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n IfI Am Not Anything 내가 아무것도 아니더라도
- 아무것도 되지 않아도, 나는 충분히 아름답다
가끔은 세상이 너무 시끄럽다.
모두가 어디론가 향해 달려가고,
누군가는 어제보다 더 멀리 나아갔다고 자랑하고, 어떤 이는 자신이 무엇이 되었는지를 큰 소리로 외치며 걷는다.
그 속에서 나는
잠시 멈춰 서 있는 나를
자꾸만 쳐다보게 된다.
내가 아직 이름을 붙이지 못한 무언가여도,
손에 쥔 성과가 없더라도,
그 자체로도 괜찮다고
누군가 말해주었으면 좋겠다.
그저 조용히,
오늘 하루도 잘 버텨냈다고.
아무 일 없는 하루가
얼마나 귀한지 안다고.
나는 종종 내 첫인상이
나를 설명하지 못한다는 걸 느낀다.
말보다 먼저 다가오는 편견들,
눈빛 속에 머무는 낯섦의 기류,
그 모든 순간들 앞에서
나는 부드럽게 웃으며 이렇게 말하곤 한다.
"죄송하지만, 제가 청각장애인입니다. “
이 말은 나의 방어이자,
나의 소개이고 때로는
나 자신을 향한 다독임이기도 하다.
이 짧은 문장 하나로
세상이 나를 조금 더 천천히 바라봐주길,
조금은 더 조심스레 다가와주길
은근히 바라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 후에 마주치는 배려의 눈빛들,
낯설지만 따뜻한 말투들,
그 속엔 얼그레이처럼
은은하게 퍼지는 알싸함이 있고
시간이 지나면 장미향처럼 고요한 꽃내음이 따라온 다.
말보다 향이 먼저 다가오는 순간처럼 그 사람들의 마음은 조용히 내 안에 스며든다.
지친 마음의 무게가 무거워 다 쏟아져버릴 것 같은 날에도, 그런 순간 하나에
나는 다시 중심을 잡고 서게 된다.
누군가의 사소한 배려,
그 말 한마디,
따뜻한 손짓이
내 하루를 붙잡는 빛줄기가 된다.
나는 아직 단단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흔들리는 사람이다.
나는 가지마다 흔들림을 안고 살아가는 나무처럼
햇빛 쪽을 향해 조금씩 몸을 기울이며
내가 갈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내가 특별하지 않아도,
무언가 눈부신 성취를 이루지 못했어도,
나는 내 몫의 하루를 충실히 살아낸 사람이다.
아무것도 되지 않아도,
나는 이대로도 잘 자라고 있는 거라고
그리고 오늘도, 그 향기로운 마음 하나에
내일을 살아낼 연료를 얻는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