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잘하는 요소 분석
좋은 대학에 들어가거나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학생들을 보면 가장 쉽게 떠오르는 생각은 ‘쟤는 머리가 좋은가 봐’입니다. 일반적으로 ‘머리 좋음’의 기준은 IQ입니다.
말콤 글래드웰이 쓴 책 ‘아웃라이어’를 보면 1921년 스탠퍼드 대학의 심리학자 루이스 터먼(Lewis Terman)은 IQ와 성공의 상관관계를 분석하기 위해 초등학교와 중등학교 학생 25만 명을 검사해 IQ가 평균적으로 140이 넘고 200에 다다르는 1,470명의 학생을 추려냈습니다. 그 후 터먼은 그들을 일생동안 지켜보았습니다.
그런데 그들 중에서 전국적으로 이름을 떨친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고 다수가 그저 평범하다고 볼 수밖에 없는 직업에 종사하였다고 합니다.
‘아웃라이어’의 저자인 말콤 글래드웰도 터먼이 ‘그들이 IQ로 1퍼센트 중의 1퍼센트의 정예라는 사실'에 매료되어 IQ가 사소한 요인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고 평가하였습니다. 연구의 막바지에는 루이스 터먼도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우리가 본 것처럼 지능과 성취도 사이에는 그 어떠한 상관관계도 없었다.”
공부를 잘하는 데는 IQ 외의 많은 요인이 있습니다. 여기에서는 저의 경험을 바탕으로 공부를 잘하기 위해 필요했던 5가지 자질에 대해 설명하고자 합니다.
필요하다고 느껴야 공부합니다. 공부를 잘하는 사람들을 보면 공부를 잘해야 한다는 절박한 이유를 가슴속에 심어놓고 공부합니다. 공부를 못하는 사람들도 나름 공부해야 할 이유를 마음속에 가지고 있지만, 피상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웨이슈잉 저 ‘하버드 새벽 4시 반’에서 동기부여와 관련된 연구결과를 소개하였습니다. 한 하버드 심리학과 교수가 1,500명의 학생들 대상으로 ‘당신의 전공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입니까? 그저 좋아하기 때문입니까, 아니면 졸업 후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입니까?’라는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당시 설문에 응한 학생들 가운데 245명은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답했고 1,255명이 돈을 벌기 위해서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10년이 지난 후 돈을 벌기 위해 공부한다고 답한 1,255명 가운데 정말로 부자가 된 사람은 한 명(약 0.001%)에 불과했습니다. 그렇지만 전공을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답한 245명 중 116명(약 47%)이 평균보다 부자로 살고 있었다고 합니다.
피상적인 동기로는 성공적인 삶을 살기 어렵습니다. 여기서 피상적이라 함은 남들이 좋다고 해서 그것을 쫓는 것을 목표로 한 동기를 의미합니다. 반면, 내재적이라고 하면 내가 정말 간절히 하고 싶다고 느끼는 동기를 의미합니다.
공부를 잘하는 친구들을 보면, 자신의 인생이 이 순간에 걸린 것처럼 열정을 가지고 공부합니다. 자신이 공부해야 할 이유에 대해 의심을 가지지 않습니다.
만약,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에 공부한다고 하더라도 피상적으로 동기부여가 된 사람들은 ‘돈이 많으면 좋잖아’ 정도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내재적으로 동기부여가 된 사람은 ‘돈을 벌어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보고 싶다. 공부는 그 모습으로 가는 과정의 일부야.’라고 생각합니다. 목표가 내재화될수록 그 공부를 좋아할 수 있습니다.
공부하기 위해 아침에 일찍 일어나 도서관에 갑니다. 그런데 막상 도서관에 앉으면 공부하기가 싫습니다. 책상에 앉아서 어영부영 시간을 보냅니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에는 1∼2시간을 그렇게 날려 버리기도 합니다.
전환 비용이라는 용어를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한경 경제용어사전을 찾아보면, 전환 비용이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재화가 아닌 다른 재화를 사용하려고 할 때 들어가는 비용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공부를 잘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는 전환 비용에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내가 대학교에서 시험기간 중 친구들과 도서관에서 공부할 때의 경험입니다. 밤늦게까지 공부를 하다가 배가 고프면 친구들과 휴게실에서 야식을 시켜먹었습니다. 야식을 먹을 때는 시험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고 수다를 떨며 놀았습니다. 그 후 다시 도서관에 들어가면 저는 휴식시간에 이야기했던 것들이 생각나서 바로 공부에 집중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친구들은 곧바로 표정이 진지하게 바뀌고 바로 집중하는 모습을 보며 놀랐습니다.
그때 저는 ‘공부 잘하는 애들은 빨리 모드 전환(휴식모드에서 공부 모드)이 되는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밖에 나가면 재미있는 것이 많아서 공부에 집중하기 힘들어요.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을 심심치 않게 받습니다. 그러면 저는 “생활을 심심하게 하세요”라고 답을 합니다.
이 대답은 너무나 당연하고 모두가 알만한 해결책입니다. 그런데 ‘공부’라는 분야에서 출중한 능력을 보이는 사람들의 생활을 보면 정말 그렇습니다. 제 주변을 보아도 공부를 지속적으로 잘하는 친구들 중 다양한 취미생활을 가지고 있는 경우를 못 봤습니다.
공부를 잘하려면 생활이 심심해야 합니다. 자신의 주변에서 유혹이 많으면 많을수록 공부에 집중하기 어렵습니다. ‘공부를 위해 나의 취향을 포기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잠시 공부하는 기간이라도 생활을 바꾸어야 합니다.
① 원래 삶은 trade-off(어느 것을 얻으려면 반드시 다른 것을 희생하는 관계)입니다. 하나를 얻으려면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관계가 있다는 것을 명심하십시오. 공부를 잘하고 싶다면 내 생활에서 어떤 것을 포기해야 할지를 고민해보아야 합니다.
② 책과 친할수록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습니다. 공부와 시너지를 주는 생활습관에 재미를 붙인다면 내 생활의 희생을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교수, 의사 등 공부를 오랫동안 해야 하는 직업군에 있는 사람들을 보면 책과 친합니다. 미국에 공부하러 간 제 친구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자기가 읽은 책, 오늘 공부하며 알게 된 사실 등을 포스팅하고 있습니다. 그 친구는 많은 사람들이 보았으면 하는 기대로 적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배움을 즐기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부는 지루한 과정입니다. 하루에 한 권을 책을 머릿속에 넣고 싶지만, 하루에 10페이지 읽기도 어려운 것이 일반적입니다.
신림동 고시촌에서는 ‘고시공부는 머리싸움이 아니라 엉덩이 싸움’이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누가 더 잘 앉아있느냐에 따라 당락이 좌우된다는 의미입니다. 실제로 그렇습니다. 공부를 해보면 누가 끈기를 가지고 공부를 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열심히 끈기를 가지고 공부하겠다고 결심하지만, 실제 공부를 해보면 그리 끈기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왜 끈기를 가지지 어려운 것일까요?
① 앞서 언급한 내재적 동기부여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저 일단 사람들이 좋다고 해서 또는 공부하라고 해서 공부를 시작합니다. 그러나 내재적으로 동기부여가 되지 않으면 이내 지쳐버립니다.
② 성취에 대한 확신이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내가 공부하면 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 있어 끈기라는 비용을 스스로 지불할 용의가 없는 상태입니다. 보통 공부를 잘하던 사람들은 성취에 대한 확신이 더 높아 공부를 더 끈기 있게 합니다. 그러다 보면 또 좋은 결과를 얻게 되는 선순환 구조를 가져가게 되는 것입니다.
결국 공부는 성취에 대한 100%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인내력’을 가질 수 있느냐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집니다.
절박한 환경에 있을수록 공부를 잘할 수 있습니다. 뒤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확실히 절실하게 공부하게 됩니다. 저는 군대를 가지 않은 상황에서 행정고시를 준비하였습니다. 병무청에서 오는 군대 영장을 생각하면 게을러지지 않았습니다. 뒤가 없다는 마음이 있으면 확실히 공부 효과가 높습니다.
그런데 어쩔 수 없는 환경이 반드시 공부를 잘하게 하는 것은 아닙니다. 두 가지 고려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① 절박함을 버틸 만큼의 심리적인 단단함이 있어야 합니다. 오히려 너무 절박하게 자신을 몰아세우면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에라 모르겠다’는 마음으로 쓰러질 수도 있습니다.
② 공부할 환경을 만들 수 있어야 합니다. 절박한 마음은 있지만 온전히 공부할 환경이 아니라면 마음만 급해지고 공부는 못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그러다 보면 점점 부담감만 가중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결국, 여기서 제가 말씀드리고자 하는 바는 공부를 잘하는 데는 지능보다 중요한 것이 많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공부를 잘할 수 있는 특성을 가진다면 누구든 공부를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참고서적 : 말콤 글래드웰 저, 노태정 옮김 ‘아웃라이어(2009, 김영사)’ p.92∼p.110
웨이슈잉 지음, 이정은 옮김 ‘하버드 새벽 4시 반(2013, 라이스메이커)’ P.90∼p.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