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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형재 Jul 09. 2018

학교에서 알려주지 않는 공부의 이유

공부해보니 얻은 것

“공부해라. 공부해라. 공부해라.”


아마 학창 시절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일 것입니다.

부모님, 선생님, 친척, 동네 어른 등 여러 사람들이 공부하라고 말하지만 정작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납득할 수 있을 만큼 알려주지는 못합니다.      


보통은 1. 성공한 사람을 본보기로 하여 “저렇게 되려면 공부해야 한다”라고 말하며 독려하거나, 2. 사회적으로 실패한 사람을 사례로 들며 “저렇게 되지 않으려면 지금 공부해야 한다”라고 하며 공포심을 유발하는 방식으로 이유를 설명합니다.      


하지만, 그런 설명으로는 의문이 남습니다.      


“난 사회적으로 큰 성공을 하고 싶지도 않고, 경제적으로 아주 힘든 편은 아니라 공부를 하지 않더라도  어려움 없이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왜 공부를 해야 하는 거지?”     


에 대한 답을 주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사실 제 주변을 보아도 ‘공부를 해서 큰 성공을 한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공부를 하지 않았다고 하여 어른들이 말하는 ‘완전히 실패한 사람’도 많지 않습니다.      


대부 공부를 열심히 하면 괜찮은 대학을 나와 회사에 취직니다. 주중에는 직장을 다니고, 주말에는 친구를 만나 밥과 술을 먹으며 상사에 대한 험담을 하며 스트레스를 풉니다. 다가올 휴가에는 해외여행을 가겠다고 결심하고 한 푼 두 푼 돈을 모으면서 휴가 날이 오기만을 기다립니다. 소위 말하는 명문대학을 나와도 이런 일상에서 벗어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공부를 열심히 한다고 엄청나게 대단한 것이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면 무엇을 위해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일까요?     


제가 공부를 하고 깨달은 '공부의 이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1. 자신감을 준다     


저는 어릴 때 공부를 잘하는 편은 아니었습니다. 요즘 유행인 영어유치원을 다닌 적도 없고, 조기교육이란 것은 받아 본 적도 없으며 ‘멘사 반’, ‘영재반’, ‘영재아카데미’와 같이 특별한 과정에 들어간 적도 없었습니다.

     

어렸을 때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해 부모님이 자녀교육에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그저 학교 공부를 열심히 하고 별 탈 없이 잘 자라주기만을 바라셨습니다.     


그리고 저는 소심한 성격이라 부모님과 선생님의 말씀을 잘 듣는 편이었고, 그저 학교생활을 충실히 하는 평범한 학생이었습니다. 친구들 앞에서 자기주장을 강하게 하거나 누군가를 리드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특히 다른 사람들 앞에서 발표할 기회가 생기면 부끄러 얼굴이 붉어지고 말을 더듬기도 하였습니다. 그래서 부모님은 저를 웅변학원에 보내기도 하였습니다.       


공부로 두각이 나타난 것은 중학교 2학년 겨울부터였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8년 간 성실하게 학교 수업을 따라가다가 점점 공부에 재미를 붙이면서 급격하게 시너지가 오른 시점입니다.      


그런데 성적 상승은 단순히 점수와 등수의 상승만을 가져온 것은 아니었습니다. 공부를 잘하기 시작하면서 성격도 달라졌습니다. 성취감은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심어 주었습니다.     

 

공부가 아니더라도 상관없습니다. ‘내가 잘 하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느끼는 순간’ 의 눈빛, 태도, 세상을 보는 방식이 달라집니다. ‘노력하면 무엇인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기고 생활 자체에서 활력이 생기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2. 좋은 경험을 할 기회가 많아진다     


외부에서 보는 것과 달리 국무총리실의 내부 분위기는 다른 공무원 조직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편입니다. 덕분에 사무관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장관 보고에 배석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결과 정리 등을 위해 자신의 업무와 관련된 국무총 주재 회의 배석을 하게 됩니다. 업무를 하면서 특정 사회이슈에 대해 논의하는 과정을 직접 보고 들을 수 있었습니다.      


20대 중반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사회적으로 가장 높은 사람들의 토론 과정을 볼 수 있다는 것은 ‘게임을 처음 시작하자마자 끝판 왕을  것’과 비슷합니다.  

    

물론 업무에 파묻혀 지내다 보면 그런 경험에 큰 비중을 두지 않고 일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열심히 공부해서 행정고시를 합격한 덕분에 제 또래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것을 겪어 볼 수 있었고, 이후 커리어를 쌓는 과정에서 큰 자산이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3. 공부는 채우는 것이 아니라 그릇을 키우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비어있는 창고를 지식으로 채우듯이 공부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창고를 키우는 것입니다.      


트럭에 비유한다면 처음 우리가 가진 차는 리어카나 1톤 트럭 정도일 것입니다. 공부를 할 때 중요한 것은 자신이 처음 가진 트럭에 물건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1톤 트럭’을 ‘덤프트럭’으로 성장시키는 경험입니다.      

 

최근에 성인들 사이에서 한국사나 인문학에 관심을 가지고 강의를 듣거나 책을 보는 것이 유행입니다. 이는 사회적으로 성공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내 사고의 폭을 넓히고 싶어서입니다.      


그런데 한국사, 인문학과 관련된 많은 지식들은 학창 시절부터 이미 배울 수 있는 것들입니다. 저도 학창 시절에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사를 여러 번 보았고 동양 윤리, 서양 윤리, 세계사 등도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보는 눈이 넓어졌습니다. 지금 한국사, 인문학과 관련된 대중서적을 보면서 그때 열심히 공부한 보람이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릇을 키우면 무엇이든지 담아낼 수 있습니다. 그릇을 키우면 사회를 보는 눈이 넓어지고 어떤 일을 하더라도 많은 양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그릇은 더 커지게 됩니다.      


성공과 무관하게 공부를 통해 사회를 보는 눈 자체를 넓혔다면, 그 자체로 의미가 있습니다. 학창 시절 공부를 하지 않았다면 나중에 어른이 되어 다시 책을 찾아보는 노력을 하게 될 것입니다.      


4. 노력하는 방법을 알게 된다     


무슨 일이든 ‘잘해보자’고 생각하며 파이팅 넘치게 시작해도 막상 일을 해보면 제대로 되는 것은 많지 않습니다. 열정도 발휘하는 방법을 알아야 합니다.      


관심 있는 분야를 제대로 공부하기 위해서는 단계를 밟아 나가야 합니다. 예를 들어 저의 경우 대학교 때 경제성장률에 대한 예측을 하고 싶어 통계학을 공부하기로 계획하였습니다. 그러면 기초통계학→전산통계→회귀분석→시계열 분석 등으로 단계를 밟아 나가야 합니다. 단계를 밟으며 자신이 알고 싶은 부분이 각 과목에서 어떻게 설명되고 무엇이 필요한 스스로 깨우치게 됩니다.      


대학교를 다니며 여러 분야를 공부하면서 내가 목표로 하는 것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식으로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해 배우게 되었습니다.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노력해야 하는지’를 알려면 스스로 고민고 경험해 보아야 합니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습니다. 


자신을 성장시켜야 한다


5. 주변으로부터 흔들리지 않게 해준다     


확인되지 않는 정보를 부풀리며 주변 사람들은 흔드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좋은 땅이 있는데 투자하세요”라고 하며 투자를 권유하는 전화에서부터 경제적 이권 또는 정치적인 목적으로 잘못된 정보를 유포하며 여러 사람을 오도하는 모습을 보기도 합니다.     


그런 사람들이 없어지면 참 좋겠지만, 앞으로도 그런 말들은 세상에 존재할 것이고 우리는 옥석을 가려내는 능력을 스스로 키워야 합니다. 주변 사람들이 나에게 주는 정보와 의견에 대해 자신만의 기준을 가지고 판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합니다.      


러한 판단기준은 나이를 먹는다고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여러 분야의 지식을 쌓아야 하고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사람의 경험과 생각을 통해 배워야 하며, 통찰력이 있는 사람들로부터 의견도 들어보아야 합니다.      


공부를 하면 경솔함이 줄어듭니다. 좋은 문학작품, 깊은 생각이 담긴 글을 많이 읽으면 당신의 말에 신중함과 무게감이 생기게 될 것입니다.     


6. 정신적으로 즐기는 방법을 알려준다     


제가 항상 고민하는 것 중 하나가 “나이를 먹고 몸이 노쇠해지면 어떤 즐거움을 추구할 것인가?”입니다. 젊었을 때는 신체적으로 건강하고 움직이는데 제약이 없지만, 50살만 넘어도 신체 여러 부위에서 안 좋은 신호를 보냅니다.      


저와 함께 근무한 어떤 분은 배드민턴을 할 때 절대 점프 스윙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착지할 때의 충격으로 무릎 관절 손상을 경험하였기 때문입니다. 나이가 들면 건강에 좋은 운동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외부 변화에 반응하는 속도도 느려집니다. 즉, 신체적으로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아집니다.    

  

아직 저는 젊은 편이라 운동하는 데 지장은 없지만, 나이가 들면 ‘어떻게 즐기며 살까’를 항상 고민합니다. 그중 좋은 방법은 정신적인 즐거움을 찾는 방법입니다. 정신적인 즐거움은 새로운 것을 알아나가는 기쁨이고 그 기쁨을 알려면 어느 정도 공부를 해야 합니다.      


7. 공부는 미래를 위한 것이라기보다 현재를 위한 것이다     


공부는 더 좋은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닙니다. 공부가 현재를 위해 공부하는 것이라는 이 잘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당장은 노는 것이 좋고 공부하는 것은 너무나 괴롭게 느껴지는데 현재를 위해 공부를 한다는 게 말이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사람이 살면서 신체적인 건강 및 성장을 위해서는 매일 잘 먹고, 푹 쉬며, 신체적인 활동을 해야 하듯이 정신적인 건강과 성장을 위해서도 배우고 공부해야 합니다. 우리나라 교육환경에서 과도하게 공부를 해야 하는 경우가 생겨 괴롭게만 느껴지게 된 것뿐입니다.      


공부가 진정한 성장을 위한 과정이었다면 다소 힘들더라도 좋은 기억으로 남을 수 있습니다. 힘들게 일했지만 보람 있었던 시절에 함께 일한 동료들이 오래 기억에 남고 그 시절을 좋은 기억으로 추억할 수 있는 것은 그 순간 함께 성장했기 때문입니다. 공부도 마찬가지입니다.      


공부의 이유에 대한 설명한 것들이 학생 때에는 잘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저도 잘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여러 분야를 공부하고 사회에 나가 일을 하면서 ‘공부의 의미’를 차츰 느낄 수 있었습니다.      


책상에 앉아서 공부하는 것 외의 방법으로 앞서 언급한 것들을 채울 수만 있다면 반드시 그러한 공부가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공부해라”는 표현보다 “자신을 성장시켜라”는 표현이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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