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의 목소리
주문을 받는 사람과 주문을 하는 사람, 모든 일의 완성은 딱 이 두가지로만 나뉜다.
여기서 이제 좀 더 자세히 들어가는 것만이 남을 뿐이다.
어떤 사람은 주문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 그는 많이 피폐해졌고 낡았으며 여기저기 녹이 슬고 삐그덕거린다.
이제 또 다른 어떤 사람은 주문을 많이 했다. 그래서 그는 뚱뚱해졌고 감당하지 못할 것들로 온통 둘러 쌓여버려 옴짝달싹할 수 없는데도 또 다시 계속 주문을 넣느라 과부하에 걸려 잘 움직여지지가 않는다.
주문을 많이 받은 사람은 운명에 맞서 싸우는 방법은 공격 뿐이라 그가 생각한 방법은 이제 공의 시간을 갖는 방법이었다. 그가 택한 공읜 순간은 바로 그와 같은 또 다른 주문을 받는 사람을 찾아가 그의 예전 과거를 돌아보며 회환의 감정을 느껴보는 것이었다. 그러느라 그는 하이에나처럼 주문이 들어오는 그 가게를 찾았다.
주문을 하는 사람은 이제 주문이 이뤄지기만을 기다리며 공의 시간을 갖게 되었다. 기다리는 시간은 처음에는 그럭저럭 즐거웠지만 점점 지루해졌다. 그러다 핸드폰을 켜니 요즘엔 웬일인지 전부 공포 호러 범죄만 난무하다. 뉴스와 드라마마다 쇼킹한 사건사고 투성이다. 밀려드는 두려움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그는 방어책을 강구하기 시작한다. 어쩌면 주문을 받지 않기 위한 방어인지도 몰랐다. 집에 있지만 그는 야구 방망이를 들고 썬글라스를 끼고 스카프로 얼굴을 가린다. 그러다 드디어 그 가게로부터 물건이 도착했다.
그 무인 가게에는 커다란 키오스크 한 대와 주문이 들어오면 이따금씩 지지지직하고 출력되는 종이 영수증이 천장에서부터 바닥까지 이어질 뿐이다. 비닐 재생 종이에는 까만 글자들이 빼곡히 박힌 채 주문하는 사람과 주문 받는 사람 사이에 빈 공간을 만들어낸다. 그 공이 흐른다.
통통통.
주문을 많이 받은 사람은 공을 주워 들고 다시 주문을 받을 수 있는 용기를 얻는다.
주문을 많이 한 사람은 공을 주워 들고 다시 주문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진다.
그리고 그 공은 다음 번엔 어떤 또 다른 방식과 형태로 주문을 받고 어떻게 주문을 할런지 궁금해하며 조용히 그 사이에 머무르다 그 역시나 마찬가지로 말갛게 빈 공간을 만들어 갈 흐름을 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