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린 배우기 그 첫 단계
오늘 여러분께 소개해 드릴 악기는 바이올린입니다. 바이올린은 그 고혹적인 소리뿐 아니라 날씬하고 우아한 모양새조차 너무나도 아름다운 악기죠. 하지만 바이올린 이야기를 서두르기 전 도움닫기로 먼저 바이올린이란 악기가 속해 있는 '현악기'에 대해 짧게 이야기해 보려고 해요.
오케스트라에서 사용하는 현악기는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더블베이스, 하프 이렇게 다섯 가지인데요. 고정적으로 배치되는 악기는 고음의 바이올린, 중고음의 비올라, 중저음의 첼로, 저음의 더블베이스입니다. 현악기는 활로 현을 문질러 소리를 내는 찰현악기와 현을 손가락으로 튕겨 소리를 내는 발현악기로 구분할 수 있어요.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더블베이스는 찰현악기, 하프는 발현악기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겠죠?
현악기는 악기 하나로 본다면 관악기에 비해 턱없이 작은 소리지만 보통 수십 명이 함께 소리를 내는 까닭에 음향 규모가 상당한데요. 때문에 현악기 전체가 함께 연주할 때면 장엄한 느낌이 나기도 한답니다. 그리고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한 가지! 현악기는 오케스트라의 시작이며 전체의 기준이 되는 가장 중요한 파트랍니다.
바이올린은 그 역사 이래 수세기 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꾸준히 사랑을 받아온 악기예요. 이는 그 작품 수만 봐도 알 수 있는데 바이올린은 피아노만큼이나 많은 독주곡을 가지고 있지요. 바이올린은 무엇 때문에 이렇게 큰 사랑을 받는 걸까요? 바이올린의 여러 장점 중 가장 큰 장점은 아주 작은 크기의 바이올린이 있다는 것이랍니다. 때문에 다른 악기라면 생각도 못할 3, 4살의 어린 나이에도 충분히 시작을 할 수 있지요. 어디 그뿐인가요? 천재적인 재능을 통해 성인 연주자도 해내기 어려운 곡을 10살도 채 안 된 아이들이 멋지게 연주하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으니 정말 매력적이지 않나요?
'바이올린'이란 명칭은 활을 사용하는 현악기란 뜻의 라틴어 비툴라vitula 에서 왔다고 합니다. 이를 게르만어로는 피들fiddle 이라고도 하고요. 그래서 유럽에서는 바이올린을 피들이라고 부르기도 해요.
넓은 음역과 화려한 음색으로 피아노만큼이나 많은 사랑을 받는 악기인 바이올린은 16세기 이탈리아의 작은 도시인 크레모나를 중심으로 발전한 악기랍니다. 크레모나는 최고의 현악기 명장들이라고 일컬어지는 아마티, 스트라디바리우스, 과르네리가 현악기를 만들었던 곳으로 당시 만들어진 현악기들은 현재에도 세계적인 연주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악기예요.
그중 바르톨로메오 지우세페 과르네리의 바이올린은 악기 경매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는데요. 그가 제작한 과르네리 델 제수 캐논은 그 강렬한 소리 때문에 대포라는 뜻의 캐논cannon 이라는 이름이 붙었답니다. 이 악기는 바이올린의 전설인 파가니니가 사용했던 악기로도 유명하지요. 이 악기는 파가니니의 유언에 따라 파가니니의 고향 제노바에 기증되었는데요. 파가니니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우승한 연주자에게는 파가니니의 바이올린을 직접 연주해 볼 수 있는 특권이 주어진답니다. 2015년, 콩쿠르가 창설된 1954년 이후 처음으로 한국의 바이올린 연주자 양인모 군이 우승을 거머쥐어 이 바이올린을 연주해 볼 수 있는 특권을 받았답니다. 정말 멋있는 일이죠?
보통 7세 이하의 어린아이들은 악기에 비해 턱없이 작은 손과 적은 폐활량, 연약한 체력 등 악기를 익히기엔 여러 가지로 신체적 약점이 많아요. 그래서 작은 크기의 실로폰이나 유아용 하프 등 몇몇 악기를 제외하곤 제대로 연주하기에 무리가 있지요. 하지만 바이올린은 6세 이하의 어린이도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아주 작고 가벼운 바이올린부터 전공자용 풀사이즈까지 다양한 크기가 있어 어떤 악기보다도 조기 교육이 훨씬 수월하답니다.
더불어 바이올린은 절대음감을 익힐 수 있는 C조 악기예요. (C조 악기라고 하니 잘 와 닿지가 않죠? C조 악기란 '도'라는 음을 연주했을 때 그 '도'가 피아노에서 연주한 '도'와 같은 소리가 나는 악기란 뜻이에요. 당연한 말 같지만 '이조 악기'의 '도'는 피아노의 '도'와는 다른 소리가 난답니다. 클라리넷의 '도'는 피아노에서의 '시♭' 소리가 나고요. 호른의 '도'는 피아노에서의 '파' 소리가 나지요. 그래서 C조 악기는 정확한 음감을 익히기에 좋은 악기로 여겨지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향후 어떤 악기, 어떤 장르를 선택하든 여러 가지로 도움이 된답니다. 실제로 바이올린 전공자는 대부분 7세 이전에 바이올린을 시작한 경우가 많아요.
게다가 바이올린만큼 초기 투자 비용이 적은 악기도 드물어요. 처음 시작할 때나 취미인 경우는 다들 십만 원 대의 새 악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어떤 악기보다도 비용 부담이 적답니다. 전공을 결심하면 얘기가 좀 달라지겠지만요. 하지만 한 번 악기를 사서 평생 사용한다고 생각하면 사실 무조건 비싸다고 할 수는 없지 않을까요?
바이올린은 종류도 많고 가격도 정말 다양한데요. 악기의 가격은 음질에 따라 매겨지는 만큼 필히 레슨 선생님과 잘 상의한 후 결정하는 게 좋습니다. 나중에 다른 악기와 바꾸기도 쉽고 수리도 편리하거든요.
꼭 전공 선생님께 배우세요! 모든 악기가 그렇듯 처음 배울 때 좋은 습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거든요. 그리고 바이올린은 생각보다 알아야 할 것들도 많아요. 몇 가지 살펴보자면 먼저 바이올린은 기타처럼 그때 그때 줄을 조율해야 해요. 레슨이 있는 날은 선생님께서 해 주시겠지만 그렇지 않은 날에는 조율기기, 즉 튜너가 있으면 좋답니다. 언제건 정확한 음으로 조율된 악기를 사용할 수 있으니 음감 형성에도 좋고요.
바이올린 줄 중 가장 가는 줄이 1번 줄인데요. 이 선이 의외로 잘 끊어진답니다. 줄 가는 게 생각보다 그리 어렵지 않으니까 살 때 몇 개 더 구입하는 게 좋아요. 줄도 가격이 천차만별이에요. 줄을 살 때엔 가격을 보고 선택하기보다는 악기와 잘 어울리는 줄을 선택하는 것이 줄 선택의 기본 원칙이랍니다. 줄이 비싸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소리를 내는 건 아니거든요. 악기와 잘 어울리는 줄이 만족스러운 소리를 내는 거예요.
현악기 연주자들에게 악기 외에 공통적으로 필요한 게 있어요. 바로 활 털에 바르는 송진입니다. 찰현악기의 발음 원리는 활 털과 줄의 마찰이거든요. 이를 극대화하기 위해 활 털에 송진을 바른답니다. 연습하다 평소보다 소리가 작아진 것 같거나 마찰력이 줄어들었다 싶을 때 활 털에 송진을 문질러 주세요.
그리고 약음기. 이건 소리를 좀 작게 내고 싶을 때 현악기 브릿지에 꽂는 건데요. 브릿지에 약음기를 꽂으면 어느 정도 악기의 음량을 줄여 준답니다.
참! 바이올린은 손가락으로 줄을 튕겨서 연주하기도 하는데요. 이 주법을 피치카토라고 한답니다. 활로 켜는 건 아르코라고 하고요. 악보에 표기할 때 피치카토는 줄여서 pizz. 라고 표기해요. 또 아르코는 줄이지 않고 arco 라고 표기한답니다.
현악기를 배우다 보면 악보에서 이런 기호들을 볼 수 있을 거예요. 이 기호들은 활을 켜는 방향을 알려 주는 기호예요. 올림활 기호가 붙은 음표는 활을 위 방향으로 켜는 거고요, 내림활 기호가 붙은 음표는 활을 아래 방향으로 켜는 거랍니다. 참 쉽죠?
사실 바이올린을 포함한 찰현악기의 연주에 있어 오른손으로 움직이는 활의 역할은 어쩌면 왼손보다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답니다. 왼손의 트릴이나 정확한 음정도 결국 오른손을 통해서야만 발현되는 것이니까요.
바이올린으로 유명한 곡 :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는 악곡 전체를 바이올린의 가장 굵은 4번 째 현, 즉 G현으로만 연주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랍니다.
Edward 선생님의 추천곡 :
사라 장이 연주하는 마스네의 오페라 “Thais” 중 타이스의 명상
비브라토 : 줄을 누른 손가락을 흔들어 소리에 울림을 주는 기법.
더블스토핑 : 2개의 현을 동시에 활로 문지르는 기법으로 화음을 연주합니다. 때로 트리플(3개의 현), 쿼드로플(4개의 현) 스토핑 기법도 사용하는데요. 모차르트의 아이네 클라이네 나하트 무지크 1악장 첫마디를 보면 1st, 2nd 바이올린 모두 트리플 스토핑으로 시작하는 걸 볼 수 있답니다.
하모닉스 : 플래절렛이라고도 해요. 줄 위에 손끝을 얹듯 살짝 대고 연주하는 기법으로 아주 높은 고음을 낼 수 있습니다. 음표 4도 위에 다이아몬드 모양의 음표가 있는 경우 하모닉스로 연주하란 뜻입니다.
콜레뇨 : 현대 음악에서 간혹 나오는 기법으로 활대로 현을 두드려 연주하는 기법입니다.
스코르다투라 : 기타 연주에서도 간혹 볼 수 있는데요. 필요에 의해 현의 조율을 바꾸는 것입니다.
김광민 (재즈피아니스트, 동덕여대 실용음악과 교수)
자칫 딱딱하고 지루할 수 있는 악기 이야기를 가지고 서양음악 전반을 쉽고, 흥미롭게 이야기하고 있음이 놀랍다. 악기에 대한 이야기는 그 특성상 전문가와 비전문가 모두를 만족시키기가 결코 쉽지 않은데, 이 책은 자세한 설명으로 이를 풀어나갔다. 책을 읽는 내내 독자에 대한 배려를 느낄 수 있었으며 무엇보다 딱딱한 내용일 거란 예측이 보기 좋게 빗나간 즐거운 시간이었음이 기쁘다.
정치용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원장, 인천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
클래식 악기에 대한 실질적인 이야기를 통해 마치 ‘참고서’처럼 누구나 클래식 음악 전반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풀어 놓은 책이다. 이 한 권의 책으로 보다 많은 사람들이 클래식 문화에 깊이 젖어들 수 있기를 바란다.
한웅원 (재즈드러머)
음악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도 직접 접하지 않으면 제대로 알기 힘든 클래식 악기들에 대한 실질적인 이야기.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듯 이 책을 부담 없이 하나하나 읽어 나가다 보면 어느새 클래식 음악에 한 발 다가선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음악 전공자, 음악 애호가 모두에게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클래식 음악이란 쉽게 생각해 보면 여러 가지 악기들이 모여 앉아서 악기마다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겁니다. 때로는 모여서 하모니를 이루기도 하고, 때로는 혼자서 독주를 하기도 하죠. 그런데 어떤 악기가 어떤 소리를 내는지 모르니까 어렵게 느껴졌던 것뿐이에요. 사실 클래식 음악은 어려운 것이 아니라 잘 몰라서 익숙하지 않다는 게 맞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