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을 목표로 공부하다 얻은 4가지 깨달음
‘100% 확실하게 합격하고 싶다’
드라마 ‘SKY캐슬’에서 서울대 입학사정관 출신의 입시 코디네이터 김주영 선생이 관리하는 모든 학생은 100% 서울대 의대에 합격합니다. 입시 코디를 받는 데는 수억 원이 필요하지만, 상류층 부모님들은 앞 다투어 김주영 선생에게 코디를 받고 싶어 합니다. 오히려 입시 코디네이터가 학생을 가려 받는 상황입니다.
학부모가 김주형 선생에게 수억 원을 지불하면서도 자녀를 맡아달라고 부탁하는 이유는 바로 ‘코디네이터의 관리를 받은 학생은 100% 서울대 의대에 합격’하였기 때문입니다.
학생 또는 학부모 입장에서 ‘100% 합격하는 방법’만큼 매력적인 것은 없습니다. 실제 많은 학원들은 ‘합격 보장반’, ‘점수 보장반’ 등의 이름을 걸고 학생들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연구소장의 인터뷰(중앙일보 2018.12.23일 자 기사)를 보면 드라마 ‘SKY캐슬’에 묘사된 사교육의 70%는 현실이라고 합니다.
저도 수십, 수백 번의 시험을 보면서 ‘어떻게 하면 100% 확실하게 합격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였습니다. 그 결과 아래와 같은 4가지 교훈을 얻었습니다.
‘100점을 받기 위해 100의 노력이 필요하다면 확실하게 100점을 받기 위해서는 얼마만큼의 노력이 필요할까요?’
제가 대학생일 때 아는 형이 서울대를 수석 졸업하게 되어 축하의 의미로 식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서울대학교를 수석 졸업하려면 4.3만 점에 평균 평점 4.2를 최소한 넘어야 합니다. 4년 내내 대부분의 수업에서 A+를 받아야 그 정도의 평균 평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식사를 하면서 제가 “어떻게 하면 A+를 그렇게 많이 받을 수 있나요?”하고 물어보았습니다.
그러니 그 형은 “100점을 받기 위해 100의 노력이 필요하다면 항상 저는 150에서 200은 공부한 것 같아요.”라고 답을 하였습니다. 즉, 확실하게 A+를 받기 위해서는 A+받을 수준의 노력에 1.5배 이상을 공부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예를 들어 하루에 10시간을 공부해야 100점을 받을 실력이 된다면, 확실하게 100점을 받기 위해서는 하루에 15시간 이상 공부해야 합니다.
100점을 받을 실력을 만드는 노력에 더해 추가로 50% 이상 더 공부해야 한다는 것은 엄청난 노력이 필요한 일입니다. 확률을 높이는 공부는 상당히 가성비가 좋지 않은 일이기도 합니다.
‘미친 듯이 노력하면 반드시 원하는 시험에 합격할 수 있을까요?’
제가 찾은 답은 ‘절반은 YES, 절반은 NO’입니다.
제가 행정고시를 준비할 때 행정고시(재경직)를 수석 합격한 선배의 ‘통계학 서브노트’를 복사집에서 구매하여 공부하였습니다. 그 선배의 서브노트는 시험에 필요한 내용만 잘 담겨 있고 글씨도 깔끔해서 신림동 고시촌에서 인기가 높았습니다.
주변에서는 그 선배가 행정고시에 무조건 합격할 것이라고 생각했었지만, 그분도 한 번에 붙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합격하기 전 해에 한 과목에서 과락 점수를 받아 탈락하였던 것입니다.
그 선배 외에도 결점이 보이지 않는 실력을 갖춘 사람들이 시험에서 탈락하는 경우를 종종 보았습니다. 그런 사람들을 꾸준히 관찰한 결과 다음 시험이나 그와 유사한 시험에 대부분 합격하였습니다.
성과를 100%에 가깝게 만들 수는 있지만, 합격하는 시점까지 완벽하게 만드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왜냐하면 시험이 완벽하게 한 사람의 실력과 노력을 측정하지는 못합니다. 운, 컨디션 등과 같이 여러 생각지 못한 요인들이 시험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습니다.
‘드라마 ‘SKY캐슬’에 나오는 입시 코디네이터가 맡은 학생들은 정말로 100% 합격할까요?’
제 생각에는 수치상으로만 그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마 합격하지 못할 학생은 ‘의지가 없다’, ‘공부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우리의 방식과 맞지 않다’ 등의 이유로 중간에 컨설팅을 중단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의사 국가시험의 합격률은 95%(2018년 3373명의 응시생 중 3204명 합격)입니다. 의사가 되는 시험에 대부분 합격하는 것 같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닙니다. 의대에서는 실력이 없는 학생들을 유급시켜 아예 시험을 볼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것은 합격률을 높인 이유 중 하나입니다.
앞서 언급한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연구소장의 인터뷰를 보면, 유명 코디네이터일수록 자기 명성에 흠집이 나면 안 되기 때문에 학생을 가려 받기도 한다고 합니다.
신이 아닌 이상 모든 학생을 합격시켜 줄 수 없습니다. 자신이 스스로 열심히 공부해야 하고 주위 사람들은 이를 조금 도와줄 수 있을 뿐입니다. 결국 공부는 내가 직접 해야 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합격 확률을 높이는 것이 나의 실력도 향상시켜 줄까요?’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캐럴 드웩이 쓴 책 ‘마인드셋’을 보면, 농구 천재 마이클 조던은 자신이 뛰고 싶었던 고등학교 대표팀에서 탈락했습니다.
학교 대표팀에서 탈락한 조던은 엄청난 충격을 받았고 그의 어머니는 조던에게 원점으로 돌아가 열심히 훈련하라고 말했습니다. 어머니의 말을 듣고 조던은 등교하기 전에 훈련을 하기 위해 아침 6시에 집을 나섰다고 합니다.
노스 캐럴라이나대학 시절에는 자신의 약점인 수비와 볼 핸들링, 슛을 보완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습니다. 심지어 성공과 명성이 절정기에 올랐을 때도 그의 훈련량은 엄청났다고 합니다.
시카고 불스의 코치였던 존 바크는 조던을 가리켜 ‘자신의 천재성을 계속 향상시키는 천재’라고 불렀습니다. ‘마인드셋’의 저자 또한 마이클 조던을 스포츠 역사상 가장 열심히 노력한 운동선수일지 모른다고 평가하였습니다.
만약 마이클 조던이 학교 대표팀에 100% 합격하는 것을 목표로 컨설팅을 받거나 대표팀에 들어가기 위해 부정적인 방법까지 동원했다면 세계적인 선수가 되었을까요? 학교 대표팀에 탈락한 마이클 조던은 원점으로 돌아가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였고 그 결과 최고의 농구선수가 되었습니다.
고액과외 선생의 족집게 예상 문제로 합격 확률을 높일 수 있습니다. 그렇게라도 합격 확률을 높이고 싶은 것이 공부하는 사람과 학부모의 마음입니다. 하지만, 그런 방식으로 확률을 높은 것은 실력 향상과는 무관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우리는 100% 합격만 생각할 수 없습니다. 합격 이후의 모습까지 고민해보아야 합니다. 100% 합격만을 목표로 하면 다른 사람의 조력과 능력에 의존하게 되어 결국 ‘합격증서를 받는 것’ 이상의 의미를 얻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합격 확률 100%의 허상을 쫓지 마십시오. 장기적으로 보면 확률을 높이는 기술보다 현재의 능력을 뛰어넘기 위한 끈덕진 노력이 필요합니다.
※ 참고자료 : 중앙일보 2018.12.23일 자 기사 ‘아파트 한 채 값 SKY캐슬의 입시 코디…70%는 진실’
캐럴 드웩 지음, 김준수 옮김 ‘스탠퍼드 인간 성장 프로젝트 마인드셋(2017, 스몰빅라이프)’ p.131∼p.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