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스키한 매력으로 비밥을 평정한 악기, 색소폰을 말하다
지난 주에는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목관악기 플루트에 대해 이야기했었지요. 오늘은 조금 색다른 목관악기를 소개해 드리려고 해요. 바로 색소폰이랍니다. 색소폰이 목관악기로 분류된다는 걸 모르시는 분들도 많죠? 멋드러지게 번쩍거리는 금속 몸체 때문에 색소폰은 금관악기라는 오해를 많이 받아요. 하지만 색소폰은 홑 리드를 사용하는 엄연한 목관악기랍니다.
재즈의 전설 “버드” 찰리 파커의 분신으로 1940년대 미국에서 발달한 자유분방하고 빠른 템포의 재즈 음악, ‘비밥’을 평정했던 악기 색소폰! 색소폰은 목관악기 특유의 섬세함에 금관악기의 강렬함까지 더해져 그 어느 악기보다도 훌륭하게 격정적인 감정을 표현해 내며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어요.
색소폰은 연주자에 따라 악기 선택을 달리 할 수 있는데 이를테면 찰리 파커는 주로 알토 색소폰을 사용했고 존 콜트레인은 테너 색소폰을 사용하였답니다. 물론 운지법이 같기 때문에 소프라노, 알토, 테너, 심지어 바리톤까지 모두 사용하는 연주자들도 있기는 하지만 마우스피스의 크기가 다르고 불어내는 호흡의 세기가 다르기 때문에 보는 것만큼 쉽지만은 않은 일이지요.
색소폰은 1840년경 벨기에의 악기 제작자 아돌프 삭스가 저음과 동일한 운지법으로 한 옥타브 위의 소리를 낼 수 있게 만든 악기예요. 금관악기와 목관악기의 장점을 결합한 악기답게 풍부한 음량과 부드러운 음색, 그리고 목관악기 특유의 유연함이 돋보이는 악기이기도 하죠. 이를 두고 베를리오즈는 색소폰을 “리드가 있는 금관악기”라고 소개하기도 했는데요. 색소폰은 오케스트라 편성이 확립된 이후 만들어졌으며 그 목적 또한 브라스 밴드, 즉 군악대에서 현악기 그룹을 대신하기 위함이었답니다.
때문에 정규 오케스트라에는 편성되지 않았으나 베를리오즈, 비제, 리하르트 스트라우스 등의 작곡가들은 자신의 작품에 색소폰을 사용하기도 했어요. 특히 라벨은 그의 대표작 “볼레로”에 색소폰을 사용하였으며 베를리오즈는 6개의 색소폰을 위한 곡을 작곡하기도 했는데요(참고로 볼레로는 2000~2001년에 KBS에서 방영한 TV 애니메이션 '디지몬 어드벤쳐'의 삽입곡이기도 해요!). 초연 당시 제작자인 삭스가 직접 바리톤 색소폰을 연주했다고 합니다.
색소폰의 단점으로 다른 목관악기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은 음역을 이야기 하는데요. 사실 이도 뛰어난 연주자들에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답니다. 같은 포지션에서 입술의 힘과 불어내는 세기를 통해 리드를 비정상적으로 떨게 하면 한 옥타브 이상 음역을 확장할 수 있거든요. 이렇게 높은 소리는 색소폰에서는 아주 높은 고음으로 찢어질 것 같은 소리를 낸답니다. 이를 플래절렛 톤 또는 오버 톤이라고 하는데요. 플래절렛은 18세기에 지금의 피콜로를 대신했던 마개 플루트라는 악기의 이름으로 아주 높은 음역을 연주하는 작은 플루트였답니다. 바이올린, 하프, 색소폰의 변칙적인 고음에 플래절렛이란 명칭을 붙이게 된 것도 바로 이 때문이고요.
색소폰은 현악기 그룹을 대신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악기이다 보니 음역별로 종류 또한 다양해서 1846년 삭스가 특허 등록한 색소폰만도 무려 14가지였다고 합니다. 그중 현재 사용하고 있는 색소폰으로는 소프라니노, 소프라노, 알토, 테너, 바리톤, 베이스, 콘트라베이스, 서브콘트라베이스 이렇게 총 8가지로 완벽한 합주를 구사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답니다.
색소폰은 클라리넷과 같이 홑 리드를 사용하는 악기로 리드가 소리에 차지하는 비중 또한 클라리넷만큼이나 매우 크답니다. 보통 색소폰의 리드는 컷팅 방식에 따라 프렌치 컷과 아메리칸 컷 이렇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요. 프렌치 컷은 딱딱하고 아메리칸 컷은 부드럽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방식 내에서도 제조사에 따라 소프트, 미디움, 하드 등 다양하게 구분하고 있고 특히 같은 사이즈라도 제조사마다 조금씩 리드의 강도가 다른 만큼 리드를 고를 땐 세심하게 따져 봐야 한답니다.
또한 리드는 마우스피스와의 어울림도 중요한데요. 개인의 연주 방향과 취향에 따라 마우스피스를 선택한 후 그에 맞는 리드를 고르는 것이 순서랍니다. 색소폰의 마우스피스는 플라스틱과 메탈로 구분하는데요. 일반적으로 소프라노 색소폰 같은 경우는 클래식한 톤의 플라스틱 마우스피스를 사용한답니다. 플라스틱 마우스피스는 메탈 피스에 비해 음량은 다소 약할 수 있으나 부드러운 소리가 큰 장점으로 날카로운 고음역의 소프라노 색소폰에 잘 어울리거든요.
알토나 테너 색소폰의 경우도 선택의 기준은 비슷해요. 보통 클래식 색소폰을 전공하는 경우는 플라스틱 마우스피스를 사용하고, 재즈나 경음악인 경우는 대다수 메탈 마우스피스를 사용한답니다. 메탈 마우스피스의 델리케이트 한 소리와 폭넓은 음량이 알토나 테너색소폰과 잘 어울린다고 하거든요. 색소폰도 대학 진학이 가능한데요. 실용음악의 경우는 테너 색소폰을 사용하고 일반 음악대학의 경우는 알토 색소폰을 사용합니다. 색소폰은 소프라노, 알토, 테너 모두 높은음자리표를 사용합니다.
Edward 선생님의 추천곡 :
대니정의 감미로운 발라드 색소폰 DREAMS OF HEAVEN
음악대학 색소폰 입시곡으로도 사용되는 클래식 색소폰 연주곡 Arno Bornkamp : Fantasie by Jules Demersseman
김광민 (재즈피아니스트, 동덕여대 실용음악과 교수)
자칫 딱딱하고 지루할 수 있는 악기 이야기를 가지고 서양음악 전반을 쉽고, 흥미롭게 이야기하고 있음이 놀랍다. 악기에 대한 이야기는 그 특성상 전문가와 비전문가 모두를 만족시키기가 결코 쉽지 않은데, 이 책은 자세한 설명으로 이를 풀어나갔다. 책을 읽는 내내 독자에 대한 배려를 느낄 수 있었으며 무엇보다 딱딱한 내용일 거란 예측이 보기 좋게 빗나간 즐거운 시간이었음이 기쁘다.
정치용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원장, 인천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
클래식 악기에 대한 실질적인 이야기를 통해 마치 ‘참고서’처럼 누구나 클래식 음악 전반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풀어 놓은 책이다. 이 한 권의 책으로 보다 많은 사람들이 클래식 문화에 깊이 젖어들 수 있기를 바란다.
한웅원 (재즈드러머)
음악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도 직접 접하지 않으면 제대로 알기 힘든 클래식 악기들에 대한 실질적인 이야기.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듯 이 책을 부담 없이 하나하나 읽어 나가다 보면 어느새 클래식 음악에 한 발 다가선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음악 전공자, 음악 애호가 모두에게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클래식 음악이란 쉽게 생각해 보면 여러 가지 악기들이 모여 앉아서 악기마다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겁니다. 때로는 모여서 하모니를 이루기도 하고, 때로는 혼자서 독주를 하기도 하죠. 그런데 어떤 악기가 어떤 소리를 내는지 모르니까 어렵게 느껴졌던 것뿐이에요. 사실 클래식 음악은 어려운 것이 아니라 잘 몰라서 익숙하지 않다는 게 맞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