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학년 교육과정 만들기 / 융합적 이해
네, 교사는 전문가입니다.
그런데 어떤 전문가냐고 물어보면.... 중등의 경우 수학교사라면 수학 전문가라 말할 수 있겠네요. 그렇다면 초등교사에게 물어보면 뭐라고 대답할 수 있을까요? 우리나라 초등교육의 특징 중 하나는 담임교사가 거의 대부분의 교과를 혼자 다루고 있다는 점입니다. 외국의 경우 초등학교 때부터 교과 교실제가 운영되는 경우도 많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죠. 그러다 보니 초등교육을 담당하는 교사들은 중등의 교사들처럼 어떤 특정한 교과의 전문가라고 말하기가 애매합니다. 모든 교과의 전문가? 이것도 이상하네요.
사실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전문가'라는 말을 다르게 바라볼 때 해결될 수 있습니다. 초등교사의 전문성은 이제 융합적 이해력에 있는 것은 아닐까요? 중등교사도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
초중등을 막론하고 교사라면 내용에 대한 전문가이면서 동시에 대상에 대한 전문가여야 합니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라 다양한 영역을 아우르는 전문가, 다른 말로 융합적 전문가라 할 수 있고 그래야 합니다. 수업 한 시간을 준비하며 수업에 적용되는 내용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것과 동시에 그 수업을 함께 할 아이들의 마음속 움직임과 행동을 예측하고 적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실제 수업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변수들에 효과적이면서도 따뜻한 마음으로 품을 수도 있어야 합니다.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매년 새로운 학년이 시작될 땐 새로운 학년 교육과정을 개발합니다. 올해 만날 아이들, 올해 근무하는 학교의 상황, 올해 맡은 교과의 수준들을 펼쳐놓고 비교하며 그 속에서 맥락을 찾고 이어주는 것이 교육과정이니까요.
교육이라는 단어와 융합이라는 단어가 만날 때 많은 분들이 교과 간의 융합에 관심을 보입니다. 아마 기본적인 융합은 교과의 융합에 있을 수 있겠지요. 하지만 융합적 이해력은 교과 간은 융합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융합의 핵심엔 우리가 배우는 내용 즉 교과와 우리의 삶이 연결되는 것을 말하고 있으니까요. 무엇을 배우건 그것이 실천으로 이어지고, 그 실천이 다시 배움으로 이어지는 것이 진정 우리가 원하는 융합이라 생각합니다. 더불어 그 실천과 배움이 세상 속 희망이 되도록 교사는 이끌고 학생들은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학교에서 우리가 경험해야 할 전부는 아닐까요?
융합적 이해력이 최대한 발휘되기 위해선 각 분야의 전문가와 협업하는 것이 좋습니다. 건강한 공동체가 되기 위해선 각 개인이 건강할 때 공동체가 바로 설 수 있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학교에서 융합적 교육을 실천하기 위해서도 결국은 각 교사들이 개인적인 단단함이 있어야 합니다. 각자가 가진 개인의 경험을 서로가 공유하고 협의할 수 있을 때 학교교육과정은 융합적이 될 수 있습니다. 가장 쉬운 예로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가감 없이 할 수 있는 분위기와 기회가 중요한 것이죠. 이런 의미를 생각하며 매년 학년 교육과정을 개발할 때면 동학년 선생님들과 기본적인 개념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나눕니다. 그 이야기가 바탕이 되어 우리가 개발할 교과교육의 방향이, 아이들과 함께 만들어갈 삶의 이야기가 만들어질 테니까요.
세상은 정보화의 물결로 술렁이고, 세상의 모든 것은 발전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환경은 지금까지 인류가 겪어보지 못한 어려움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이런 시기에 환경에 대한 인식이 교육과정의 전면에 나서는 것은 당연한 시대의 흐름이 되어야 한다. 그 일환으로 아람 6학년 교육과정에선 세 가지 기본을 중시하는 교육과정으로 구성되어있다.
환경(Eco)을 생각하는 교육
실천(Action)을 생각하는 교육
우리(Community)를 생각하는 교육
환경(Eco)을 생각하는 교육
인간만을 위한 교육이 아닌 살아있는 모든 존재를 함께 생각하는 교육이 더불어 살아가는 교육이다. 환경문제를 새로운 시선에서 바라볼 수 있는 교육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실천(Action)을 생각하는 교육
핵심역량 교육의 핵심은 실천하는 것이다. 실천은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보편성을 위해 필요하다. 알기만 하는 것이 아닌 다른 사람들을 위해 어떻게 하면 도움이 될 것인지를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다. 티쿤 울람(Tikkun Olam)의 마음으로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어가는 교육이다.
우리(Community)를 생각하는 교육
우리라는 말처럼 따뜻한 말은 세상에 없다. 혼자가 아닌 함께하는 교육, 모두가 존중받고 모두를 배려하며 모두가 자신의 역할을 자율적으로 수행할 때 우리가 만들어진다. 세상이 경쟁적이라면 학교는 협력의 가치를 더 중시하고 교육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학교교육과정의 기본 구조를 중심에 두고 그것에서 학년의 이야기를 가지치기를 통해 협의를 진행했습니다. 협의의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학교에서 추구하는 교육 이상을 경험할 수 있고 학생들과 수업시간 자연스럽게 나눌 수 있겠지요.
교육을 수업하는 행위로만 본다면 교육은 단순한 활동이 될 수 있습니다. 수업에서 다루는 내용적 이해만으로 수업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본다면 더욱더 단순해질 것입니다. 하지만 수업은 내용적 이해만으로 구성되지도 않고 그럴 수도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학원 수업과 학교 수업을 비교하지만 사실 두 가지는 전혀 다른 행위라 봐야 합니다. 학원에서 관심을 가지는 것은 주로 내용적 이해와 수준이기에 학교에서의 수업과는 질적으로 다른 부분이 있는 것입니다. 물론 학원에서도 학생의 삶에 대한 조언도 가능하고 협력과 지원도 가능할 것입니다. 하지만 학원은 결국 내용에 대한 이해를 어느 정도 달성했느냐로 그 성과를 인정받을 수밖엔 없습니다. 학교도 그럴까요? 물론 학교에서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합격하거나 좋은 성적을 얻었을 때 학교가 인정받을 수 있겠죠. 그렇지만 그것만으로 학교는 충분히 자신의 역할을 했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학교란 공간은 수업만이 아닌 다양한 공동체적 삶을 총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많은 아이들을 만났고, 지금도 만나고 있습니다.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학교에서 아이들을 만나며 이젠 어른으로 성장한 아이들과도 연락하고 지내고 있습니다. 어떤 아이는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도 했고, 어떤 아이는 고등학교만 졸업하고 자신의 일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어린 시절의 교사였던 절 기억해주고 연락하며 고맙다고 말합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공부를 통해 성과를 내었기 때문일까요? 아이들은 한결같이 이야기합니다. 선생님과 지냈던 그 시기에 자신이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이죠. 무슨 도움을 말하는 것일까요? 당연히 수업시간 다룬 교과 내용적 도움도 있었겠죠. 하지만 그것만이 아닌 살아가며 무수히 만나는 다양한 일들에 대해 자신이 어떤 삶의 자세로 살아가야 할지를 저를 포함한 수많은 교사들을 통해 알게 된 것을 고마워한다 생각합니다. 직접 수치로 나타낼 수 없는 것을 우리는 보이지 않는 것으로 치부합니다. 다른 사람에 대한 사랑과 배려심은 점수로 나타낼 수 없으니 보이지 않는 것이 되겠죠. 하지만 보이지 않는 것에도 관심을 가지고 만들어가는 수업, 나만이 아닌 우리를 생각하고 주변을 넘어 전 지구를 생각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은 학교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인 것입니다. 여러분의 교육과정은 어떠한가요? 함께하는 이야기, 내용과 대상에 대한 융합적 연결이 중심이 된 교육과정인가요? 함께 만드는 교육과정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2021년의 시작! 첫 방향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