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 도화지에 흰색을 칠해요

Dark Canvas 어둠에 스민 향기, 빛으로 번져가다

by 이비

-향기처럼 흩날리며, 나로 살아남은 이유

“살면서 가장 힘든 게 무엇인가요?

사람들이 당신 마음을 몰라줄 때인가요?”


누군가 내게 그렇게 물었다.

그 순간,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나는 내 마음을 알아달라고 글을 쓰기 시작한 게 아니었다.

누군가를 설득하려는 것도, 개선하려는 것도 아니었다.

단지, 나와 닮은 사람을 찾고 싶었을 뿐이다.

끝내 찾지 못했기에, 내가 그 사람이 되기로 했다.




겉으로 보면 내 인생은 꽃집 같은 사람이었을 것이다.

초록 향기, 싱그러움, 늘 웃음을 잃지 않는 모습.

그러나 내 안에는 다른 향기가 숨어 있었다.


탄내가 배어 있는 아메리카노.

쓴맛이 더 진하게 느껴지는 커피 향처럼,

나는 상처와 고독을 안고 살아왔다.


사람들은 언제나 향기로운 모습만 원한다.

하지만 나는 그 뻔한 향 속에 섞이지 않는다.

나는 오래 남는 향, 쉽게 잊히지 않는 향을 원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살아 있음을 증명해 주는 향.




만약 누군가 내게 행복을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사람들은 내게 자존감이 지나치게 높다고 한다.

그래서 불편하다고, 그래서 재수 없다고.

그러나 나는 안다.

그들 앞에서 더 진한 향기를 내는 것,

그것이 나의 행복이라는 사실을.


그들의 삶이 어떠했든 상관없다.

나는 내 삶을 사랑한다.

그리고 그 향기를 사랑한다.




내가 주인공이 아닌 삶을 산다면 더 나을까?

아니, 그것은 무향(無香)의 삶이다.

내가 ‘나’ 일 때, 내가 주가 될 때,

비로소 내 향기는 가장 짙게 번져 나간다.


나는 누구보다 세상을 잘 듣지 못했다.

사람들의 말은 눈으로 읽어야만 했다.

그 말들 속에는 때로 거친 냄새와 자극적인 향이 섞여 있었다.


그러나 나는 알게 되었다.

내게 주어진 조건이 오히려 노이즈 캔슬링이 된다는 것을.

잡음을 지우고 나면,

끝내 남는 건 나만의 향기라는 것을.



“무엇이 힘드냐”라고 묻는다면,

내 대답은 단 하나다.


“잘 안 들려서 힘듭니다.”


그러나 그 힘듦 속에서도

나는 검은색 도화지 위에 흰색을 칠한다.

어두운 배경일수록 빛은 더 선명해지고,

내 향기는 더 멀리 흩날린다.


그리고 언젠가,

그 향기는 들리지 않아도,

누군가의 마음속에 오래 남을 테니까.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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