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생태 #만남 #세렌디피티 교육
6년 만에 학교를 옮기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고, 그 일들로 조금씩 성장해온 제 자신을 다시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저 혼자만의 힘으로 모든 것이 이뤄지지 않았음을 다시 생각하는 시간입니다.
교실엔 그동안 저와 함께 했던 많은 흔적들이 곳곳에 있습니다.
그동안 교실을 한 번도 옮기지 않았고(6학년 부장교사만 계속하다 보니...) 그러다 보니 이것저것 많은 것이 숨어있기도 합니다. 가장 많은 것은 아이들과 함께했던 수업 결과물들이고, 가장 무거운 것은 아이들과 나누거나 수업에 참고할 요량으로 가지고 있는 책들입니다.
아이들과 수업을 하는 일은 교사에게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업무이자 일입니다. 하지만 가장 어려운 일이기도 합니다. 수업 한 시간을 위해 몇 날 며칠 혹은 몇 년을 고민하기도 하니까요. 그렇게 해서 만들었던 작품들은 영원할 수 없습니다. 특히 학교는 아이들이 제작한 작품 같은 수업 결과물을 보관할 수 없는 곳입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보관하기도 합니다. 그것들을 이제 내려놓고 가야 합니다. 그래서 아쉽습니다.
세계를 공부하며 만들었던 지구본과 세계의 건축물 작품 제작
역사만평을 다양하게 준비하며 발표했던 자료
생태수업을 하며 만들었던 개인 나무 목걸이
책은 양도 문제지만 무게가 더 문제입니다. 학교를 옮길 때마다 예전엔 참고했지만 지금은 참고하지 않는 책은 정리하지만 그래도 양이 많습니다. 일부의 책은 나눔을 통해 나눠주기도 하고, 일부는 직접 폐기하기도 합니다. 여전히 아쉬운 마음 가득합니다. 개인적인 바람 중 하나는 나중에 저만의 큰 책방이 있으면 하는 것입니다. 제가 소중히 생각하는 책들과 함께 있는 공간 말이죠. (책을 많이 보지도 않으면서 욕심만 많네요.)
무거운 책이지만 잘 정리해서 옮겨야 하기에 열심히 쌓았습니다. 쌓고 쌓고 또 쌓고.
그동안의 제 모습이 그 속에서 보입니다. 쌓기만 한 것은 아닌지...
참 바보 같은 행동을 하고 있더군요. 책을 열심히 쌓은 다음 그 밑으로 줄을 넣어서 묶는 행동을 반복하며 힘들어하고 있다가 번뜩 정신이 들었습니다.
'어, 책을 쌓기 전에 먼저 줄을 밑에 깔고 그 위에 책을 쌓으면 되잖아? 왜 바보같이...'
네, 집에서 집안일 못한다고 맨날 구박받던 제 모습이 이렇게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순간이었습니다. 쌓기 전 묶을 줄을 먼저 놓으면 되는 것을...
요즘 코로나 19 이후의 교육에 대해 특히 다양한 주장들이 쏟아지는 것 같습니다. 새로운 신조어들도 많이 등장하고 있고요.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다양한 시도를 하기 전 우리가 어디를 향해 나갈 것인지를 말입니다. 그래야 다양한 시도와 논의들이 결국 하나로 묶여 우리의 교육이 힘을 제대로 받을 테니까 말입니다.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거든 먼지 지금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 질 살펴야 할 것입니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이 미래를 결정한다는 단순하지만 적확한 사실에 입각해서 말입니다. 코로나로 힘들어하는 문제의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행동해야 합니다. 단순히 코로나 바이러스만 없으면 이 모든 상황이 해결될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무모한 생각일 것입니다. 자칫 우리가 가야 할 길을 제대로 잡지 않고 무엇인가 해야 한다는 생각에 무조건 쌓기만 한다면 한참을 쌓은 후 줄을 맨 밑에 넣어 묶으려 할 때 그동안 쌓았던 모든 것이 와르르 무너지는 것을 볼 수 밖엔 없는 것입니다. 더 높이 쌓을수록 더 쉽게 무너지겠지요.
미래교육을 이야기하며 우리가 꿈꾸던 교육이라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미래교육은 꿈꿔선 안 되는 것입니다. 꿈은 꿀 땐 행복하고 모든 것이 가능할 것 같지만 꿈에서 깨는 순간 허망할 뿐이니까요. 미래를 꿈꾸는 것보단 지금 현재 우리가 변화되어야 함을 다시 생각해야 합니다. 지금 우리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그 키워드를 생각해야 합니다.
"생명"
"만남"
"생태"
이런 단어들이 미래교육의 핵심 키워드로 자리 잡을 때 우리는 진정 우리가 원하는 미래교육이라는 시간의 선물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