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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솔길 Aug 23. 2018

입술을 깨물다

여러분

죽고싶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 죽은 거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안 죽으려면 어떡해야할까 고민하다가 아마도 쌩쌩한 놈 돈을 뺏으면 그놈이 죽든 아님 같이 죽든지 하겠지 싶었다. 사랑하는 사람은 한 날 한 시에 죽는 거니까. 그만큼 별의 별 생각이 드는 밤이었다.


상혁이 얼마나 지독한 삶을 살아가는지 그저 죽고싶을 뿐인데 죽지도 못한다. 지뢰를 밟은 기분이랄까? 똥을 밟았으면 그저 툭툭 털고 일어나 신발을 물에 헹구면 그만일텐데 이건 폭탄이라 발을  떼면 터질 터이다.


그가 벌여놓은 일이 그랬다. 돈을 끌어다 건물 한 채를 사고 집세를 받으면 그걸로 은행 이자도 내고,   전세금 목돈 받아 원금 갚고, 운이 좋아 돈을 좀 더 끌어다 더 큰 건물을 한 채 사서 집세를 받으면 또 은행 이자 내고, 전세금 받으면 원금 갚고, 지하에 자리잡은 스튜디오에서 돈 열심히 벌어서 생계유지하고, 그러다 이 여자다 싶은 사람 만나면 결혼도 하고 차도 한 대 뽑고 좋은 장비도 갖다놓고  좋은 사진 찍으려고 했는데  생각대로 잘 풀리지가 않았다.


집세는 밀린지 오래라 은행이자가 밀려 신용불량자가 되기 일보 직전이고, 채연이 직원으로 있기는 해도 월급  밀린지가 벌써 석달이라 몸으로 때우고 있으며 다 때려치우고 팔아치우고 싶어도 건물은 안 팔리지, 스튜디오는 그나마 손님이 오기는 오지만 겨우 입에 풀칠 할 만큼 간당간당해 문을 닫자니 아쉽고 열어 놓자니 관리비 내면서  한숨이 터졌다.


할 수 없었다. 무능력한 남자가 되어 찌질하게 사는 것보다 날 조롱하고 우습게 아는 세상에서 자기가 제일 잘난줄 아는 저 애송이를 잡아 먹는 수 밖에.


상혁은 그렇게 원영에 이어 채연의 뒤통수를 쳤다.

"채연아, 너 돈  있어? 나 카드 값 때문에 그러는데 내일 돈 나올 데가 있거든, 하루만 좀 빌리자."

"얼만데??"

"이천만원."

"내가 돈이 어딨어??"

"금방 줄께. 하루만 딱, 얼마 있는데??"

"너 내일 진짜지? 나 근데 돈  다 합하도 천만원 안돼."

"그래, 그럼 천만원만."


드디어 공사는 끝났다.

이제 채연이랑도 서서히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야겠다고 상혁은 생각했다.


 어차피 사람이란 만나면 헤어지는 건데, 다시 볼 사람 아니니까 한번 발라 먹어야지, 내가 죽겠는데 살아는 해야할것 아니겠는가하고 상혁은 독하게 마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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