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차 위에 핀 장미

Even IfI Am Not Anything 내가 아무것도 아니더라도

by 이비

- 아무것도 되지 않아도, 나는 충분히 아름답다


가끔은 세상이 너무 시끄럽다.

모두가 어디론가 향해 달려가고,

누군가는 어제보다 더 멀리 나아갔다고 자랑하고, 어떤 이는 자신이 무엇이 되었는지를 큰 소리로 외치며 걷는다.


그 속에서 나는

잠시 멈춰 서 있는 나를

자꾸만 쳐다보게 된다.


내가 아직 이름을 붙이지 못한 무언가여도,

손에 쥔 성과가 없더라도,

그 자체로도 괜찮다고

누군가 말해주었으면 좋겠다.


그저 조용히,

오늘 하루도 잘 버텨냈다고.

아무 일 없는 하루가

얼마나 귀한지 안다고.


귀가 안 들리는 나와 문자를 하지 못하시는 사장님 그래도 끝까지 소통을 했고 무사히 신발은 찾아가게 되었다. 작고 소소한 행복을 느낀 날 어르신은 얼마나 답답하셨을까


나는 종종 내 첫인상이

나를 설명하지 못한다는 걸 느낀다.

말보다 먼저 다가오는 편견들,

눈빛 속에 머무는 낯섦의 기류,

그 모든 순간들 앞에서

나는 부드럽게 웃으며 이렇게 말하곤 한다.


"죄송하지만, 제가 청각장애인입니다. “


이 말은 나의 방어이자,

나의 소개이고 때로는

나 자신을 향한 다독임이기도 하다.


이 짧은 문장 하나로

세상이 나를 조금 더 천천히 바라봐주길,

조금은 더 조심스레 다가와주길

은근히 바라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 후에 마주치는 배려의 눈빛들,

낯설지만 따뜻한 말투들,

그 속엔 얼그레이처럼

은은하게 퍼지는 알싸함이 있고

시간이 지나면 장미향처럼 고요한 꽃내음이 따라온 다.

말보다 향이 먼저 다가오는 순간처럼 그 사람들의 마음은 조용히 내 안에 스며든다.


지친 마음의 무게가 무거워 다 쏟아져버릴 것 같은 날에도, 그런 순간 하나에

나는 다시 중심을 잡고 서게 된다.


누군가의 사소한 배려,

그 말 한마디,

따뜻한 손짓이

내 하루를 붙잡는 빛줄기가 된다.


나는 아직 단단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흔들리는 사람이다.


나는 가지마다 흔들림을 안고 살아가는 나무처럼

햇빛 쪽을 향해 조금씩 몸을 기울이며

내가 갈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내가 특별하지 않아도,

무언가 눈부신 성취를 이루지 못했어도,

나는 내 몫의 하루를 충실히 살아낸 사람이다.


아무것도 되지 않아도,

나는 이대로도 잘 자라고 있는 거라고


그리고 오늘도, 그 향기로운 마음 하나에

내일을 살아낼 연료를 얻는다고.

일요일 연재
이전 02화나는 청각장애인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