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할 때 노력보다 재능에 의지하는 5가지 이유
노력과 재능의 가치
"같은 시간을 공부해도 쉽게 성과를 내는 사람이 있더라고요"
"아무리 공부해도 안 되는 사람이 있어요"
"어떤 분야든 타고난 재능이 있어야 성공하는 것 같아요"
우리는 공부 잘하는 비결을 ‘쏟은 노력’보다 ‘타고난 재능’에서 찾으려 합니다. “역시 머리가 좋아서 한 번에 알아듣는구나!”, “쟤는 암기력이 탁월해서 한 번 보면 다 외워”와 같은 말을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습니다.
공부에서만 그런 인식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캐럴 드웩이 쓴 ‘마인드셋’을 보면, 한때 골프계에서는 육체적인 훈련을 너무 많이 하면 감각을 잃게 된다는 속설이 있었다고 합니다. 타이거 우즈가 맹렬한 연습을 통해 참가하는 대회마다 우승하면서 그 속설이 깨지기 시작하였습니다.
많은 책에서 재능보다 노력이 더 중요하다는데 왜 우리는 노력보다 재능에 더 의지하게 되었을까요?
1. 악순환의 고리가 나의 의지와 무관하게 시작된다
제가 중학생일 때 같은 반에 한글을 쓰지 못하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사정을 들어보니 부모님 두 분 모두 생업에 바쁘셔서 자녀의 교육에 전혀 관심을 가지지 못했고 배워야 할 시점을 한번 놓치고 나니 다시 따라잡지 못하고 학습과 점점 멀어진 경우입니다.
반면, 유년시절부터 재능을 크게 키운 경우도 있습니다.
말콤 글래드웰이 쓴 책 ‘아웃라이어’에서 음악 천재 모차르트에 대한 심리학자 마이클 호위의 평가를 소개합니다. 마이클 호위는 “모차르트의 초기 작품은 숙달된 작곡가의 기준으로 볼 때 놀라운 것이 아니다. 가장 초기에 나온 것은 대개 모차르트의 아버지가 작성했을 것으로 보이며 이후 점차 발전해왔다”라고 하였습니다.
그의 평가에 근거하면 모차르트는 유년시절 부모가 재능을 알아보고 개발해준 덕을 본 것입니다.
내가 어떤 유년 생활을 하느냐는 내가 결정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 유년시절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악순환 또는 선순환을 만들 수 있습니다. 유년시절의 차이는 나의 결정과 무관하지만 앞으로의 나의 성과에 분명히 영향을 미칩니다.
하지만, 유년시절 성과의 차이를 재능으로 생각하지 않아야 합니다. 인생 전체를 기준으로 보면 초등학교 시험성적이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그 차이를 재능으로 평가한다면 진짜 재능을 발견하기 어려워집니다.
2. 노력을 측정하는 방법이 잘못되었다
제가 고등학생일 때 공부를 하지 않아도 수능 모의고사에서 언어영역 점수가 항상 만점 가까이 받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 친구가 왜 점수가 잘 나오는지 정말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친구의 생활을 유심히 관찰해본 결과, 그 친구는 ① 여러 분야의 책을 많이 보고, ② 어렸을 때부터 책을 보았으며, ③ 언어영역을 제외한 성적은 그리 좋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 친구는 시험을 위한 공부를 하지 않았을 뿐이지, 실제로는 언어영역에서 평가하고자 하는 바를 공부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그 친구뿐만 아닙니다. 매번 놀고 있는데 점수가 잘 나오는 친구들을 유심히 관찰해보면, ① 이미 선행학습으로 공부를 다 해놓은 경우 또는 ② 집에서 몰래 공부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예상보다 성적이 좋은 사람들은 ‘시험에 임박했을 때 한 공부’는 적을 수 있어도 ‘지금까지 한 공부’는 더 많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시험 직전에 공부한 것만을 보고 ‘쟤는 공부를 안 했는데 성적 잘 나온다’고 평가하는 것은 노력을 측정하는 방법이 잘못된 것입니다.
3. 부모는 재능을 강조한다
부모님들이 “우리 아들은 저를 닮아서 공부를 잘해요” 또는 “쟤는 머리는 똑똑한데 노력을 안 해서...”라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
이런 말을 하는 것은 부모의 입장에서 자녀의 재능은 ‘내가 물려준 것’으로 생각하는 반면, 노력하는 것은 자녀의 몫이라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자녀가 공부를 잘하면 나(부모)의 재능을 닮아서이고, 성적이 좋지 않으면 자녀가 노력을 하지 않아서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생각하면 부모의 잘못은 없어지게 됩니다.
자녀가 좋은 성적을 받은 이유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능임을 강조하면 부모 자신의 입장에서는 ‘자랑거리’가 늘어납니다. 그러다 보니 노력보다 재능에 더 집중하게 되는 것입니다.
어린시절 자녀가 공부해야 할 이유를 알고 노력하는 방법을 스스로 익힐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부모의 중요한 역할입니다. 낮은 성과를 자녀의 잘못으로만 돌린다면 자녀는 심리적으로 더 위축될 뿐입니다.
4. 외부요인을 재능(능력)으로 착각한다
외부요인으로 비슷하게 노력을 해도 결과가 크게 달라지기도 합니다.
그러면 사람들은 그 결과의 차이를 재능 탓으로 돌리곤 합니다.
우리나라 취업시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로 크게 달라졌습니다. 2001 학번이었던 제 대학 친구들 중 군대를 일찍 다녀오거나 비교적 짧게 병역의무를 마친 친구들은 금융위기 전 취업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일부 친구들은 금융위기 이후 취업준비를 하게 되었는데 기업에서 채용인원을 줄여 동일한 노력 대비 취업은 훨씬 어려워졌습니다.
금융위기 이후에 취직 준비를 한 친구들은 취업 시기를 늦추거나 더 낮은 연봉 또는 더 낮은 직위를 받아들이고 취직을 해야 했습니다.
비슷한 노력을 했더라도 외부요인에 따라 성과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이를 ‘운 나빠서’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그 이후입니다. 외부적인 요인으로 상대적으로 친구들보다 좋지 않은 직장에 늦게 취직하니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없고 조직 내 직위도 낮아 계속적으로 불리한 위치를 차지하게 됩니다. 그렇게 시간이 점점 지나면 ‘같은 노력을 했지만 쟤가 능력이 뛰어나서 저런 자리에 가게 되었구나’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운이지만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달라 같은 노력을 해도 성과가 지속적으로 달라지다 보니 재능(능력)의 차이로 인식되는 것입니다.
5. 노력과 재능을 현실적으로 구분하기 어렵다
재능이 뛰어난 사람은 처음부터 걸작을 만들었을까요?
앞서 언급한 책 ‘아웃라이어’에서 우리가 신동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숙련자의 경지에 접어들기까지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음악평론가 헤롤드 쇤베르그는 모차르트의 위대한 작품들이 작곡을 시작한 지 20년이 지나서야 나오기 시작한 것을 볼 때, 모차르트의 재능은 늦게 개발되었다고 평가하였습니다.
우리가 말하는 신동도 처음 가진 재능은 보잘것없지만 그 작은 재능을 꾸준히 노력을 통해 개발한 결과 걸작을 만들 수 있었던 것입니다.
공부로 얻은 성과에 ‘재능’과 ‘노력’이 어떤 정도의 비중으로 함유되었는지는 현실적으로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우리는 구분하기 어려운 영역 중 대부분을 재능 탓으로 생각합니다.
‘타고난 능력이 부족하니까 이번 탈락은 어쩔 수 없었어’라고 생각하는 것이 당장 마음은 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마음가짐이 앞으로의 성취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텍사스대학의 심리학자 리스카 박사는 체육학부 학생 189명에게 달리기를 시켰는데 시작하기 전부터 “오늘은 몸이 좋지 않다”라든가 “지금은 집중이 되지 않는다”는 등 네거티브 발언을 한 학생일수록 성적이 나쁘다는 결과를 발표했다고 합니다(고다마 미츠오가 쓴 ‘한 가지만 바꿔도 결과가 확 달라지는 공부법’에 소개된 연구결과). 실패를 외부요인의 탓으로만 돌린다면 앞으로의 성공도 담보할 수 없습니다.
천재라고 평가받는 사람들도 처음에는 작은 재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작은 재능에 노력을 더해 큰 재능을 만들었습니다. 사람마다 어떤 재능을 가졌는지는 노력을 더하기 전에는 알 수 없고, 스스로를 ‘재능이 없는 존재’로 바라본다면 재능을 발견하기 더욱 어려워질 것입니다.
결국 나의 재능을 발견해주는 것은 노력이고, 노력이 있어야 좋은 성과도 얻을 수 있습니다.
※ 참고서적
캐럴 드웩 지음, 김준수 옮김 ‘스탠퍼드 인간 성장 프로젝트 마인드셋(2017, 스몰빅라이프)’ p.135
말콤 글래드웰 저, 노태정 옮김 ‘아웃라이어(2009, 김영사)’ p.57
고다마 미츠오 지음, 박기원 옮김 ‘한 가지만 바꿔도 결과가 확 달라지는 공부법(2018, 동아엠앤비)’ p.6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