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할 것 없는, 엄마가 딸에게 전하는 경험담
최근에 온라인 그루밍을 주제로 한 고학년 소설책을 아이에게 빌려줬었다.
연상의 대학생과 사귀는 중학교 여학생이 겪는 이야기였는데, 요약해보면 사귄다고 해서 신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주제 같았다.
그 책에서 데이트 폭력도 조금 나오는데 그걸 본 딸이 물었다.
"키스하기 싫다고 하면 때려?!"
"엄마도 잘 모르는데, 그런 나쁜 사람도 있겠지. 나쁜 사람인지, 믿을 수 있는 사람인지 오랫동안 살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아..."
그렇게 물꼬를 튼 대화는, 느닷없는 성교육으로 이어갔다.
"데이트 폭력은 흔히 일어나는 건 아닌 거 같아.
오히려 거절하지 못해서 첫 키스를 하는 경우가 많아. 엄마도 음... 맨 처음에는, 스킨십을 거절했을 때 남친 기분이 상하거나 화나거나 삐질까 봐 걱정돼서 그냥; 했거든. 그 사람도 그 장소도 내키지 않았는데 말이지..."
"음… 나도 왠지 그럴 거 같아."
"용기가 필요한 거지. '나도 네가 좋은데, 지금 여기서 이렇게 하고 싶지 않아. 나도 하고 싶을 때 하자'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하는데 쉽지 않지. 첫 키스가 좋았다는 사람이 거의 없더라구 엄마 주변엔. 남자 친구랑 스킨십에 관련해서는, 엄마는 네가 상대방의 기분을 배려하기보다는, 조금은 이기적으로 너만 생각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만약 그걸 이해해주지 못하는 남자친구라면, 데이트 폭력남이 될 새싹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어디선가 봤는데, 성교육은 어른이 아이에게 쭉~ 말하는 것보다는 아이가 물어보는 질문에 짧게 답하는 게 좋다고 배웠다. 그래서 더 나아가지 않고, 그만 줄이려는 뜻으로...
"너는 네가 생각하는 또는 상상하는 그런 첫 키스를 하길 바라"라고 나름 멋지게 마무리를 하고 보니, 헐~ 우리 아이 나이가 12살인데, 내가 무슨 말을 하는 건가;; 아이가 무엇을 어떻게 알고 있는지를 먼저 확인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 내 말을 아이는 제대로 이해하긴 했을까 싶었다.
중학생도 첫 키스를 많이 한다고 하니... 좋게 맘 편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언제 어떻게 닥칠지 모르는 순간 엄마가 해준 말을 기억하고, '나는 아니야'라고 말하고 행동할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