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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솔길 Mar 16. 2021

체력장

턱걸이

 국창 무는 커다란 드럼통에 반죽을 섞고 있다. 팔뚝만 한 주걱으로 시계방향으로 두 손으로 힘껏 돌리는데 불끈불끈 손목 심줄이 올라온다. 그에게 핫도그를 만드는 일은 마치 체대에 들어가기 위해 기초 체력을 다지던 체육 입시생 때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까마득히 오래되었을 법도 한데 몸이 기억하고 있고 사람은 잘 변하지 않는가 보다. 힘줄을 타고 반죽은 부드럽게 결을 만들며 휘휘 회전을 하다가 기다란 소시지에 찰싹 달라붙는다. 창무가 얼른 기름이 보글보글 올라오는 튀김기에 조심스럽게 담가 브라운 색으로 될 때까지 튀긴다. 

 <비치 보이스>.  이대 앞 상가 건물에 입점해 어엿한 월 매출 1000 만원의 핫도그 집 사장님 창무네 가게 이름이다. 비치 보이스의 메뉴는 종류별로 다양하다. 10센티 프랭크 핫도그, 비엔나 떡 꼬치, 촙트 햄, 30센티 롱 핫도그 등등. 

 그의 옆에서 그와 똑같이 생긴 짙은 화장을 한 여자가 피자 도우를 밀대로 민다. 국선음은 창무의 여동생으로 첼로를 연주하는 음대생이었다가 재능이 없어 일찌감치 대학 중퇴를 하고 오빠 옆에서 쿠키를 굽는데 어쩔 때는 창무보다 매출이 뛰어넘을 때가 있을 만큼 그녀 역시 체력 하나는 어디 가서 빠지지 않는다. 한 때 그녀는 친구를 잘못 만나 비행 소녀단 무리에 끼어있었지만 오빠의 꾸지람을 듣고 담배도 끊고 술도 끊고 껌도 안 씹게 되었지만 여전히 얼굴 표정과 몸짓에는 그때 그 놀던 가락이 남아 있어 일진스럽긴 하지만 이제는 얌전한 주방 보조로 자리 잡았다. 선음 역시 목을 주욱 늘어 올린 채 핏대를 세우고 쿠키 모양을 만드는데 벌써 사백 구십 구 개쯤 만들었다가 기진맥진 해져 더 이상 못 할 것 같아 눈이 발갛게 충혈된 상태였지만 마지막 열 개를 마저 만들어 오백 개를 채우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세븐 시스터>. 그녀의 쿠키 패키지의 브랜드 명이다. 메뉴에는 브라우니도 있고, 둥글넓적한 쿠키가 지름 센티 별로 다양하다. 커다란 중에서는 보름달만큼 특대형 사이즈가 있는데 초코가 알알이 박혀 있어 재료가 많이 들어가는 이유로 예약제로 주문을 받았는데 단골손님이 꽤 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단연 인기 절찬리에 팔리는 메인 메뉴는 뭐니 뭐니 해도 슈톨렌이라는 크리스마스 때 먹는 과일 빵이었다. 하얀 슈가 가루가 뿌려진 단단한 과일 빵은 한 입 베어 물면 입에서 저절로 침이 고여 들만큼 달달하고 영양 만점의 빵이었는데 안에는 크랜베리와 건포도, 말린 자두뿐 아니라 견과류까지 들어 있어서 먹다 먹다 정 먹을 게 없어질 때 먹으면 입 맛을 살리는데 최고였다. 두 가지 종류 중에 다른 하나는 살구 맛이었다. 알록달록한 대신 말린 살구 빛과 살구 향만 돌았는데 어찌나 단지 선음은 슈톨렌 만드느라 과일 껍질을 까고 과일청을 만들어 반죽과 함께 단단하게 빚느라 잘 팔려 나가는 게 오히려 두려울 만큼 체력 소모가 엄청났다. 

 핫도그와 쿠키. 창무는 모은 돈으로 아무래도 좁은 자리에 내부 증축 공사를 하는 것이 필요하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하여 인테리어 업체의 도움을 받기로 한다. 어렸을 땐 부모님이 잡아다 주는 물고기를 구워 먹으면 그만이었는데 어느새 물고기를 잡는 법을 알게 되고 나니 점점 일을 더 벌이게 되어 간다. 아무래도 옆 칸을 트고 윗 층 공사를 해서 넓혀야 할 것 같다. 무리한 확장은 아닐까 걱정도 되지만 창무는 설레는 맘 반 도전하고 싶은 마음 반으로 과감히 투자를 하기고 한다. 그가 좋아하는 북유럽 스타일의 스웨덴 스타일과 누이가 좋아하는 체코의 프라하 스타일을 더해서 인테리어를 해보기로 한다. 아주 견고한 모던함과 아주 높은 천장으로 공사를 하기로 한다. 매번 턱걸이를 하느라 체력이 방전될 때까지 철봉에 매달려 풀업을 했었는데 그때는 그 버티는 기분이 죽을 것처럼 힘들다가도 어느 순간이 지나고 나면 몸이 가벼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어려서는 4.5 킬로그램의 몸무게로 엄마 뱃속에서 우량아로 커서 세상에 나왔는데 지금은 호리호리한 몸매의 키 179세 티 미터의 몸무게 63 킬로그램 나가는 이소룡 저리 가라 할 만한 팻 10프로 이하의 근육량 순도 80프로가 넘는 체력남이 되어 뭇 여성들의 가슴을 절로 설레게 만든다. 그러니 가게에 손님이 바글거리는 건 당연지사다.

반면에 국선음으로 말하자면 그녀는 항상 비호감을 사기 일쑤라 사고를 항상 불러일으킨다. 하여 일손이 달릴 때만 나오는데 힘만큼은 오라버니 못지않게 장사라 도움이 꽤 된다. 그녀도 소싯적에 오래 매달리기만큼은 반에서 항상 최고 기록을 세웠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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