋진 친구라 생각하거든. 왜냐하면 너의 어릴 때 모습 때문이야.”

“제가 어릴 때 어떤 모습이 있었는데요?”

“넌 생각이 날지 모르겠지만 선생님은 분명히 기억하고 있단다. 학년 초 너의 독특한 행동 때문에 친구들이 너를 어려워했었단다. 그런데 네가 수업시간 그리고 다양한 동아리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계속 보여주자 친구들 사이에서 너랑 같은 모둠을 하면 완전 대박이라는 말이 돌았단다. 모두가 너의 그 에너지를 닮고 싶어 했지. 그때의 넌 엄청나게 멋졌거든.”

“제가 그런 적이 있었나요? 전 기억이…”

“그럼. 넌 아주 멋진 모습으로 그때의 일 년을 보냈어. 아마 나중에라도 네 머릿속의 기억들이 그때의 일들을 다시 기억해낼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선생님은 그때 그 모습을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단다. 그래서 너에게 이런 말을 하고 싶어. 넌 지금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고 멋지다! 걱정하지 말고 네가 생각한 것을 실천하면 살아가렴. 그래도 된다고 생각해.”


제가 아이에게 해 준 것은 구체적인 방법이나 길을 알려준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아이는 자신의 빛나던 모습을 누군가 기억해 준다는 것만으로도 힘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세상의 많은 부모님들도 이런 경우가 많으실 것 같습니다. 분명 어릴 때의 멋지던 모습이 점점 사라지는 모습을 사춘기라는 시기를 겪으며 보게 되는 것이죠. 하지만 아이의 모습이 달라져 보인다고 해서 아이 자체가 달라진 것은 아니라는 것도 잘 아실 것입니다. 그때의 빛나던 아이는 지금 잠시 힘들어하고 있을 뿐이니까요. 그래서 부모나 교사나 어른으로서 아이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는 것이 중요한 것입니다.

마음엽서 쓰기


아이와 전화로, 채팅으로 이야길 나눴다면 이제 작은 마음엽서 한 장 써 보면 어떨까요?

그리고 그 아이에게 조심스럽게 전달해 보세요. 분명, 작은 엽서지만 큰 따뜻함을 선물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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