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고 하는 잘못된 공부방법들
열심히 공부했는데도 성적이 오르지 않아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열심히 공부하는 것과 실력이 향상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공부하는 양, 즉 ‘투입’에만 관심을 가지거나 현재의 점수 획득이라는 ‘외형’에 치우쳐 최종 목표를 달성하는데 필요한 공부의 ‘내면’을 보지 못한다면 열심히 공부하여도 진짜 원하는 '성과'를 내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여기에서는 제 경험을 바탕으로 모르고 하는 잘못된 공부방법들과 이를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아무리 공부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는 이유
- 모르고 하는 잘못된 공부방법 -
수험생들이 가장 많이 하는 잘못된 방법입니다. 하루 공부시간 또는 책을 보는 횟수에만 집착하고 목표량만 채우면 무조건 성적이 오를 것이라 기대하는 경우입니다. 공부는 양보다 질이 중요합니다. 횟수보다 어떻게 반복하였는지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여러 번 반복하며 공부했는데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면 잘못된 방법으로 반복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기출문제를 5 회독했는데 아직도 한번 다시 보는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고 고민한다면 5 회독을 잘못된 방법으로 한 것입니다.
무의미하게 반복하는 유형은 아래와 같습니다.
첫 번째로 내용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책을 보는 경우가 있습니다. 학부모나 선생님이 몇 번 보았는지 또는 몇 시간 공부했는지를 기준으로 공부량을 평가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그 목표를 달성하는 데만 집중합니다. 이후 자격증 시험을 준비할 때도 수험생들은 당장 오늘의 의무감을 떨쳐내기 위해 얼마나 보았는지에 치중하여 공부합니다. 배우는 내용을 제대로 숙지하지 않은 채 공부량만을 채우고 빨리 그 의무에서 해방되려고 합니다. 이렇게 공부하면 공부량이라는 ‘외형’만 존재할 뿐 공부가 성적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두 번째로 기본서를 읽은 후 바로 같은 방식으로 다시 보는 경우입니다. 화장품을 바르면 피부에 흡수되는데 시간이 걸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읽은 내용을 뇌가 의미로 인식하여 기억하는 데는 시간이 걸립니다. 한 번 본 직후 같은 방식으로 동일하게 바로 본다면 이는 두 번 본 것이 아니라 한 번 본 것과 같은 효과입니다. 토론토 대학의 엔델 털빙(Endel Tulving) 교수와 영국의 심리학자 앨런 배들리(Alan Baddeley)는 간격을 두지 않고 반복해서 읽는 것은 암기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실험에서 밝혀냈습니다(김미현 저 ‘14세까지 공부하는 뇌를 만들어라’에서 인용).
세 번째로 출제 포인트를 모르고 모든 내용을 동일한 비중으로 보는 경우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회독수를 늘리면 전혀 성적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문장보다 단어를 기억하는 것이 암기하는데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어차피 문장 전체를 다 외울 수는 없습니다. 시험에 출제될 수 있는 핵심 문구를 강조해서 읽어야 합니다. 동일한 강도로 모든 문장을 다 기억하겠다는 방식으로 책을 보면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무의미한 반복을 줄이는 방법은 아래와 같습니다.
1) 기본서를 보는 경우에는 소목차별로 주요 내용을 정리해 보는 연습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 단락에서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하는지를 요약해보고 책 옆에 적습니다. 하루의 마지막에 정리한 내용 위주로 한 번 더 상기한다면 기억에 오래 남을 것입니다.
2) 문제집을 보는 경우에는 문제의 각 보기에서 어느 부분을 변형하여 틀린 지문을 만들었는지를 확인하고 어디를 변형하여 출제했는지를 적어두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문제를 풀면서 자주 실수하는 부분은 체크해두었다가 반복할 때 조금 더 자세히 보는 것이 좋습니다.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중간/기말고사를 준비할 때 많이 활용하는 공부방법입니다. 중간/기말고사는 하루에 두세 과목으로 며칠간 시험을 치릅니다. 공무원 또는 자격증 시험과 비교하면 그 범위가 넓지 않은 편입니다. 전날 암기한 내용들은 다음날 기억이 생생한 편이라 밤을 새우며 시험을 준비하여도 시험 점수는 어느 정도 나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성적이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할 것입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벼락치기로 공부한 내용들은 기억에 오래 남지 않아 ‘공부가 머리에 쌓이지 않는 문제’가 있습니다. 수학과 같이 체계를 잡아야 하는 과목은 학년별로 알아야 하는 내용을 제대로 숙지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벼락치기로 공부하면 현재 시험에서 좋은 결과를 받을 수는 있어도 기초가 없어 단계가 올라갈수록 공부하는 내용의 체감 난이도가 높아지게 됩니다.
그리고 출제범위가 넓어질수록 벼락치기 방법이 통하지 않습니다. 벼락치기 방법에 의존하다 공부량이 많아지면 시험 범위에 대한 대처방법을 몰라 한 번에 무너질 수 있습니다. 현재 벼락치기 방법이 통한다 할지라도 매일 차근차근 공부하는 습관을 만들어야 합니다.
☞ 벼락치기로 암기하는 부작용을 줄이는 방법은 평소에 수업을 열심히 듣고 매일 가볍게 읽으며 복습을 하는 것입니다. 많은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벼락치기를 완전히 안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저도 일부 과목은 벼락치기로 공부했습니다. 단순 암기과목 위주로 전날 암기하여 시험을 보고 끝나면 잊어버립시다. 체계를 잡아야 하는 과목들은 벼락치기 방법을 지양하는 것이 좋습니다.
수험생들은 빨리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감에 문제 위주로 공부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객관식 시험의 경우 문제집을 꼼꼼하게 보면 시험에 합격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너무 문제풀이에만 치우진 공부방법을 고수하면 자칫 장수생이 될 위험이 있습니다. 문제풀이 방식의 공부는 체계가 없어 공부량이 많아질수록 정리가 되지 않습니다. 아는 것이 많아도 체계적으로 잘 정리가 되어 있어야 실제 시험에서 고득점을 할 수 있습니다.
기본서는 양이 많아 전체를 보는데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 과목의 전체 내용이 짜임새 있게 구성되어 있어 체계적으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주요 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어 향후 수험공부에 튼튼한 기초가 될 것입니다.
☞ 처음 공부를 시작할 때 기본서를 2 회독 정도 하면서 주요 내용을 이해하고 과목의 체계를 잡아두는 것이 좋습니다. 혼자 기본서를 보는 것이 어렵다면 온라인 강의를 두 번 정도 빠르게 반복하며 주요 내용을 확인하는 것도 좋습니다.
시험이 임박하여 시간이 없는 경우 문제집에 답을 적어놓고 이를 외우는 방식으로 공부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급할 때 몇 점을 올릴 수 있는 있어도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학습능력이 낮아져 고득점으로 가기는 어렵습니다. 답을 찾는 과정을 꾸준히 연습해야 실력이 향상됩니다. 문제을 풀어보며 고민해보아야 그 내용이 기억에 오래 남게 됩니다. 특히 수학, 경제학과 같이 응용문제가 출제되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 반드시 문제는 한번 이상 직접 풀어보아야 합니다. 처음 공부할 때는 시간을 재서 풀어볼 필요까지는 없으나 시험이 가까워질수록 시험시간과 유사하게 풀어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틀리거나 실수한 것은 어느 부분을 잘못 봐서 틀렸는지를 명확히 표시해두어야 합니다.
쉽게 공부하기 위해 온라인 강의만 계속 들으며 공부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강사가 친절하게 설명해주기 때문에 낮은 집중력으로도 이해가 되어 비교적 편하게 공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강사가 설명한 것을 알아들었다고 그 내용을 ‘내 것’으로 만든 것은 아닙니다. 듣는 순간에는 이해하지만 혼자서 다시 보면 이해가 안 되고 문제도 풀리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학습과정에서 '읽으면서 그 내용을 파악하려고 노력하는 연습’을 생략해버려 스스로 파악하는 능력이 약해진 결과입니다. 문제풀이도 마찬가지입니다. 강사가 풀어주는 것을 그냥 보면 그때는 알겠지만 다시 풀어보면 안 풀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드시 ‘답을 스스로 찾아보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 반드시 온라인 강의를 들은 후에는 그 내용을 다시 한번 읽어보며 스스로 이해할 수 있는지를 확인해보아야 합니다. 만약 그것이 어렵게 느껴지는 경우 온라인 강의를 두 번 들은 후 필기한 내용을 중심으로 보며 다시 정리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좋은 대학에 가거나 시험에 합격하였다고 자신의 공부방법 전체가 바람직한 것은 아닙니다. 공부로 성공해본 경험이 있는 학생이라면 자신의 공부방법을 고수하려 합니다. 자존심에 그럴 수도 있고 변화가 싫어서 일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시험제도나 출제방식은 변화합니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최선의 공부방법은 달라집니다. 즉 과거에 한번 성공한 방법이 현재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특히 자신의 공부방법을 지지하는 소수의 의견만을 청취하려는 자세를 버려야 합니다. 모의고사를 본 후 잘 나온 점수만을 믿고 결과가 좋지 않은 경우를 애써 무시하기도 합니다. 모의고사 결과가 좋지 않은 것도, 자신의 공부 방식을 바꾸는 것도 결코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닙니다. 실제 시험에 탈락하는 것이 자존심 상하는 일이고 합격하는 것만이 나의 자존심을 지켜줄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십시오.
☞ 자신의 공부방법이 현재 최선인지를 지속적으로 확인하며 개선하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시험에서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오면 왜 그러한지를 확인해두어야 합니다. 열린 자세로 공부해야 합니다.
‘모르고 하는 잘못된 공부방법’은 현재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점수를 빨리 올려야 한다는 이유로 또는 편하게 공부하기 위해 비롯된 것들입니다. 잘못된 공부방법은 반드시 부메랑이 되어 돌아와 자신을 괴롭히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 참고문헌 : Howe, M. J. A.(1970). "Using Students Notes to Examine the role of the Individual Learner in Acquiring Meaningful Subject Mat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