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보며 얻은 교훈
‘나는 타고난 능력이 왜 이렇게 부족할까?’
‘나는 왜 좋은 머리를 가지고 태어나지 못했을까?’
‘우리 부모님은 왜 부자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한 번쯤은 해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특히 ‘넌 그것도 못하냐’와 같이 주변 사람들로부터 무시당하는 말을 들으면 더욱 가지지 못한 능력에 대한 아쉬움과 불만이 생깁니다.
우리는 항상 ‘가지고 있는 것’보다 ‘가지지 못한 것’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합니다. 그리고 ‘가지고 있는 것’을 잃는 순간 ‘가졌던 것’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게 됩니다. 예를 들어 아프면(건강을 잃으면) 건강의 소중함을 느낍니다.
저는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스스로 발전하는 방법을 알고 태어났다고 생각합니다. 먹고 자며 신체가 자연스럽게 성장하듯이, 보고 경험하며 자신을 스스로 성장시키는 방법을 이미 알고 있는 상태로 태어났습니다. 저는 두 살 된 아이를 키우고 있고 그 아이와 함께 생활하면서 우리가 잊고 살았던 능력을 다시 인지하게 되었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알고 있었던 자기계발 원칙
- 아이를 보며 얻은 교훈 -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에 충실합니다. 자신과 함께 있는 사람에게 호의를 표시하고 그렇지 못한 경우 섭섭함을 표현합니다. 자신의 감정표현을 할 때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습니다. 감정에 충실하다는 것은 스스로에 대해 솔직하다는 뜻입니다.
사람은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야 합니다.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감정표현을 참으면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스트레스가 쌓이면 마음의 병이 됩니다.
그리고 자신의 현재 모습과 그 감정을 숨겨서는 발전할 수 없습니다. 현재 너무 힘든 상황인데 ‘난 괜찮아, 아무 일도 없어’라고 생각하면서 현실을 외면하고 감정을 숨긴다고 해서 그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스트레스만 쌓입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감정에 솔직한 것을 ‘사회생활을 잘하지 못한다’고 평가합니다. 감정에 솔직한 것을 미숙한 행동으로 생각하며 가급적 그렇게 행동하지 않도록 가르칩니다. 조직생활에서 감정에 솔직한 행동을 하면 불이익을 줍니다.
예전에 A상급자와 술자리를 가진 적이 있습니다. 그 당시 A상급자는 상당히 높은 자리에 계신 분이었고 술 자체를 좋아하셨습니다.
술자리에서 A상급자는 저에게 “이 사무관은 술 안 좋아한다고 하지 않았나?”라고 물어보았습니다. 제가 “네, 좋아하지 않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그러니 A상급자는 “그런데 왜 술을 마시고 있나?”라고 물어보았고 저는 “회식 분위기를 맞추어 드리기 위해 마시고 있습니다.”라고 답을 했습니다.
실제로 저는 술 마시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A상급자에게 한 답변이 조직생활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아마 "아뇨. 술 좋아합니다. A님께서 주시니 너무 좋습니다. A 님 존경하고 사랑합니다!"정도는 해주어야 그나마 사회생활을 적당히 하는 수준으로 평가받을 것입니다.
저도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는 상급자에게 잘 보이기 위해 많은 ‘거짓말’을 했습니다. 그렇게 생활하다 보니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스트레스’만 쌓이고 저만 힘들어진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솔직하게 말하게 되었습니다.
아부를 잘하는 사람일수록 직장생활에서 유리합니다. 대부분의 상급자는 좋은 말만 듣고 싶어 합니다. 솔직하게 말하는 하급자에게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저는 상급자에게 잘 보여서 인사상 혜택을 볼 생각을 하지 않고 살기로 결심했고 그에 따른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더 실력을 쌓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아무리 솔직하게 말하더라도 상대방에 대한 악의적인 감정을 넣어서 말하면 안 됩니다.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하고 부드럽게 말해야 합니다. 가급적이면 솔직한 표현에 더해 상대방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의 내용을 포함하는 것이 좋습니다.
어린아이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무늬가 있는 옷을 입고 싶어 합니다. 메이커를 따지지 않습니다. 비싼 옷인지 또는 그 옷이 명품인지를 따지지 않고 편하고 자기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옷을 입고 싶어 합니다.
메이커는 사회적인 평가입니다.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며 살기 시작했습니다. ‘이 옷이 어떤 메이커의 옷인데...’, ‘어제 고급 레스토랑에 가서 OO을 먹었는데...’ 등 유치원이나 초등학교를 가면 같은 반 친구들이 자랑을 하기 시작합니다. 친구들이 자랑하면 우리는 그것을 부러워하고 따라 하고 싶어 집니다. 어른이 만든 평가기준에 물들어가는 시작 시점입니다.
자기계발을 잘하려면 나에게 불필요한 사회적 평가를 걸러낼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좋다고 또는 좋지 않다고 말하는 평가들 중에는 나에게 중요하지 않은 것이 있습니다. 그것을 구분해 내야 나에게 잘 맞는 자기계발 방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사회적인 평가에 너무 흔들리지 않아야 합니다.
몇 년 전 제가 한 백화점에서 쇼핑을 할 때의 일입니다. 평소에 저는 옷을 잘 차려입고 다니는 편이 아닙니다. 쇼윈도를 보다 눈에 들어오는 옷이 있어 상점에 들어가 한 번 입어보겠다고 하고 탈의실에 들어갔습니다. 그 사이 점원들은 저에 대해 안 좋은 말을 했습니다. 대략적인 내용은 ‘살 능력은 되겠어’라는 내용이었다고 합니다. 제 여자 친구와 함께 백화점을 갔었는데 매장에 따로 들어가는 바람에 직원들이 동행인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제 행색을 보고 험담을 한 것입니다. 그 상점을 나온 후 여자 친구로부터 점원들의 험담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별로 기분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저에게 중요하지 않은 평가이기 때문입니다.
아이의 행동을 보며 가장 놀란 점은 무엇이든지 일단 시도해 본다는 것이었습니다. 아이의 입장에서는 모든 것이 새로운 일입니다. 아이가 두려움 없이 시도하는 모습을 보면, 의사결정을 할 때 갈등하는 저의 모습과 대조가 되면서 때로는 부러움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점점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무엇인가를 시도할 때 주저하게 됩니다.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보기도 하고 이것저것 현실적인 고려사항도 많아졌습니다.
‘이제야 OO시험공부를 한다고 하면 한심하게 보지 않을까?’
‘OO대학을 졸업했는데 이런 거 한다고 하면 나를 뭐라고 생각할까?’
‘이제 새로운 것을 시작하기에는 나이가 너무 많아’
와 같은 생각들이 도전을 멈추게 합니다.
몇 년 전 진로에 대해 대학 친구 B와 대화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된다는 저의 이야기에 친구 B는 결정적인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나도 진로에 대해 고민할 때 여러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했어. 무엇인가를 시작하거나 결정할 때 나 자신만 생각하면 정답이 보일 거라는 말이 가장 도움이 되더라. 나도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지고 무엇이든 해볼 용기가 생겼어.”
자신만을 생각하면서 용감하게 시도해보면 될 것을 너무 오래 고민하고 눈치를 보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많은 취업준비생들이 ‘제 나이가 OO살인데 OO시험을 준비해도 될까요?’라는 질문을 많이 합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25살, 30살, 35살이 모두 같은 질문을 한다는 것입니다. 현재 몇 살인지와 무관하게 늦었다고 생각합니다.
어린아이가 숟가락질을 시도하기 전 ‘내가 숟가락을 잡을 수 있을까?’, ‘잘못하면 엄마가 비웃지 않을까?’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저희 아이의 경우, 처음 숟가락질을 할 때 절반 이상을 흘릴 정도로 밥을 먹기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빈 그릇과 수저를 가지고 혼자 숟가락질 연습을 했습니다. 밥을 다 먹은 후에도 빈 그릇을 치우지 못하게 하고 매일 연습을 하더니 점점 실력이 좋아졌습니다.
무엇이든지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런데 조금이라도 실수하거나 잘하지 못하면 바로 ‘비웃음’의 화살이 날라 옵니다. 초등학교 운동회 때 달리기를 하다 넘어지면 일어나서 다시 달리기가 어렵습니다. 다시 뛰지 못하는 것은 ‘아파서’라기보다 ‘창피해서’입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초등학교 운동회 때 내가 몇 등을 했는지는 어른이 되면 기억나지 않을 만큼 중요하지 않은 일입니다. 그런데 그때는 넘어진 것이 정말 부끄럽게 느껴집니다. 시험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번에 못 봤으면 다시 노력하면 됩니다.
실패에 아랑곳하지 않고 반복할 수 있는 자세는 공부하는데 아주 중요합니다. 고등학교 공업 시험에서 묻는 내용은 모두 단순 암기였습니다. 저는 그 내용을 아무리 암기해도 잘 외워지지가 않아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계속 반복(30회 이상 읽음) 하니 결국 암기가 되었습니다. 안 된다고 좌절하지 않는 것은 자기계발에 필요한 핵심능력입니다.
어린 시절을 ‘낙엽만 굴러도 웃는 나이’라고도 말합니다. 무엇이든지 호기심이 가고 즐거운 시절이라는 의미입니다. 아이들은 작은 소리와 표정 변화에도 잘 웃습니다.
어른이 되어서도 작은 기쁨을 알아야 발전할 수 있습니다. 아파트 구입, 대기업 입사, 행정고시 합격, 좋은 대학 입학과 같은 큰 이벤트는 매일 생길 수 없습니다. 큰 행복만을 좇다가 일상이 불행해지는 것을 주의해야 합니다.
미국 소설가인 에드가 왓슨 하우는 ‘걱정거리를 두고 웃는 법을 배우지 못하면 나이가 들었을 때 웃을 일이 전혀 없을 것이다’라고 하였습니다. 호기심, 관심, 세상을 보는 기쁨이 부족해질수록 점점 발전할 의욕을 잃고 불행해집니다.
작은 것에 관심을 가지고 살아야 행복합니다. 유명대학병원 교수인 저의 친형은 아이들을 볼 때 가장 행복해합니다. 조카 사진이나 영상을 보면 눈이 반짝거릴 정도로 좋아합니다. 요즘 의사가 되고 싶은 꿈을 꾸며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의사가 되는 큰 꿈을 이루어도 사소한 것에 행복을 느낄 수 있어야 즐거운 인생이 됩니다.
두 살배기 아이도 우리의 선생님이 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아이는 우리가 잃어버렸던 성장에 필요한 본질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성장에 필요한 방법을 이미 체득하여 태어났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타고난 우리의 능력을 잃고 살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