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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형재 May 21. 2018

서울대 졸업은 자기계발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서울대를 다니며 얻은 것과 얻지 못한 것

제가 서울대학교를 다닐 때 겪었던 일입니다. 중앙도서관 앞을 걸어가는데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가 저에게 와서 "선생님께서 견학 숙제로 학교의 장점을 적어오라고 했다"고 하며 ‘학교의 장점이 무엇인지’를 물어보았습니다.      


대학교를 몇 년 다닌 시점이었지만 그 물음에 대해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학창 시절 주변으로부터 “서울대 가라”라고 수없이 들었고 서울대에 입학했지만 ‘학교가 무엇이 좋고 나쁜지’, ‘내가 이 학교를 다니며 무엇을 배울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보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그 아이에게 제대로 된 대답을 못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제 학교를 졸업한 지 약 12년이 지났습니다. 서울대에서 공부한 것은 나의 발전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 생각해보았습니다.   


서울대 졸업은 자기계발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 서울대를 다니며 얻은 것과 얻지 못한 것 -   

서울대 졸업은 자기계발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1. 서울대학교를 다니며 발전한 부분    

 

1) 자율성     


학교의 운영방침 여러 곳에서 ‘학생을 믿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서울대 기숙사는 통금시간이나 점호가 없습니다. 학교에 따라 학기별로 시간표를 만들어 주기도 하지만 서울대는 알아서 수강신청을 해야 합니다. 학점이 좋지 않은 경우 부모님께 따로 연락을 하거나 집으로 성적표를 보내지 않습니다.      


경제학부의 경우 전공필수 과목이 12학점(미시경제학, 거시경제학, 경제사, 경제통계학)이고 학생이 나머지 전공수업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당시 정운찬 교수님께서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자율성을 주면서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도록 전공필수 과목을 최소한으로 줄였다”라고 말씀하시기도 하였습니다.      


학생회 활동에서도 과 행사에 학생들의 참석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입학할 때부터 서로를 믿고 존중하는 문화가 어느 정도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자율성을 주는 만큼 큰 책임감을 느끼게 되어 더 열심히 활동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졸업 후 사회생활을 하면 스스로 결정할 일이 점점 많아집니다. 대학 때부터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을 질 수 있는 연습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2) 많은 지식과 공부하는 기술     


어느 전공으로 입학하든지 다른 전공수업들을 수강하는데 제한이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수업을 통해 대외적으로 유명하거나 실 있는 교수님들과 교류할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지식을 습득할 수 있습니다.

      

저는 경제학을 공부하면서 법학, 경영학, 수학, 통계학 전공수업을 약 50학점 정도 수강했고 교수님들과 면담을 신청해서 그 전공을 접근하는 방법이나 진로 등에 대해 조언을 듣기도 했습니다. 한 분야에서 뛰어난 사람과 대화를 하는 것은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통찰력을 배우고 학문에 대한 시야를 넓힐 수 있습니다.     


공부를 잘하는 친구들이 많고 경쟁을 하는 과정에서 공부하는 기술이 점점 좋아집니다. 저도 주변 친구들이 공부하는 방법을 보고, 좋은 방법을 모방하면서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3) 자신에 대한 믿음과 자부심     


서울대학교를 들어갈 정도면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공부를 잘했고 주변에서 “공부 잘한다”라는 말을 들었을 것입니다. 좋은 대학에 들어간 경험으로 ‘나는 잘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러한 믿음은 ‘자신에 대한 자부심’, ‘무엇이든지 열심히 하려는 마음가짐’으로 발현되어 지속적인 자기계발의 동력이 됩니다.      



2. 서울대학교를 다니며 얻지 못한 것들     


1)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보려는 마음가짐     


공부를 잘하는 사람들은 지금까지 나의 발전만을 위해서 공부하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능력은 부족했습니다. 조직에서는 상관, 부하, 거래상대방 등 다양한 종류의 ‘다른 사람’을 만나게 되는데 ‘상대방이 어떻게 생각할지’에 대해 생각해보고 이에 맞추어 행동하는 것은 사회생활을 잘 하는데 중요한 요소입니다.      


만약, 다른 사람을 위해 일하는 직업, 예를 들어 ‘비서’와 같은 직업은 더욱 그렇습니다. 자신보다 자신이 모시는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해야 합니다. 비서라는 업무를 잘 수행하려면 ‘그 사람’에게 몰입이 되어야 하는데 서울대학교를 다니며 얻을 수 있는 능력은 아니었습니다.      


저도 대학을 다니며 나의 학점, 진로, 인생에 대해서만 고민하였고 다른 사람의 입장에 서보려는 노력을 해본 적은 없었습니다. 장관 수행비서를 할 때 처음 적응하기 힘들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려는 마음가짐은 조세심판원에서 근무할 때도 필요했습니다. 청구인이 조세심판청구를 하면 청구 주장과 처분청(세무서)의 의견을 정리해야 합니다. 이를 공정하게 정리하기 위해서는 각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내 입장에서 먼저 결론을 내리고 입장을 정리하면 보고서에 정확한 입장을 담지 못하게 됩니다.      


2) 질문하는 능력     


우리나라 교육방식은 ‘선생님이 가르치고 학생들은 받아 적는 방식’이다 보니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은 수용적 사고력이 높습니다. 수용적 사고가 높으면 지식을 빨리 습득할 수 있지만 ‘질문하는 능력’이 부족해질 수 있습니다.     


‘질문하는 능력’은 연구에만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회사에서 업무를 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는데도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국무총리님이 참석하는 행사를 준비하는 경우, 행사 주최 측이 기본적인 시나리오를 보내주지만 상황별로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보고 발생가능한 여러 상황에 맞는 행동방법을 생각해두어야 행사를 원활하게 마무리할 수 있습니다. ‘아 그렇구나’라는 생각으로는 업무를 잘 하기 어렵습니다.     

 

3) 인생계획을 세우는 방법  

   

서울대학교에는 공부를 잘하는 친구도 많고 성공하고 멋있는 선배도 많습니다. 하지만 의외로 대학에 입학한 이후 미래의 계획을 세우지 못해 방황하는 학생들도 많습니다.      


고등학교 때까지 대학이라는 목표를 향해 달려왔지만 어떻게 인생을 살아야 할지에 대해서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너무 많은 지식’, ‘잘 나가는 선배들의 이야기’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잘 하는지를 깨닫는데 방해가 될수도 있는 요소입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이 하는 동아리 또는 행정고시와 같은 각종 시험 등을 기웃거리며 갈피를 잡지 못하고 시간을 낭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식을 많이 습득하였다고 성공한 인생을 살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인생계획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방향 설정이 필요합니다. ‘공부를 통해 얻은 씨앗들’을 잘 키울 수 있는 계획이 있어야 ‘성공이라는 꽃’을 볼 수 있습니다.


※ 상기 내용은 제 경험에 따른 판단입니다. 사람에 따라 얻은 것과 얻지 못한 것은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하나의 선택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



3. 서울대를 졸업한 것은 자기계발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1) 나만의 자기계발 방법을 만들지 못하면 많은 지식도 소용이 없다


단순히 수업을 듣고 지식을 알고 있는 것만으로는 나의 실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학습해야 할 내용을 스스로 정하고 나의 미래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자기계발 방법을 만들지 못하면 서울대 졸업장은 나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아래와 같이 해보았습니다.      


우선 내가 가지고 싶은 능력을 적어봅니다     


저의 경우 경제학을 충분히 이해하기 위해 경제학뿐만 아니라 관련 지식들을 습득하고 싶었습니다. 회계학, 재무관리, 통계학 등 실력을 쌓고 싶은 분야를 나열해 보았습니다. 그중 지금 나의 실력으로 따라가기 쉬운 과목들부터 상위의 우선순위에 놓습니다. 저의 경우 회계원리, 조직행동론, 확률의 개념 및 응용  저학년 과목 먼저 수강을 하였습니다.      


나의 진로와 연계하여 공부할 것을 결정합니다     


내가 가지고 싶은 능력과 향후 공부하고자 하는 과목을 나의 진로와 연계하여 생각해봅니다. 저는 장단기로 나누어 취득하고자 하는 자격증 시험을 정했고 이에 맞는 수업을 위주로 수강하기로 하였습니다.      


만약, 수업만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어떤 활동을 추가로 해야 할지 고민해보아야 합니다. 관련 동아리를 할 수도 있고 교환학생을 가볼 수도 있습니다. 방법을 찾지 못하면 교수님이나 관련 분야에서 일하는 선배에게 물어볼 수도 있습니다. 면담을 통해 학생의 지위와 경험에서는 알 수 없는 사실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공부할지 생각해봅니다     


요즘 재무회계, 재무관리, 법학 관련 과목은 자격증 시험과 연계하여 학원에서 강의를 들을 수 있습니다. 굳이 모든 수업을 학교에서 들을 필요는 없습니다. 학원에서 선행학습을 하고 비교적 편하게 수업을 들으며 학점 관리를 할 수도 있습니다.


회귀분석, 시계열 분석, 해석학과 같이 대학이 아니면 다른 곳에서 공부할 수 없는 과목들을 중심으로 수업을 듣습니다. 수업을 녹음해서 다시 들으며 노트를 꼼꼼하게 정리하는 것도 좋습니다. 수업에서 강조한 내용을 중심으로 중간, 기말고사가 출제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2) 하나의 선택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     


전공에 따라, 사람마다 서울대학교를 다니며 얻은 것과 얻지 못한 것은 다를 것입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어떤 공부를 하든지 얻는 지식만큼 반대로 얻지 못하는 것도 생길 수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하나의 전공 공부만으로 필요한 모든 능력을 키우기는 어렵습니다. 사회에서 요구하는 능력도 시간이 지나면 변하게 됩니다. 내가 가진 능력이 떨어지지 않으려면 부족한 부분을 파악하고 보완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서울대에 들어갔다고 모든 것을 얻는 것은 아닙니다. 지속적으로 자신에게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생각해야 합니다.


3) 주어지는 기회보다 기회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사회에서 잘 나가는 선배들을 통해 좋은 취업기회를 알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는 과정에서도 좋은 대학 출신이라는 이유로 상급자가 업무적으로 좀 더 기회를 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좋은 기회가 나에게 주어졌다고 하여도 그것을 잡는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기회가 단 한 번 오더라도 거기서 성과를 내면 기회는 많아집니다. 한 번의 기회를 잘 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서울대를 졸업한 후 직장생활을 해보니 사회에서는 필요하지만 학교에서 얻지 못하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러한 능력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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